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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우리 할머니 - 초록도깨비
장수경 지음, 장선환 그림 / 도깨비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문득 ‘왕따’란 단어가 생각납니다.
우리 사회는 노인들을 왕따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가정에서도 천덕꾸러기로 괄시 받고 사회에서도 쓸모 없는 존재로 취급하여 나이 듦을 무척이나 안된 일이라고 여기는 생각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지요. 그래서 젊은 것만이 좋은 것이며 나이가 드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기 까지 하니 뭔가 잘 못 되긴 한 거지요. 아이들의 왕따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외로운 노인들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서고 찾아 보기 힘들 지경입니다.
주인공 영진이는 상할머니와 함께 방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상할머니는 똥을 싸서 책상 서랍이나 냉장고에 검은 봉지에 싸서 넣어두기도 하고 식구들의 신발을 감추거나 말도 안 되는 걸로 화를 내기도 하고 심하면 엄마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욕을 해댑니다. 그런 할머니를 아이에게 이해하라고 말한다는 것조차 어렵네요. 솔직히 어른인 나 조차도 감당하기 힘들고 피하고 싶은 일이므로.
영진은 친구로부터 할머니를 산책시켜 준다는 구실로 할머니를 공원에 두면 경찰들이 양로원에 데려다 줄 거라는 말을 듣게 된다. 아무리 상할머니가 싫더라도 그런 일을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자꾸만 할머니와 부딪치는 일이 반복되자 영진은 할머니를 진짜로 공원에 두고 온다. 천만다행으로 할머니를 찾게 되면서 영진은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과 할머니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심술부리고 했던 일들이 치매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눈이 안 보이면 정신까지도 혼미 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수술을 시켜드린다. 그래서 할머니의 미팅도 주선하고…그러면서 지금까지 무겁게 흘러갔던 이야기가 활기를 띠면서 재미있어진다.
할머니들도 남자 친구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은 감정이 젊은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할머니는 영진이 아빠의 화장품을 몰래 가져다 할아버지께 선물을 하고, 영진인 엄마의 향수를 몰래 훔쳐다가 할머니께 드리고…
하지만 할머니가 손녀인 영진의 고모에게 그악스럽게 퍼붓는 말들이 쉬이 넘겨버리기엔 넘 아프다.
“이년아, 넌 내 손녀딸년 맞냐? 젊은 너는 남자 친구 있어도 되고, 난 늙었으니까 안 된다는 게 말이나 되냐?....
넌 니 어미랑 나랑 어쩌다 일 년에 한 번 니 집 가면 반갑기는 했냐? ‘할머니는 언제 집에 가요?’ 하고 인사말처럼 묻는 니 새끼들에 비하면 우리 영진이가 백 배 천 배는 낫다, 이년아! 영진이는 용돈 받으면 반으로 뚝 떼서 내 주머니에 찔러 주고, ‘상할머니, 사탕 사 먹어. 할아버지한테 얻어 먹지만 말고 커피도 사주.’ 그랬다, 이년아! 근데 넌 말이라도 언제 한번 따뜻하게 했냐? 안 보여서 그런 것도 모르고 오락가락 한다고 구박만 했지? 늙으면 느끼지도 못하는 돌멩인 줄 아냐? 너도 늙어 봐, 이년아! 마음까지 늙은 줄 알아?”
시어머님께서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 같아 치매에 관한 동화인줄 알고 빼어 들었다가 된통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