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 삼촌 산하작은아이들 18
권정생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평생 욕심없이 30년을 넘게 시골마을의 종지기로 살다가신 권정생님을 떠올리면 마치 이 책, 용구 삼촌 표지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바보가 아니라 착하고 순한 모습을. 아니 바보라고 해도 좋다, 우리는 바보 보다 뭐가 더 잘낫다고. 100원짜리 가지고 나가 얼음과자 쯤이야 아무 문제 없이 계산 할 수 있다고, 머리에 든 것도 없으면서 잰채하면 바보가 아닐까?...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들의 주인공들을 보면 흔히 말할 때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것이 어울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귀한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음을 문득문득 깨닫는다.
한눈에 보기에도 용구 삼촌은 입을 벌리고 어수룩한 표정을 하고 코미디 프로에서 바지를 가슴께까지 치켜 올리고 있어 누구라도 바보구나 하고 우습게 여길런지도, 하지만 누구도 이 사람만큼 나 착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런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용구 삼촌이 어느 날부터 누렁이를 데리고 못골 산으로 풀을 뜯기러 다닌다. 잘 보면 누렁이가 삼촌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좋을 만큼 누렁이가 앞장서서 가니 누렁이가 탈 없이 삼촌을 데리고  다닌다고 해도 맞는 말일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 삼촌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누렁이 혼자 길게 고삐를 바닥에 끌면서 혼자 돌아올 뿐.
마을 사람들과 용구 삼촌을 찾으러 여기저기를 찾으러 다닌다. 손전등 불빛이 나무 여기저기를 비출 때마다 빨리 나타나 주지 하는 마음이 생기고, 못물이 까맣게 일렁이자 싯푸른 못물이 내 가슴께로 차갑게 들어온 것처럼 내 온몸을 차갑게 식힌다. 분명 용구삼촌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나타날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불안함이 싫다. 빨리 나타나기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며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드디어 "용구, 여기 있다!" 하는 소리에 마음을 놓게 된다. 산에서 쪼그리고 잠든 삼촌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평화로움이 보이는 듯 하다. 아마 이것이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생명의 귀함, 자연을 귀히 여기는 마음, 이런 것들이 권정생 선생님이 동화를 이끌어 가는 힘이란데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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