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 - 찬란한 성공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요코다 마스오 지음, 양영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미 시장엔 유니클로 책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책더미에 이 책을 한권 더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달리 말해 이책은 지금까지 나온 책들과 다른 점이 있는가? 다른 점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책의 목적은 유니클로를 치우치지 않은 시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어떤 책은 그렇지 않은가? 물론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주겠다는 저자는 드물다. 책 한권 쓰는 데 들어가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책을 엉터리로 내려는 저자는 별로 없다. 그러나 문제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영서는 그 정보를 대상인 회사에서 얻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쉽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이다. 이미 사라진 회사인 경우는 다르지만 어느 회사가 어느 홍보부 직원이 기업의 평판을 깎아내릴 정보를 자발적으로 내놓겠는가? 대부분의 경영서가, 주례사가 되는 이유이고 그다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는 방법은 있다. 정보의 소스를 저자 스스로 발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자인 저자가 정보를 얻은 방법이다. 저자는 발로 뛰면서 내부 사정을 알기 위해 유니클로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고향까지 쫓아가 그의 성장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고 유니클로의 사업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의 하청공장들도 쫓아다닌다.

 

그렇게 얻은 정보들로 만들어진 그림은 홍보부에서 말하는 것과,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자신의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당연히 더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저자는 유니클로를 비판하기 위해 또는 비난하기 위해 이책을 쓴 것은 아니다. 저자는 단지 유니클로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유니클로의 미래는 어떨 것인가를 알기 위해 그런 노력을 들였다. 그는 유니클로를 폄하할 생각이 없다. 물류 전문기자인 저자는 유니클로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1960년대 들어 백화점에서는 의류를 중심으로 풍부하고 다채롭게 상품을 진열하는 혁신이 일어났다. 이를 일본 의류업계의 1차 유통혁명이라 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는 다이에, 이토요카도 같은 GMS(종합소매업)로 인해 의류의 가격이 내려갔다. 이것을 제2차 유통혁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1990년대의 주된 흐름은 의류 전문점의 등장이었고 200년대 에는 이른바 SPA(제조소매)의 시대가 도래햇다. 이것이 3차 유통혁명이다. 그리고 유니클로는 제3차 유통혁명인 SPA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의류에서 원가는 얼마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부가가치가 아니라 유통비용이다. 유통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인데 유통과정이 복잡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의류는 상품의 특성상 뭐가 얼마나 팔릴지 예측이 쉽지 않다. 그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유통구조를 복잡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탁판매제도란 상품이 적중하거나 빗나갈 우려가 매우 큰 의류업계에서 재고부담을 각 유통단계로 분산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여기에 참여하는 회사들의 이익은 줄어들지만 업계전체가 안정적으로 상품을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하기위해 만들어진 구조이다.” 그러나 그 리스크는 결국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높은 가격을 패션과 브랜드란 포장을 씌워 가릴 뿐이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작은 소매점을 할 때부터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패션 상품이 다른 상품과 달리 부가가치 상품이라 할 수 있을까요? 어떤 필수품도 패션 요소를 뺄 수 없을 텐데 의류만 다른 것에 비해 과도하게 패션을 강조합니다. 저는 여기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니클로 같은 캐주얼 중에서 1500엔 정도 하는 상품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는 것처럼 혹은 지하철 가판대에서 주간지를 사는 것처럼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런 의문을 증명한 것은 1980년대 유니클로 1호점을 냈을 때였다. 당시는 거품경제의 영향으로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나 캐릭터 브랜드의 전성기였다. 그런 업계에서 그는 역주행을 감행한다. “나는 오히려 10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의류점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 의류점이지만 유행에도 신경을 쓰고 가격은 저렴한 캐주얼웨어를 셀프서비스로 제공하고 싶었다.” 그의 말처럼 주간지를 사듯 가벼운 마음으로 캐주얼웨어를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품을 1000엔과 1900엔짜리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야나이는 훗날 손님으로 넘쳐나는 매장을 보면서 광맥을 찾아낸 듯한 기분이엇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유니클로의 시작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니클로는 독창성과는 거리가 먼 브랜드이다. ‘한 전직 유니클로 사원은 이렇게 말한다. ‘유니클로에는 오리지널 콘셉트가 없다. 바꿔 말하면 옷을 만드는 데 근본이 되는 콘셉트, 즉 본질이 없다.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인 플리스, 히트테크, 브라 톱만 봐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어떤 옷을 만들고 싶은 기업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나는 유니클로에서 일할 당시 항상 일류 짝퉁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의 유니클로가 있게 된 것은 유니클로 1호점의 성공에서 얻은 야나이의 결론 때문이다. “첫째 캐주얼 의류의 수요는 연령이나 성별과 상관이 없다. 둘째 유행하는 상품보다 기본적인 상품의 수요가 더 많다. 셋째 NB가 아닌 PB라도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포착한 상품은 충분히 수요가 있다. 유니클로의 독창성은 캐주얼 의류의 개념을 바꾼 데 있다. 기존의 캐주얼=, 트렌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바꾸었다. 새로운 캐주얼 이미지는 캐주얼 컨비니언스즉 가까운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생필품이라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기존의 캐주얼이라는 틀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자신에게 맞도록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유니클로가 GAP 이 개척한 SPA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할 수 있게 했다. GAP은 복잡한 유통구조가 효율은 물론 이익도 떨어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료 조달에서 제조, 소매까지 한 회사가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1990년대에 미국 캐주얼 의류시장을 석권했다.” SPA 모델은 당시 일어난 물류혁명 즉 SCM(공급망관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물류는 전체 상품유통 중 제조업체에서 도매, 도매에서 소매라는 부분에만 한정해 생각했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의 개선이 아닌 일정한 부분의 최적화에만 골몰했다. 그러나 SCM은 원재료조달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상품유통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을 말한다. 요컨테 이것이야말로 기업 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이라 여기는 사고체계로 진화한 것이다. SPA는 유통의 시작부터 끝가지 커다란 하나의 흐름으로 간주하고 이것을 전체적으로 관리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유행상품이 아닌 필수품으로 캐주얼을 재정의하면서 품목을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유행보다 기본 수요에 집중하면서 만든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유통만 아닌라 원료부터 생산까지 통제하면서 품질을 일정하게 할 수 있었고 저렴하게 고품질의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상품을 100% 판매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재고를 감당할 수 있다. 즉 재고관리가 용이하다. 자사에서 개발해 판매하는 상품이 잘 안 팔릴 경우에는 다 팔릴 때까지 가격을 내릴 수도 잇다. 또 다른 장점은 유통의 상류에서 하류까지 한 회사가 총괄함으로써 히트상품관련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낭비를 없애 저가로 고품질을 구현하는 SPA 모델은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점과 맞물려 시장을 유니클로를 위한 것으로 바꾸어놓앗고 소비자를 바꾸어놓았다. “소비자들은 이제까지 정적가격이라 생각해온 의류가 불필요한 유통과정 때문에 가격에 거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전까지는 젊은 사람들도 경쟁하듯 고급 브랜드를 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패션에 돈을 들인다고 멋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유니클로는 의류업계에 만연했던 겉치레의 허울을 벗겨냈다. 이것이야만로 유니클로가 SPA를 확립함으로써 가져온 가장 큰 변화이다.  

