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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풀꽃 반지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41
원유순 글, 나오미양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6월
평점 :
풀꽃이란 단어에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어디에나 우리가 조금만 허리를 굽혀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풀꽃을 바쁘다 혹은 무관심으로 지나쳐 왔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며 돌 틈에서 강한 생명을 이어가는 작고 수수한 이름 모를 풀꽃들이 좋아졌다. 책의 앞부분에 들어있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는 요란하게 싸워 대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적극파가 있는가 하면, 주어진 삶에 순응하면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소극파도 있어요. 적극파만이 세상을 개혁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소극파들도 나름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거든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요.’
그랬다. 화려한 꽃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작고 소박한 꽃들도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나는 그동안 몰랐던 것이다.
8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책은 그야말로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표제작 <엄마의 풀꽃 반지>는 집안 형편이 나빠져 결혼반지를 팔아야 했지만 남편이 만들어준 풀꽃 반지를 낀 손은 어떤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반지일 것이다. 또 딸이 마련한 장난감 반지가 아무리 조악하고 시시할지라도 그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이 담긴 소중한 보물이 된다.
아들 녀석이 어릴 때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꺾어 온 한 송이 꽃이, 꽃집에서 예쁘고 화려한 포장으로 꾸민 꽃보다 아름답듯 아름다움의 기준은 절대 돈이 될 수 없다.
내 손도 허전한데...워낙에 장신구를 귀찮아하여 하얗게 반지 자국조차 없는 못 생긴 손이지만 저런 꽃반지 끼면 내 손도 이쁘게 보이지 않을까^^
또 다른 단편인 <할아버지의 여자 친구>는 요즘 심심찮게 노인의 연애나 외로움을 동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 “옛날 우리 조상들은 부럼을 잘 간직했다가 새 봄이 오는 경칩에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었단다. 일년 내내 액운을 이기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뜻으로 말이야.”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다 하는 국적 불문의 기념일은 잘 알면서 정작 이런 것을 몰랐다는 게 참...
그리고 <안녕, 내 동생>편에서는 급성 백혈병으로 동생을 떠나보내야 하는 누나의 아픈 마음에 내 마음속에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이런 얘기 정말 싫은데...해피엔딩이 좋은데~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나이지만 다행히 야채 할머니는 “우리들은 이 세상이 가장 좋은 곳인 줄 알고 있지만, 준일이가 간 또 다른 세상도 아마 아름다운 곳일 게다. 지금쯤 그곳에서는 누군가 준일이를 맞으며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새 사람이 왔다고 말이야.”하며 위로를 해 준다. 하지만 누나가 감당하기엔 동생의 자리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클 거라 생각한다.
가끔씩 다투고 싸우더라도 가족이 건강한 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