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이 오는 소리는 귀만 간질이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들썩들썩이게 합니다.

뭔가 들뜨고 분주하게 하며,

봄날 튤립 잔에 햇살 가득 담아 한 잔씩 쭈욱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이런 시적 표현이 더 가슴속에서 들썩이는 것은 계절 탓이라고 하기엔 시인이 가진 천진난만함과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날개를 단 상상력이 아마도 더 크지 싶네요.

계절이 바뀔 때면 마음속에 움찔움찔 새싹을 틔우게 되는 것은 봄이 가져다주는 ‘희망’이란 느낌이 그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엉덩이가 들썩들썩>의 시집 속엔 뭐가 녹아 있기에 이리도 재미있을까요?




땅속 어느 틈에선가에서 힘겹게 비집고 나오는 민들레에도 눈길이 가고,

파랗게 싹을 틔우는 이름 모를 풀이나 쑥쑥 올라오는 쑥에도 눈이 가는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생물이라 생각했던 의자에도 엘리베이터에서 매일 보는 거울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인의 능력이자 시인의 여리고 어여쁜(^^) 감성이지 싶은데,

요렇게 재미난 시를 정작 아이들을 별로 찾지 않는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많이 늘어났지만 그 책들 속에 시집은 과연 얼마나 될까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사실 가장 짧은 시간을 들여 읽어 줄 수 있는 것이 시이며,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 또한 시집일터인데 아이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하네요. 어릴 적 아이가 말이 늦어 매일매일 시를 읽어주던 때에 비하면, 나 역시 말처럼 시와 가깝지 않았네요. -.-




<4월 26일 저녁 7시 23분 11.1초>란 시의 제목은 무척이나 그 내용이 궁금하게 합니다.뭘까뭘까뭘까.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빠르게 눈을 굴려 읽어 내려가니 수수꽃다리 향기가,

이마를 딛고 머리를 휘감고 콧속을 기어 들어가 목구멍 계단을 내려가 가슴 속에 쳐들어 가기까지의 표현이 기가 막힙니다. 뿐인가요 <지구는 코가 없다>에서는 환경이고 방귀 냄새 따위를 주르륵 떠들어대고 있는데,

아, 그런데 지구는 정말 코가 없는 게 아니라 환풍기가 없대. 활짝 열어 놓을 창문이 하나도 없대.

요 두 문장으로 더 이상의 환경이고 뭐고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참으로 명쾌한 문장이지요~~ 이런 명쾌함은 <손을 잡으려면>에서도 보여집니다.

지금 네 손을 잡으려면 내 손이 욕심껏 쥐고 있는 것부터 얼른 놓아 버려야 겠지.

바로 요것!




오늘은 시집 <엉덩이가 들썩들썩>으로 인해 내 엉덩이가 마구마구 들썩일 것 같은데,

정작 시인은 그 들썩임으로 이렇게 멋진 시집을 탄생시켰는데,

내 들썩임은 뭘 만들어 낼지...^^*ㅎㅎㅎ

혹 <리모컨>에서처럼 잔소리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쪼까 염려가 된단 말이쥐~

참참참!!!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시 속에 다른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죠.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다른 책을 찾아 읽게 하게도 되더라구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4-05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분 같아서...반갑네요.^^
전, 이 책을 못 받아서 땡스투하고 구입했어요.
방금 전 배달온다고 문자 왔군요. 저도 같이 들썩거리고 싶어요.ㅎㅎㅎ

희망으로 2008-04-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르니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네요^^ 캄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