 

그러나 유니클로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니클로가 야나이 상점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가 따라했던 GAP의 몰락원인도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GAP의 약진을 이끈 주역은 1980년대 전반 GAP 사장이 되고 그 후 CEO를 겸한 미키 드렉슬러였다. 드렉슬러는 고객의 추향을 읽어내고 유행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런 그의 능력은 GAP 급성자으이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GAP의 성장은 2000년부터 오랫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햇다.” 그 이유는 이렇다. “GAP처럼 생산을 해외 공장에 맡기면 어쩔 수 없이 리드 타임이 길어지기 때문에 판매 시점보다 수개월이나 앞서 고객의 취향을 예측해야 하는 위험을 항상 안을 수 밖에 없다. 소매업체, 특히 패션 관련 소매업체 사이에는 ‘(불량)재고=죽음이라는 표현이 있다. 불량 재고가 많이 쌓이면 어쩔 수 없이 할인 판매를 하게 되고 따라서 이익률 또한 낮아진다. GAP의 경우 몇 년동안 매장이 떠안고 있는 불량재고를 판매해왔다.” 불량재고가 늘어난 더 결정적 이유는 “200년대 들어 드랙슬러의 예측이 빗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리드타임이 수개월이 아니라 2주 정도로 짧은 ZARA에게 패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저자는 원 맨 경영이 GAP의 몰락을 불렀듯이 언제든 유니클로 역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 발열 내의나 브라 톱 같은 대히트 상품 덕분에 아직 GAP의 전철을 밟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계속해서 적은 종류의 상품만을 가지고 어림짐작한 수치로 발주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는 한 언젠가 야나이 회장의 센스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날이 오면 제2 GAP이 될 수 있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그러나 이책의 내용은 그보다는 야나이 회장의 원맨경영이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실제 회사에서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고 잇는지, 야나이 회장 한사람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구조가 되면서 회사의 문화가 어떻게 경직되었는지 등에 더 많은 지면이 할애된다. 그리고 저비용구조를 위해 직원들이 어떻게 소모되는지 등을 다루는데도 상당 지면이 할애된다. 실제 읽는 재미는 그 부분들이 더 크다. 그러나 전체적인 논리 흐름을 요약하기 위해 그런 내용들은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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