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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의 중국 - 중국은 과연 세계의 지배자가 될까
사토 마사루 지음, 이혁재 옮김, 권성용 해제 / 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워싱턴 컨센서스라 요약되는 미국 모델이 무너지면서 중국 모델, 베이징 컨센서스가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지적하면서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질서를 분석하는 방법론의 초점은 세계를 베이징 컨센서스권과 워싱턴 컨센서권으로 나눌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미국의 네오콘 논객으로 유명한 로버트 케이건은 ‘새시대에는 민주국가와 전제독재국가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때때로 대립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티벳 문제에 대해 중국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묵인하는 국가의 수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면 이런 주장은 현실적으로 들린다. 무려 110개국 이상 적게 잡아도 64개국이다. “베이징 컨센서스권의 구체적 범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2010년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식에 중국의 요청으로 불참한 국가들과 중국의 입장에 지지와 이해를 표명한 국가의 수이다. 100여개국에 달한다.
그러나 베이징 컨센서스권이란 개념엔 실체가 있는가? “베이징 컨센서스권의 확대와 결속에는 한계가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권에 속한 국가일지라도 각국의 계산은 저마다 다르다. 그들은 서방의 비난을 반박하며 자국의 정당성과 체제를 유지한다는데 계산이 일치한, 응집력이 약한 정치연합에 불과하다.”
하나의 정치적 실체로 묶이기에는 한계가 뚜렷한 모래알일 뿐이란 말이다. 더군다나 그 중심이 되어야 할 중국 자신의 문제 때문에도 더더욱 그러하다. “원자바오 총리는 2011년 3월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기자로부터 ‘중국은 독자적인 발전모델을 구축했는데 다른 나라들도 중국 모델을 도입할 수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우리의 개혁은 여전히 모색단계이며 중국의 발전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워싱턴 컨센서스와 달리 베이징 컨센서스는 보편성이 없다는 말이다. 보편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세력으로 뭉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보편성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당 지배를 통해 성공하는 중국 모델을 응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 모델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개발독재를 통한 일당 지배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 능력에 있다. 중국은 문제의 발견과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당 지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등지의 독재자의 통치능력이 반드시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으며 중국의 일당 지배 모델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 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진다. 따라서 민주적인 해결과정은 정권안정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베이징 컨센서스권의 국가 모델은 영원히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정치경제 모델은 되지 못한다. 중국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베이징 컨센서스 동맹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중국모델이란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중국 스스로도 잘 알고 잇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잊을만하면 제기되는 중국 붕괴론의 근거이다. “민주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이익 분배는 편중되고 빈부 격차는 시정되지 않는다. 관료의 부패도 만연하게 된다. 13억 인구와 56개 민족을 안고 잇는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사회를 안정시키는데 고군분투하지만 이익 편중 등으로 인해 중국 모델은 지속가능한 통치모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중국은 붕괴하게 된다.”
그러나 어쨌든 중국 모델은 살아남았고 앞으로 영원히 그렇지는 않겠지만 붕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저자는 통치의 대차대조표란 개념으로 정리한다. 이 대차대조표에서 “자산은 정부의 통치능력, 부채는 과제를 나타낸다. 부채(과제)가 자산(정부의 통치능력)을 넘어서면 부채 초과 곧 불황에 빠진다. 정권의 안정도가 떨어져 정구너교체 압력을 받는다. 일본의 경우 하원인 중의원에서는 여당, 상원인 참의원에서는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왜곡국회와 비슷하다. 왜곡국회에서는 통치력이 저하되며 이는 정치의 대차대조표가 불황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빈부격차, 관료의 부해와 독직, 환경오염 등 부채가 막대하다. 부채만 볼 때 중국은 분명 파산이 눈앞에 와 있는 것같다. 중국 붕괴론이 나오는 근거다. 그러나 부채에 비해 경제성장의 혜택과 공산당의 인적 자산, 신속한 정책 실행이 가능한 통치기구 등 자산이 두터워 부채와 자산이 균형을 이룬다.”
다시 말해 중국의 정치력이 비결이란 말이다. 이책은 그 중국의 정치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성실하게’ 정리하는 책이라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통치의 대차대조표’와 같은 체계적인 이론에 따라 체계으로 쓰인 대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앞에서 소개한 개념은 이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 정리해본 것으로 이책의 한 챕터에 불과하다. 물론 그 챕터에서 나름 깔끔하게 공산당의 자산이 정리되고 있기 하지만 책 전체와는 상관이 없다. 이책의 내용은 그보다는 중국에 유학을 갔었고 4년동안 주재기자로 근무하면서 보고 들은 바를 나름 체계적으로 분야를 나눠 중국정치를 개관할 수 있게 한권으로 책으로 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책이 다루는 범위는 방대하다. 정치엘리트들의 파벌과 그 파벌의 역학(그 역학의 구체적인 예로 시진핑이 차세대 지도자로 선출된 과정을 크게 다룬다.), 정치개혁의 진행과정, 그리고 주변국들이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중국의 외교정책과 그 결정 메커니즘, 국방 등의 중국정치의 현안을 성실하게 개관한다. 그리고 그 목적으로서는 이책은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잇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통치의 대차대조표와 같은 깔끔하고 체계적이면서 독창적인 안목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전문가라면 다들 아는 수준의 상식적 프레임에서 각 분야를 정리한다고 보면 이책의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넓은 영역에 걸쳐 간략하게 정리되었다는 점은 이책의 미덕이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