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혹은 패러디 소설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통쾌하고 날카로운 정치나 사회 비판이 있어야 제대로 그 맛을 알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독서력이 뒷바침 되어야만 한다. 그 예로 아이들이 걸리버 여행기나 동물농장과 같은 작품들을 읽고 이것을 풍자소설이라고 바로 연결지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풍자를 했다는 것을 알아채도 과연 이것이 무엇을 빗대었는가를 알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이 책들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니 배경지식이 없이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풍자소설만이 가지는 매력은 분명히 있다. 풍자를 통한 인물이나 사건을 조롱함으로써 읽는 이들이 느끼는 통쾌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알지 못 한다면 제대로 책을 읽어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마리아의 비밀 정원>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비슷한 설정을 하고 있다. 15cm남짓한 릴리퍼트인들이 마치 소인국 사람들로 보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고아가 된 마리아가 못된 가정교사 브라운 양과 후견인인 헤이터 목사가 마리아를 괴롭히고 비록 허물어져가지만 버킹엄 궁전의 네 배나 되는 대 저택을 유산으로 상속 받은 마리아의 몫을 가로채려는 일당과 소인국 사람들인 릴리퍼트인들 간의 쫓고 쫓기는 모험을 그린 책으로 무척 흥미롭게 펼쳐진다. 하지만 확대경을 보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과는 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인 마리아는 릴리퍼트인들보다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통제하려 든다. 그 뿐인가 마치 장난감 병정처럼 그들을 가지고 놀고 싶어했으며 여왕이 되는 꿈을 꾸기까지 한다. 스토리 흐름으로도 릴리퍼트인들의 미래가 교수나 마리아의 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이야기 되고 있다. 또 릴리퍼트인의 역사를 통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릴리퍼트인들이 달걀 전쟁(종교 분쟁으로 인한 각종 전쟁에 휘말린 상황) 때문에 겪은 재앙으로 낯선 땅의 노예가 되어 실려 가고 포로가 되어 전시 된 동포들이 '주인'의 지시에 따라 만든 악기로 연주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을 가졌고 자신들의 조상들에게 강제로 영어를 배우게 하였을 뿐 아니라 뜀뛰기나 기기, 가는 줄 위에서 춤추기 같은 기술을 평민들의 오락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되었고 공연의 댓가로 돌아오는 것은 매질이나 채찍질 밖에는 없었으니 절망적인 이들은 무덤으로 가는 것이 희망일 정도였다는 것, 그외에도 이야기 뒤에 숨겨져 있는 사회 현실까지 읽어낼 줄 알아야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풍자 소설임을 눈치채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책의 뒤쪽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이런 정보를 친절히 싣고 있다. 요즘 청소년책을 비롯한 아동 책에 이런 구성이 대세인가 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 풍자소설에는 이런 팁이 꼭 들어가야 맞지 않나 생각된다. 어쨌든 재미있는 풍자 소설을 아이들에게 접해주기에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