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언어 - 당신의 DNA는 안녕하십니까?
프랜시스 콜린스 지음, 이정호 옮김 / 해나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책은 개론서나 입문서가 아니라 유전학 분야가 지금 어디까지 가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쓰여졌다. 대개 이런 류의 책은 그 분야의 문외한에게는 암호문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그 분야의 첨단을 보여주려다 보면 기본적인 것은 건너 뛰게 마련이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을 위해 쓰여졌기 때문에 기초적인 유전학 지식이 있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책의 내용은 이런 식이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DNA 검사를 단지 오락거리로 생각했다고 한다. 브린은 아내 앤 위지키가 창업한 트웬티스리앤미사의 첫번째 천제 유전체 규모의 검사 대상자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이 검사를 받으라고 추천했고 어떤 DNA 구역이 그의 친척들과 같은지 아는 것을 즐겼다. 그는 어떤 질병이나 상태에서는 위험도 예측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높았지만 다른 질병들에서는 약간 낮았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에 따라 그의 아내는 세르게이에게 유전자 LRRK2의 특정한 유전적 변이를 살펴보라고 했다. 그러자 상황이 완전히 돌변했다. 세르게이의 어머니는 파킨슨병이 있는 것으로 진단을 받았고 최근의 한 연구는 LRRK2 유전자의 희귀 돌연변이가 나이가 들었을 때 걸리는 신경질환 파킨슨병을 아주 높은 위험도로 유발한다는 것을 밝혔다. 트렌티스리앤미 사가 유전검사로 쓰는 DNA 칩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자세하게 들여다 본 그는 자신과 어머니가 바로 그 LRRK2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유전검사가 그냥 하는 오락거리가 아닌게 되었다.”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을 갖게 하는 D4 유전자라든가(스프링) 영국의 언어장애를 가진 가계를 연구하다 발견한 언어능력과 관련된 유전자라든가 인문서적을 읽다보면 유전학의 발견들이 심심치 않게 언급된다. 이책은 그런 발견들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저자가 의사인만큼 심리학 서적이나 인문학 서적에서 언급되는 내용들보다는 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주종을 이루며 그런 발견들이 누적되면서 어떻게 의학혁명을 이루어가는지가 이책의 주제이다.

 

이책에서 말하는 유전자는 우리가 흔히 보는 인문서적과는 달리 이런 것이다. “단백질은 여러 역할을 한다. 신체 구조를 구성하고 방어 면역 체계에 작용하며 때로는 화학작요을 촉진하는 촉매로 쓰이기도 한다. 단백질은 촉매로서 생물체의 성장과 기능을 통제한다. 유전 체계에서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합성된 단백질이 다른 유전자에 단백질을 형성하도록 또는 단백질 합성을 가로막도록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달서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의 작용을 조절한다. 또한 유전자는 자신을 더 이상 형성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단백질을 만들기도 한다.” (폴 에얼리, 앤 에얼리)

 

앞에서 세르게이 브린의 가족에게 파킨슨병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도 이런 유전자의 메커니즘을 말한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이지만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변이도 여러가지인데 그중 알파 시뉴클레인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양성 변화로 보이는 단일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동반하는 것이다. 이 변화만으로도 돌연변이를 보유하는 사람들에게는 파괴적인 질병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세르게이 브린의 가족에게 파킨슨병을 경고한 소비자 유전자검사는 게놈 프라젝트의 리더 중 한 사람이었던 저자가 10여년전 그 프라젝트에 참여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놈 프라젝트 이후 많은 발견이 축적되었고 검사비용이 낮아지면서 가능해진 서비스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러한 검사들이 단지 전체 DNA 분자의 1% 10분의 1에 해당하는ㅁ 것만 검사할 뿐이고 정보를 주는 질병이나 상태의 수도 단지 12개 정도이다. 가까운 미래에 질병과 상태의 수는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가 유전체의 나머지 부분에서 비밀의 문을 여는 것처럼 거의 매주 발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저자는 이런 검사를 의학혁명이라 부른다. “이 혁명은 그동안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단일 규격의 옷과 같은 의학의 전통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유일하고 고유하며 특별한 형질들을 가진 한 개인에게 맞춤을 제공하는 강력한 전략으로 변화시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광범위한 주장들을 떠받치는 상세한 과학적 사실들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 하나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는 그 초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의학혁명이란 가타카의 미래가 온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유전학 기술 중에는 영화에서 처럼 유전자를 바꾸는 것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 그런 기술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불완전하고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혁명이란 병의 진단과 치료이며 그 메커니즘은 단백질 설계도로서의 유전자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약품이 경험적인 방법에 의해서 개발되었다. 가능성 있는 치료법으로 탐색되었던 화합불들은 세균, 곰팡이, 혹은 식물들에서 유래한 천연화합물이었다. 그리고 이것들중 단지 소수만이 임상실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알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우면서 더욱 포괄적인 디자이너 약물접근법은 약품을 만드는 특정한 과녁을 먼저 정의한 다음에 수천수만의 후보약품들을 스크리닝해서 승자가 되는 물질을 찾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저자가 연구한 경우인 낭포성섬유증은 단일한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다이 질병은 이자(췌장)에 낭포나 섬유성 상처들이 생겨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능력이 상당부분 상실된다. 이자에서 분비하는 효소들을 환자의 식단에 넣어주지 않는다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리게 된다. 가장 중요하게는 환자의 허파가 크게 손상된다. 허파에 점성도가 높은 분비물이 축적되어 반복적인 감염이 일어나고 결국 허파조직이 파괴되어 어린 나이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낭포성섬유증의 원인은 CFTR 유전자의 돌연변이이다. 유전자의 철자 하나가 잘못 쓰여진 것만으로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경우이다. 체내에 소금과 물의 수송에 문제가 일어나고 허파, 대장, 이자 분비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낭포성섬유증을 위해 개발된 디자이너 약물은 이 문제를 분자수준에서 교정한다.

 

그러면 저자가 말하는 의학혁명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적절하게 해독된 당신의 DNA는 컴퓨터화된 의료기록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게 되어 건강의료 제공자들이 약물 처방, 진단 및 질병 예방에 대한 다양한 결정을 내릴 때 유용화게 사용할 것이다. 당신이 아프면, 개인에게 적절하게 선택가능한 치료법들-상당수가 인간 유전체의 새로운 이해로부터 유래한 치료법-이 존재하게 되어 몇 년전에 적용가능했던 것들보다 더욱 효율적이면서 부작용이나 독성은 적을 것이다. 이러한 많은 치료법들이 바로 알약 형태일 것이고 아주 일부는 유전자 차체가 약품 같은 유전자 치료일 것이다. 일부는 심지어 당신의 피부 세포나 혈액 세포를 때어내 당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예를 들어 당뇨병에 필효한 이자 세포나 파킨슨병에 필요한 뇌세포로 전환시키는 세포치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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