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다리 세진이 -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방영 로봇다리 세진이
고혜림 글 / 조선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맨 처음 세진이 이야기를 접했던 게 오래전 텔레비전에서였다. 그때의 느낌은, ‘참 지독한 엄마구나’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그 후로 <아름다운 아이 세진이/베틀북>을 읽었어도 그 내용보다는 텔레비전을 통해 본 엄마의 지독함만이 자리했는데 얼마 전, 다시 텔레비전의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시청한 뒤로는 달라졌다.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이 ‘힘들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가슴이 저미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세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을 깡그리 무시하는 일 일테지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세상과의 편견과 맞서는 것에 더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도 하고 싸워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기에 자신의 장애를 딪고 이겨내는 과정이 더 감동스러운지도 모른다.

세진이가 친구들에게 자신의 다리에 대해, ‘엄마 뱃속에서 조금 아파서 그렇게 됐어‘라고 말하기까지는 엄마나 세진이 모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눈물을 삼켜야만 했을 것이다. 그 눈물 뒤에 희망과 사랑, 믿음으로 세진이를 키웠을 세진이 엄마.

또 밝고 긍정적인 세진이의 성격이 오늘날의 세진이를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조금 아픈 사람이라고...그렇게만 사람들이 바라봐 줄 수 있다면 세진이의 상처도 큰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108p)

이러한 바람은 이들 부모들의 공통된 바람이 아닐까? 몸에 장애가 있다고 해서 생각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다른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더더구나 전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우리들의 편견은 정말 심하다.

세진이가 들어간 수영장을 소독하고 가라하질 않나, 학교 선생이란 작자가 한다는 말은 또 얼마나 가관인지... “내가 이 나이에 그런 애 맡으려고 선생 하는 줄 알아요?”라는 말을 듣고 어떤 엄마가 꼭지가 돌지 않겠는가. 그러나 세진엄마는 절대 흥분하지 않았다.

결국 사회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꼭꼭 숨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렇기에 세진이 엄마는 세진이에게 아픔을 주고 상처가 주는 말로 세상에 내놓는 준비를 독하게 시켰다. “너는 장애인이야, 너는 병신이고, 너는 바보라고 놀림 받을 거고, 이보다 더한 욕도 들을 수 있어.”라고...

소리 내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눈빛은 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