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박병철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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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주 여행자가 태양계로 접어들어 세 개의 행성을 발견했다. 그 중 하나는 크기가 지구와 비슷한데 대기의 주성분은 질소이고 이산화탄소가 조금 섞여 있으며 산소는 전혀 없다. 두번째 행성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걸쭉한 대기가 지표면을 두텁게 덮고 활화산과 간헐천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가. 세번째 행성은 조금 작은데 대기가 엷고 육지 표면에서 얕은 호수가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이 세개의 행성에는 모두 미생물이 번창하고 잇다. 이것이 30억년전의 태양계의 모습이다. 첫번째는 지국이고 두번째는 금성, 세번째가 화성이다. 30억년 전만 해도 금성과 화성이 지구보다 더 살기 좋은 행성이었다. 금성은 처음 생성된 후 거의 10억년 동안 바다가 있었고 운석의 집중 충돌기 뒤에 생명체가 형성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구는 생명체에게 가장 이상적인 환셩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지구는 생존가능한 환경의 극단에 속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명이 있는 행성은 지구뿐이다. 그 이유를 제임스 러브록은 가이아란 말로 설명한다. “생명체와 물질 환경은 하나의 결합된 계로 진화해왔으며 이로부터 기후와 화학성분을 샌존에 적절한 상태로 유지하는 자체제어능력이 개발되었다. 러브록은 지난 수십억년동안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가 25%나 증가했음에도 대기의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그는 불안정한 기체인 대기 중 산소가 지각 속의 광물과 빠르게 결합하여 사라져야 함에도 오랜 세월 동안 대기의 성분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신기하게 여겼다. 강물이 바다에 계속 유입되고 있음에도 바다의 염분 농도가 세포 활동에 적절한 값을 유지하는 것도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러브록은 어떤 거시적인 계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안정된 상태가 유지된다고 결론지었다.” 러브록은 자체제어능력을 가진 이 시스템을 가이아라 불렀고 생명체가 그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생명체는 지구의 환경 자체를 바꿔왔고 자신에 맞게 그 환경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생명의 미래는 영원할 것같지는 않다. 물론 50억년 후 태양의 수명이 끝날 때 지구도 사라질 것이고 지구가 사라질 때 생명이 남아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생명의 종말은 그전에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태양 때문이다. 태양계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태양은 25% 더 뜨거워졌다. 지금까지는 그 변화에 지구의 시스템이 적응할 수 있었고 생명이 살 수 있는 조건으로 평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5억년동안은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와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이동하려면 아직 멀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앞으로 한참 동안 증가할 것이란 이야기다. 앞으로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유입되면서 대기 중 농토가 감소하면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은 더 이상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된다. 그후로 지구에는 악재가 계속되낟. 얼음층이 녹으면서 적도 지방에 홍수가 덮치고 따뜻해진 바닷물은 성층권까지 증발하고 지구는 서서히 말라간다. 지구는 황량한 사막으로 변할 것이다. 그대로 태양은 사정없이 내리쬐고 심해 바닥의 퇴적층에 저장되었던 이산화탄소까지 대기에 유입되어 온난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결국에는 이 기체마저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 앞으로 35억년 후에 어떤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바싹 마른 바위 외에는 가져갈 게 없을 것이다. 지구의 일생을 펼쳐놓고 보면 시작과 끝이 매우 비슷하다. 메마른 불모지에서 시작하여 활기찬 생명으로 우글대다 다시 메마른 불모지로 끝난다. 지구의 일생을 십억년 단위로 펼쳐보면 대륙이 나타나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생명 활동에 필요한 수준 이하로 떨어지고 바닷물이 끊어오르고 지표면이 바싹 구워지면서 완전히 소독되고 지구가 죽음의 나선운동을 시작하면서 태양에 빨려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의 미래가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대멸종은 여러 번 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공룡을 쓸어버린 운석충돌이다. 그리고 지금이 또 한번의 대멸종 시기라 학자들은 본다. 인간이 환경을 바꾸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생태계가 거기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종들은 빠르게 사라진다. 종들이 사라지는 속도는 과거의 대멸종과 맞먹을 정도이다.

 

인간이 대멸종을 불러올 수 잇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된 것은 과거에 멸종직전에 갔던 사건 때문이었다. “9~135000년전 아프리카 대륙은 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보면 당시의 인구수에 심각한 병목현상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잇는데 학자들은 그 무렵의 인구가 2,000명 내외까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멸종직전의 인류는 뇌의 용량을 키우고 더 영리해지는 방법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자신이 부른 대멸종도 넘길 수 잇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인간이란 종 자체가 멸종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명도 그럴지는 알 수 없다.

 

문명이 살아남는다면, 지구상에서 생명 자체가 멸종하기 전에 우주로 나가 생명을 퍼트릴 수 잇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생명을 영원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우주 자체도 끝이 잇기 때문이다. 단지 그 시간이 상상할수도 없을 정도로 장구할 뿐이다.

 

별은 우주가 어렸을 때 사방에 퍼져있던 기체로부터 탄생햇다. 빅뱅이 있고 약 140억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기체는 사라졋고 늙은 별들이 자신이 지닌 기체의 일부를 외부로 방출하고 잇다. 이 기체는 우주 초기의 가벼운 기체가 아니라 핵융합을 거쳐 개조된 무거운 기체이다. 외형상으로는 재활용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효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시간이 충분히 흐르면 이 재활용 사이클은 완전히 멈출 것이다.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적색 왜성이다. 이들은 거의 1조년 동안 핵융합을 근근히 유지하면서 간신히 빛을 발할 것이다. 10조년이 지나면 드디어 적색왜성까지 모든 연료를 소진하게 된다.” 은하의 모든 별이 죽은 후에도 연성계를 이룬 죽은 별들이 합쳐져 다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 별이 되는 간간히 일어날 수 있으니 “100조년 후, 또는 그보다 먼 미래에도 은하수에서 별이 생성될 수 있다. 그래도 은하수는 빛의 상당부분을 잃는다. 지금은 4000억개에 달하는 별들이 빛을 발하지만 100조년 후에는 100개 남짓한 왜성들이 핵융합 한계 온도를 간신히 넘긴 상태에서 희마하게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별의 시대는 이것으로 끝이다. 자연은 은하수의 에너지 효율을 서서히 저하시켜 종말로 몰고간다.” 그리고 물질 자체도 사라질 것이다. “10 100승년이 지나면 양성자는 모두 붕괴되고 별들도 사라지고 블랙홀도 모두 증발한다. 남는 것은 뉴트리노와 전자, 양전자, 그리고 관측가능한 우주보다 파장이 긴 광자들뿐이다. l기에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 과정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우울한 미래이다. 현재의 천체물리학에선 우주는 무한히 그리고 더 빨리 팽창할 뿐 다시 수축할 것으로 보지는 않으니 엔트로피를 리셋할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우주는 식어가면서 죽은 상태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하가 완전히 증발하려면 100*10억년쯤 걸린다. 이것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이해하기 위해 시간 스케일을 다시 조정해보자. 100조년을 1년으로 간주할 때 우주의 나이 137억년은 10시간에 해당된다. 이제 시간을 더 앞축해 은하가 모두 증발할 때까지 거리는 시간을 1년으로 잡아보자. 그러면 이 달력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빅뱅은 1우러1일 새벽 0시에 있었고 지금 우리는 그로부터 13초분의 1이 지난 시점에 와있다. 제야의 종이 이제 막 울리기 시작하는 새해 벽두이다. 마술 같은 사건으로 가득 찬 이 우주에서 마지막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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