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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평점 :
‘작가의 말’에 실린 내용 중 미술 치료란 단어에 급 호감이 생겼다.
6,7년 전쯤 놀이치료나 아동 심리에 대해 눈을 돌렸던 적이 있어 나는 다른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미술 치료’란 단어만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그리고 깊이 파고들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밀려오고...
문제 부모 밑에 문제 아이 있다고 했던가?(100% 이 말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건주네가 그랬다. 물리적인 폭력과 언어적인 폭력 아래서 자존감이란 것은 있을 수 없었고 엄마조차도 그런 아빠한테 쥐죽은 듯 사니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리 만무하다. 그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것인 것 때문에 건주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문제아란 꼬리표를 붙이고 산다. 그런 어느 날 시우가 전학을 와서 건주와 가까워지며 자기가 불퉁거려도 친구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시우를 친구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은찬이와 어울리게 되자 건주를 배신하고 만다.
은찬이와 놀면 더 많은 친구가 생길 것이며 엄마의 은근한 종용-공부 잘하고 성격 좋고 친구들에게도 인기 있고 리더십 있는 은찬이 같은 아이와 놀라는-에 똘마니 노릇을 한다.
하지만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친구를 아무 거리낌 없이 이용하는 비열하고 치사한 은찬이에게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는 ‘나’라는 자아는 없고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 할 것 같은 자신감 부족이나 관계 맺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시우는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매번 뒤로 숨으며 고민에 빠진다.
그러니 건주의 분노는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상담 선생님은 건주를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무시하고 진심을 다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놀이치료나 심리치료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 한 가지 방법이 치료 대상자인 건주의 마음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상담 치료나 부모교육이 적극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엄마가 매일 상담실을 찾아오는 것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시우가 용기를 내어 은찬이 패거리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게 되고 엄마의 무한한 믿음, 또 아빠에 대한 연민과 상담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음을 열게 되고 건주와 시우는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 나가고 둘의 우정은 새로이 싹틀 것이란 희망을 보인다.
잘 쓰지 않는 무뎌진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것을 했으니 그 감정을 잘 길러낼 것이라 믿고 싶다.
아이들을 무조건 문제아로 내모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
한편으로는 그렇게 키워져 결국은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듦에도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으니 안타깝다.
‘관계 맺기’는 어른인 나 역시 참으로 어렵다.
내 마음을 얼마큼 줘야 하고 어느 순간에 걷어 들여야 할지도 모르겠고 진정 내 모습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은 때때로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고학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진지한 ‘자아 찾기’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