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 영혼을 보는 눈 세상을 사는 지혜
투이아비 지음, 에리히 쇼이어만 엮음, 유혜자 옮김, 이일영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의 투이아비 추장의 미완의 연설문을 독일인인 에리히 쇼이어만이 엮은 책으로 그들 원주민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인간(그중에서도 백인)들의 마력에 휘말리지 말 것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세상은 더 빠르고 획기적인 문명의 발달을 향하고 있지만 그 발달 속도만큼 행복의 지수도 똑같이 수직상승 하지 않는다. 호히려 뭔가 허전하고 가진 것 없다는 상실감과 패배감이 들 뿐이다.
현대 문명의 폐해나 자연을 거스리는 빠빠라기들은 산에 올라도 정상 탈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할수는 있지만 키작은 풀도 나무도 꽃도 불어오는 바람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추장이 주장하고 있는 것을 잘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우리의 저 밑바닥에서는 육체를 죄악이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옷으로 단단히 감추는 것이 문명인이고 뜨건 몸을 드러내 놓고 다니는 것이 미개한 것이라 생각했을런지도.

그들은 밤이든 낮이든 그 생각만 하고 여자의 몸매에 대해 많은 말을 나눈다. 그런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그 논의가 큰 죄라도 되는 양 어두운 그늘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이 여자의 몸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다른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될 테고,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며,
여자를 만났을 때 음탕한 말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32쪽)  

이를두고 빠빠라기들이 자신들의 육신을 가리는 것이  가치가 없는 일이라 여긴다.
특히나 둥근 쇠붙이와 물직한 종이를 일컫는 돈에 대한 부분은 너무나 솔직하게 까발리고 있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것-죽을 때도 돈을 내야 하고 시체를 땅에 파묻고 죽은 자를 기억하기 위해서도 돈을 내야 하니 말이다.
그보다 더한 것은 돈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인간의 가치를 성품이나 용기, 마음으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에 대하여 너무나 실랄하게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그외에도 문명의 허와 실을 꿰뚫고 있는데, 이 연설문이 원주민들을 위한 경고라기 보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빠빠라기라는 말은 백인 혹은 이방인을 말하지만 직역하면 하늘을 찢고 내려온 자다. 시모아에 제일 처음 찾아온 백인 선교사가 돛단배를 타고 나타났는데,  원주민들은 멀리서 다가오는 돛단배를 보고 하늘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백인이 그곳을 통해 내려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을 뚫고 내려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