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반은 질서, 나머지 반은 무질서

내 방은 엉망진창! ㅣ 미래그림책 85
마티아스 조트케 글, 슈테펜 부츠 그림, 김라합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제목에 걸맞게 표지엔 잔뜩 장난감이며 학용품으로 어질러져 있고 서랍도 열려 있어 그야 말로 폭탄 맞은 집이라고 해도 믿을 만하다. 아마도 도선생이라도 다녀간 게 아닐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방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여기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꺅~

그런데 방을 치우라고 말하는 아빠와 아들의 대화가 걸작이다.

대화나 토론은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말해주는 듯 작정하고 벼르다가 시작된 대화 같다.

“아빠는 언제나 모든 걸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하시지만, 그럼 세상이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옛날 공룡들이 살던 숲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뭐라고 반박할 말이 없어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고 아들의 승리를 인정해 주는 아빠도 멋지다.

이번엔 아빠의 반격,

“네 책이나 아빠 신문에 들어 있는 글자들이 네 방의 장난감들처럼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라면 어떨까?”

그러나 아들내미 말마따나 그런 책이나 신문이 없으니 조금은 억지스럽게 들린다.

“아빠, 착한 달이 하늘에 있는 모든 별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이상하겠어요?

ㅎㅎㅎ 별들이 일렬로 줄을 맞추고 있을 밤하늘을 떠올리니 우습기도 하고 멋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겠지? 정말 대단한 녀석인걸~

모든 것에는 질서가 필요하다. 그건 네 방도 마찬가지고,

질서는 인생의 반이라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늘 하셨던 말씀을 아이에게 전하니

아이가 뭐라 했을까?

ㅋㅋㅋ “그렇다면 인생의 나머지 반은 무질서겠네요?” 한다.

어찌 당할까? 아빠의 완패로 보인다.

세상은 뒤섞여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당양한 아름다움이 생기는 거야!

그렇다지만 그 질서와 무질서의 중심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질서와 무질서가 손을 마주 잡을 방법은 뭐지~~?

최고로 멋진 부자의 대화에 나도 끼어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