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든다 푸른도서관 32
강정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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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반평생을 넘게 여기서 살면서도 가슴 한 켠에 생겼을 구멍을 애써 외면하고 사셨을 아버님.

고향인 이북에 처와 자식을 두고 오셨으니 여기서의 삶이 힘들면 힘든대로, 편하면 그것이 미안해서 가슴이 져몄을 테지만 옆에 살고 있는 아내에 대한 도리로, 한 번도 입 밖으로 고향을 그리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자식 누구도 이북에 계신 친척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제 몸도 많이 불편하시고 그야말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는 마당에 고향땅 한 번 밟아 드리게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거니 생각하였는데 이젠 그것도 불발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고향을(이북) 그리워하는 책을 읽을 때면 늘 시아버님의 얼굴이 얼마나 또렷하게 떠오르는지....그럴 때마다 가슴이 서늘하다 못해 시리다.
미혼일 때는 이런 감정을 느껴도 그냥 한바탕 울고 나면 잊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정이란 것이 생기면서 맘에 닿는 느낌은 애끓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일까 싶게 아프다. <새가 날아든다>의 단편 전체가 그 같은 내용은 아니건만 앞부분의 구리 반지나 삼거리 국밥집에서 충분히 시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찡했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병신이라 불리는 몸이 불편한 춘자씨를 거둬 딸처럼 대하는 데는 이렇게 아픈 사연이 있었다.
“얘야, 내가 널 거두니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고향에 두고 온 내 딸 그 누군가 거두겠거니, 내 마음 비워선가, 나이가 들어선가 내 맘이 편안쿠나!”
책장을 넘기는 손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리고 계속 이런 내용이라면 다 읽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이야기로 책장을 덮기는 했지만 이 책을 다시 들춰보기가 어려웠다. 다시 두껍게 우울의 안개가 낄까봐. 

여기에 실린 대부분의 단편은 인간극장처럼 우리네 사람 냄새, 살 냄새를 가진 얘기들로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인간극장과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나오는 말이,
세상은 착한 사람들이 더 많은가봐~
당연하겠지,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더 많은데 우린 가끔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일부 흉악범들이 세상을 활개치고 사는 것으로 여겨 마음에 빗장을 걸고 작은 구멍으로 의심을 눈길로 내다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뜨뜻하게 가슴을 데우는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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