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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
고혜정 지음 / 소명출판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종군 위안부.
그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때때로 우리들을 분노하게 하는 사건이지만 차마 마주 하고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흘리게 될 눈물마저 부끄럽고 사치스럽게 여겨질 것 같아.
작가의 프롤로그 부분부터가 쉬이 읽히지 않았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면서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는데 꽤 시간이 걸렸지만 중반이후로는 책을 덮지도 못하고, 제발 오빠가 아니기를 얼마나 바라며 읽었는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전에 본 티브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생각났고, 그때 드라마가 무진장 인기를 얻었음에도 이 책은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난 이 책이 출간되고 바로 읽었던 것 같은데 출판사의 인지가 낮아서 일까? 아니면 이 문제가 우리에게 너무 오랫동안 소외되었던지 아님 우리의 관심이 그 만큼 적어서 일까 하는 비판의식마저 든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고통스런 기억의 탈출을 시도하였고, 음지가 아닌 양지로 밀어내려는 의도였든 간에 우리는 그녀들의 피눈물을 기억해야만 한다.
작가는 미국 국가기록보존소의 공식 문서 속에 남아 있는 단 한 명 남은 생존자를 찾아가 일기뭉치를 건네받아 복화술사가 되기를 자처하여 오마당순이의 삶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 말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거나 돈을 벌게 해 준다는 거짓으로 우리의 젊은 여자들을 데려가 사람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였고, 그것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전쟁 중이었다고는 하나 그 걸로 모든 걸 덮어버리기엔 그녀들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핏빛이 너무나 선연하다.
결과적으로-이는 일본의 입장에서 본 것이 되겠지만- 그녀들은 자발적으로 나선 게 되었고 생지옥과 같은 그곳에서 버텨냈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비교적 잘 알려진 가미가제 특공대 뿐만 아니라 잠수 어뢰를 동원하여 적함에 몸체를 충돌하는 인간 어뢰와 같은 병기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일본의 잔인함을 확인했다. 오로지 천황의 방패막이로 특공대 착출을 하면서 희생된 목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무서움을 해소하기 위해 위안소로 찾아온 젊다고 보기에 어린 소년.
이는 소년병 말고도 그 두려움의 한 방법으로 위안부 여자의 음모를 뽑아 부적으로 만들려는 남자가 나온다. 죽고 싶지 않는 게 너 뿐이냐며 네가 살겠다고 내 거웃을 뽑아 부적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 네 마음은 편하겠지만 뽑힌 당사자는 얼마나 비참하고 굴욕감을 느끼겠냐는 그녀의 마음속 외침은 비통하기만 한데 그 와중에도 이런 위안부이 다리를 벌리고 아랫도리가 짓물러졌다는 이야기에 남자들의 무엇이 서는 일이 있을까 하는 불쾌한 생각이 들면서 나쁜 놈들이란 말이 터져 나온다.
아니 더 심한 무엇이 나와야 옳겠지...
황군의 사기 진작과 병력 소모 방지를 빙자하여, 전시 기간 동안 병사들을 전쟁터에 내보내 싸움을 시키려면 무기와 군마와 군량 말고도 ‘여자’라는 또 하나의 병기가 필요했던 그들 일본. 그리고 철저하게 계획 하에 위안소 건물을 지었고 주기적으로 아랫도리를 점검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나듯 그녀들은 섹스 특공대로 전쟁의 지도를 그렸겠지. 예나 지금이나 모의 전쟁이나 전쟁에 대한 그림을 기가 막히게 그리고 있으니! 섹스 특공대. 그 표현이 기막히다.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어떤 나라는 그렇게 위안부로 전락하였었고 나는 여행으로는 그 나라를 갈 엄두를 전혀 내지 못한다. 그곳에서 죽어간 분들도 많고 자살한 분들도 많기에...
가슴에 굳은살이 박혀 고통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좋으련만 날마다 새롭게 고개 드는 기억들이 남은 생마저도 고통스러워 할 분들.
그녀들이 아리랑을 소리 내어 부를 때는 눈을 부릅뜨고 울지 않으려 했고 한숨소리가 새어나갈까 이를 꼭 깨물었다.
책을 읽는 도중 딸아이에게 종군위안부에 대해 물었다.
아느냐고. 전혀 모르는 눈치다.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는데 눈만 꿈뻑.
어찌할까 지금 읽혀야 할까 좀 더 기다렸다가 읽혀야 할까가 고민이다....
(아마 내 그랬던 것처럼 알든 모르든 읽히겠지. 그리고 나중에 생각나면 본인이 찾아서 읽을 기회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