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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ㅣ 푸른도서관 27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평점 :
기록된 역사와 기록되지 않은 역사 사이에는 굉장히 많은 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소재로 한 동화나 판타지 물은 역사의 공간 속으로 상상력을 넓히기에 충분하다.
16년(선덕 여왕 말년) 봄 정월에 비담과 염종 등이 여왕이 잘 다스리지 못한다 하여 반역을 꾀하고 군사를 일으켰다가 성공하지 못하였다.
라는 『삼국사기』의 두 줄 기록이 ‘지귀 설화’와 맞물려 신라 선덕 여왕과 평민의 신분을 가진 지귀의 사랑, 뒤늦게 찾아온 가진에 대한 선덕의 사랑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지귀 설화가 다소 낯선 이야기라면, 김유신, 김춘추, 자장법사란 실존했던 친숙한 인물과 황룡사 9층 석탑이나 당나라에서 보낸 향기 없는 모란꽃을 그려 보낸 이야기 등은 역사 속의 실제 사건과 마주하게 되어 역사 동화(소설)이 마냥 허구에 의해서 쓰일 수 없음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작가 자신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역사 동화를 가려 읽힐 필요가 있으며, 강숙인 작가의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믿음이 생긴 터라 신작이 나오면 일부러 찾아 읽을 만큼 팬이 되었다.
아마 저자의 다른 책들도 거의 읽었지 싶다.^^
우리나라에 여왕이 나라를 다스린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녀들의 역사 소설이 매우 드문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혜롭고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선덕여왕은 백제의 끊이지 않는 공격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15년의 재위기간 중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지기도 하였고 불교문화를 장려하여 거대한 황룡사 9층탑을 세우는가하면 인재를 고루 등용하였고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었던데 비해 정치적으로 나라를 잘 다스렸는가에 대한 판단은 작가의 짐작대로 폄하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비담과 염종 등의 반발세력의 모반이었든 그렇지 않는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음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런 역사적 정황-영묘사 화재 사건-과 소설적 상상력의 결합은 소설 뒤에 숨은 우리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고조시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만발이다.
책 소개에서도 밝혔지만 선덕여왕에 대한 사모의 정이 불타올라 화귀로 변했다는 기존의 ‘지귀 설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책을 보고 울 아들 녀석이 먼저 알은 체를 하였다.
지귀가 주인공이냐, 지귀가 불에 타죽었고, 어떤 보석을 쥐고 절에서 잠이 들었다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 오고 자기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도 재미있냐고 묻는다.
ㅎㅎ 물론이지~~
선덕 여왕이든 다른 누구이든 사랑이란 있을 테고 초점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많이 달라지게 된다.
선덕의 가진에 대한 사랑과 자귀의 사랑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여 어떤 로맨스 보다 애틋했다.
사랑은 운명처럼 온다고 하더니, 너무 늦게 선덕에게 찾아온 사랑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