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이 누고 간 똥
정세기 지음, 고성원 그림 / 창비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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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읽는 동시는 재미나거나 혹은 아름다운 시어를 나열해 놓은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 <해님이 누고 간 똥>에 담겨있는 동시엔 사회적인 문제를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시의 참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자연의 화려함 보다 수수함을, 도시의 네온사인보다는 변두리의 흐릿한 가로등불빛을 이야기 한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힘겹게 살고 있는 우리 서민들의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가슴시리게 하기도 하고 정많은 이웃의 따스함을 느끼게도 하는 묘한 매력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중심에서 리더를 꿈꾸기 보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소외되고 외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 할 때에는 가슴이 싸~해진다.

빼빼하고 까맣다고/부시맨이라고 놀리며/아이들은 나를 따돌리고//
술 먹고 온 아버지가/가끔씩 때려서/ 집을 한 번 나갔는데//
문제아라고 아무도/동무해 주지 않는다.//
나도 아이들과 놀고 싶은데/엄마 없는 집엔 가기도 싫은데.

 이 시는 부시맨이란 제목의 시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동화책 한 권을 안겨주는 것도 좋겠지만 이런 시 한 편을 읽어주는것도 의미가 있을것같다.

또 책에는 오월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의 동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시로 '매향리 매화나무'란 시도 눈에 띈다.

개미와 베짱이란 시를 보면 우리의 또다른 이웃을 보이면서 현재 자본주의의 단점을 꼬집어 말하고 있습니다.

여름내/땀 흘려 일한 개미는/겨울이 되니/ 배불리 살 수 있었고//
베짱이는/ 그늘에 앉아 노래만 하더니/양식이 없어/개미에게 얻어먹으러 갔다는//
이솝 아저씨/당신의 글을 읽다가/왠지 부아가 납니다.//
공사판 일하는 우리 아버지/쉬는 날은 비 오는 날뿐이고//
사장님은 만날 사우나로/골프장으로 놀러 다니는데도//
우리 집은 단칸 셋방에서 /끼니 걱정에 한숨짓는데//
사장님 집은 맨션 아파트/외제 차 타고 교외로 나가/맛있는 것만 골라 먹습니다.//
일요일에도 일 나가신 아버지/파출부 하러 가신 어머니 기다리며/ 혼자 라면을 끓여 먹는 나는//
개미처럼 살아야 합니까?/베짱이가 될 꿈을 꾸어야 합니까?

무어라 대답해 줄 말이 없습니다.
색다른 시집 한 권 발견했고, 맘에 드는 시집을 발견했지만 기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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