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관습에 저항하는 용기를 보여 주다.

릴라가 꿈꾸는 세상 ㅣ 레인보우 북클럽 6
카시미라 셰트 지음, 부희령 옮김, 최경원 그림 / 을파소 / 2009년 2월

책을 끝까지 읽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게, 이 책 꼭 읽어보라고 권하기는 아마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좋았다는 얘기다.^^

인도에 대한 문화적인 면과 더불어 생활 모습이 아주 많이 소개된 책으로

단순하게 인도의 뿌리 깊은 신분제인 카스트에 대한 것에 맞서는 이야기이며 평등을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다. 물론 그에 대한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란 릴라는 두 살에 약혼을 하고 아홉 살에 결혼을 한다. 그리고 시댁으로 들어가는 의식인 아누를 일 년 남겨두고 남편의 죽음을 맞는다.

어린 나이의 릴라가 겪기엔 감당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가혹한 일은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세상의 구석에서 머물러 사는 삶을 강요받는다.

또한 화려한 색의 사리를 입을 수 없으며-이는 본인 뿐 아니라 딸이 미망인이 된 집안에서는 연장자인 여자들이 꽃이나 코걸이를 달 수 없으며 밝은 색의 사리를 입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일생동안 갈색의 옷 치드리를 입어야 하며 장신구와 같은 것을 착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 갈색 치드리는 나는 미망인입네 를 드러내는 것으로, 미망인 이라는 말에는 증오와 혐오의 의미를 나타내는 ‘란드’라는 말로 불려는데 그것은 곧 욕설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머리를 강제로 밀어버리기 까지 하니 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그럼에도 딸이 미망인이 된 집안에서는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래서 미망인답게 사는 법을 배우라고, 업보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제 릴라에겐 희망이란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관습이란 게 왜 여자에게만 더 부당한지 참 화가 났다.

어떤 면에서 릴라는 최고의 카스트에 속한 브라만이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라카의 부인인 샤니는 미망인이었지만 재혼이 가능했다.

책은 릴라의 삶뿐만 아니라 인도의 위대한 영웅 간디의 비폭력 저항 운동인 ‘사티아그라하’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릴라와 간디의 저항이나 용기를 같은 것으로 본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간디가 터번이나 앙가르카를 벗어 던지고 이들을 돕고 싶어서 가난한 사람들과 똑같이 옷을 입으면서 그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것에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언제나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이 치드리를 입고 있는 처지와 비교하기도 한다.
릴라는 그렇게 자신의 가족을 설득시키고 끔찍한 관습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꿈을, 희망의 싹을 틔운다.

감히 누구도 관습이란 것을 깨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관습이란 것은 어찌 보면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데 전통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 할런 지도 모른다. 또한 관습을 깨기 위하여 겪게 되는 대가가 너무 커서 늘 하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쉬워 옛날 방식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관습을 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는 릴라가 겁탈 당할 뻔한 사건에서도 비슷한 심리가 적용되지 않나 생각된다.
아무도 겁탈을 하려 했던 바툭을 고발하지 않으며 이것은 피해자가 받을 상처가 더 걱정이 되기 때문이라는 큰어머니의 말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릴라는 사람들이 화를 내야 마땅하고 자신의 자매와 딸들을 그런 사람으로부터 보호해야만 함에도 바툭 같은 사람을 참고 견디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침묵이란 것으로 눈과 귀를 닫아 버린다. 불의에 항거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폭력을 눈감아 주는 것은 바툭과 마찬가지로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며 우는 릴라에게 감히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줄 수가 없다. 그 손이 부끄러워서.

릴라야 부디 너의 꿈을 펼쳐 멋진 삶을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