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기억 반올림 16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백선희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부터 시어머니는 한 달치 약을 십여일 만에 다 드시고, 초점없는 듯한 눈빛과 처음 보는 듯, 누구냐는 표정 등이 당혹스럽게 했다.
그것이 치매의 초기 증상이란 것을 알고는, 에효~ 하는 한숨만 나왔다.
치매가 굉장히 무거운 짐이라 여겨지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이지 싶다.
이것은 부양을 해야 하는 자식된 이기적인 입장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어른들 역시 노후에 찾아 올 지도 모를 이 병을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리라.

어느 날 갑자기 엉클어진 머리와 이상한 말투를 하는 할머니가 낯설은 안나는 할머니와 함께 설탕 과자를 만들어 먹으며 즐겁게 지낸 시간을 보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누구보다 좋아했고 사랑했던 할머니가 변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 치매를 치료할 방법도 없고 구멍난 기억은 점점 커져만 간다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치즈처럼 숭숭 뚫린 구멍을 메우려는 노력, 또 뇌운동을 통해 좋아지기 위한 시도를 하지만 어느 것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부질없는 것이 된다.
이 책은 그렇게 마리의 일기를 통해 할머니와의 사랑을 또 가족이 치매를 받아 들이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치매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일이 아직은 책소개 글처럼 해피앤딩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참 많이 불편하고 힘들다.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까도 걱정스럽고 이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였다.
영리한 안나는 할머니와의 시간을 추억하면서 남은 가족이 기억하면 된다고 말한다.
과연 그것만으로 해결될까?...참으로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