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의 미래를 말하다 - 끝없이 반복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그 탈출구는 어디인가?
조지 소로스 지음, 하창희 옮김, 손민중 감수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쉽지 않은 책이다. 그 이유는 이책이 한권의 책으로 묶일 것이란 전제로 쓰이지 않은 시사칼럼을 편집했기 때문이다. 칼럼을 묶었다고 다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칼럼의 성격이다. 이책에 실린 칼럼은 저자가 FT에 연재한 것이다. 저자의 주분야도 그렇지만 지면 자체의 성격이 경제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유력경제지에 실리는 글의 성격상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경제정책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가 되었다. 그러므로 칼럼이 쓰일 때의 정황을 알고 있고 그 정황에서 왜 이런 글이 나올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이책에 묶인 칼럼은 암호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이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상당히 유용하다. 저자가 이번 금융위기와 그로 인해 촉발된 유럽위기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알 수 있고 그 자신의 진단에 근거해 그 위기에 대한 대책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저자가 금융위기와 유럽위기를 어떻게 보는가에만 한정하겠다. 그가 말하는 구체적인 대책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상당히 기술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소로스는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시장근본주의의 오류를 지적한다. “금융시장은 자율규제에 맡길 경우 반드시 균형으로 수렴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버블을 형성하기 쉽다.” 전후의 브레튼우즈체제는 그런 경험의 교훈에 따랐고 내가 금융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을 무렵 은행과 통화는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었다. 이는 세계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을 겪은 후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세계대공황의 영향으로 시작된 케인스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었다. 두 차례 오일 쇼크 이후 산유국들은 막대한 흑자를 기록한 기록한 반면 석유 수입국들은 엄청난 적자를 감내해야 햇다.” 오일 머니를 순환시켜 이들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상업은행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그 순환은 기존의 규제에서 벗어난 장소인 유로달러 시장에서 일어났다. “바로 여기서부터 은행은 직접적인 규제 제약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이번 위기로 터진 슈퍼버블이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70년대 오일 머니의 리사이클을 맡았던 은행들은 그 돈을 정부채권에 투자한다. 그러나 “1970년대 인플레이션 시기 각 국가에 제공된 신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붕괴에 이르자 1982년 슈퍼버블로 인한 첫번째 국제은행체제의 위기가 발생했다.” 이때의 위기는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으려는 미국 주도의 개입으로 해소된다. “바로 이 시점에 브래디 채권이라는 것이 도입되어 질서 잇는 부채구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위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 중반의 저축대부조합 스캔들이다. 그 다음으로 발생한 중대한 국제적 위기는 1997년 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했2000년 닷컴버블로 그리고 2008년에 미국의 주택버블이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슈퍼버블은 끝난 것이 아니다. “각국 정부는 부도 위기의 상업신용응ㄹ 국가신용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을 보호햇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개입으로 슈퍼버블은 또 다시 계속 확대되었다. 슈퍼버블 시기에 형성된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금융시장은 균형에서 한참 벗어난 상태로 운용되엇다. 격국 2008년 금융체제를 위기에서 구제햇던 국가신용도 그 신뢰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저자는 슈퍼버블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한 원흉으로 잘못된 이론, 효율적 시장가설을 지적한다. 우끼는 것은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르면 버블이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버블은 만들어졌고 그것도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규모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버블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인간행위에 대한 포퍼의 이론에서 끌어낸다. “행위자는 먼저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인지기능이라 할 수 잇다. 또 다른 한편으로 상황에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이를 유발기능(Causative Function) 또는 조작기능(Manipulative Function)이라 정의할 수 잇다.” 행동이란 상황을 인식하고 그 인식에 따라 상황을 조작하려는 것이며 인식에 따라 달라진 상황은 다시 인식에 영향을 주고 결국 행동에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 인지기능과 조작기능은 동시에 작용하면서 루프를 이루며 상호순환관계를 만든다. 저자는 이를 재귀성(Reflexivity)라 정의한다. 저자는 재귀성을 불확실성의 원천이라 말한다.

 

불확실성의 원인으로 오류의 가능성은 널리 알려져 잇지만 재귀성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잇다. 이는 재귀성이 인식과 조작이라는 두가지 서로 다른 영역을 연걸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하며 불확실성의이란 변수는 무시하거나 없애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금융시장이다. 경제이론에서는 금융시장을 해석할 때 재귀성이 의도적으로 무시되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이다.

 

저자는 오류의 가능성과 재귀성이라는 두가지 요인 때문에 금융버블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모든 버블은 현실의 트렌드와 그 트렌드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는 두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시장 참여자들이 트렌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이 같은 관심으로 인해 트렌드 자체와 그에 대한 해석이 모두 심화된다이 해석에는 인식의 오류가 수반되낟.

2.     어떤 이유에서든 트렌드가 중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인식의 오류에 위협이 된다인식의 오류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버블은 확대되지 않는다그러나 트렌드가 중단되어도 인식의 오류가 계속 존재하게 된다면 트렌드와 인식의 오류는 더욱 힘을 얻는다.

3.     참여자들의 인식이 점차 기저현실과 동떨어지게 되어 참여자들이 서서히 모순을 인식하게 된다마침내 확신하는 참여자들보다 회의적인 참여자들이 많아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 이르게 되낟.

4.     진실이 밝혀지기 직전에는 관성으로 인해 잠시 동안은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다.

5.     그럼에도 트렌드가 역전되는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6.     그런 다음에는 불신이 만연해 트렌드가 반대방향으로 강화된다.

7.     어떤 형태이든 항상 신용이나 레버리지가 존재하므로 버블은 비대칭적 형태로 발전하여 서서히 확대되다 급격히 붕괴하며 결국 사라진다.

8.     이러한 과정을 형성하는 다양한 단계들은 그 순서만 사전에 정해져 잇다버블의 규모와 지속 기간은 예측할 수 없으며 어느 단계에서든 중단될 수 있다버블이 최대규모로 확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버블성장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버블의 성장은 양의 피드백과 음의 피드백에 따른다. “양의 피드백은 인식오류를 장화하지만 음의 피드백은 인식오류를 바로잡는다.” 두 피드백은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양의 피드백이 음의 피드백을 압도할 만큼 규모가 큰 버블을 생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적 시장가설은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양의 피드백은 존재하지 않으며 음의 피드백을 통해 인식과 기대가 현실에 완벽하게 들어맞아 균형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의 피드백은 존재했고 음의 피드백을 완전히 압도할 수있었기에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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