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 새로운 몰락의 시작, 금융위기와 부채의 복수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정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행복한 집은 고만고만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집은 가지가지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리나의 첫구절이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이책이 다루는 불행한 나라들의 모습은 가지가지이다.

 

아이슬란드, 그리스,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의 지자체들, 이책이 다루는 나라들은 모두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들이다. 금융위기라는 불행은 언제나 부채의 문제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은행이든 간에 부책 누적을 통한 과도한 외부 자본의 유입은 곧 금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과다한 부채 자금의 유입은 때때로 경제성장과 호황의 혜택보다 더욱 큰 체계적 위험을 불러온다. 민간부문에서 부채가 과다하게 차입될 경우 주택과 주식의 가격은 장기적 균형안정 수준 이상으로 크게 부풀 것이며 은행들은 자신들이 가진 생산 능력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다고 착각할 것이다. 특히 과도하게 차입한 부채는 신뢰의 위기를 가져오고 경제를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부채의 과다 차입을 통한 경기 호황은 정부의 정책 의사결정에 그릇된 확신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수익 뻥튀기와 국민생활의 수준이 향상됐다는 착시현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경기호황은 대부분으로 불행으로 막을 내린다.” (케네스 르고프, 카르멘 라인하트) 이책이 다루는 나라들의 모습은 이렇게 요약된다.

 

금융위기는 언제나 똑같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국 이전의 위기와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쳐 다르지 않은 결말로 끝나게 마련이다. 이번 금융위기도 다를 것이 없다. 언제나 탐욕으로 시작해 탐욕에 대한 징벌로 끝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탐욕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이책이 다루는 나라들의 탐욕은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전통적인 자산 거품이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의 경우인데 자산거품의 과정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 과정을 소로스는 이렇게 정리한다.

 

1.     시장 참여자들이 트렌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이 같은 관심으로 인해 트렌드 자체와 그에 대한 해석이 모두 심화된다. 이 해석에는 인식의 오류가 수반되낟.

2.     어떤 이유에서든 트렌드가 중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인식의 오류에 위협이 된다. 인식의 오류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버블은 확대되지 않는다. 그러나 트렌드가 중단되어도 인식의 오류가 계속 존재하게 된다면 트렌드와 인식의 오류는 더욱 힘을 얻는다.

3.     참여자들의 인식이 점차 기저현실과 동떨어지게 되어 참여자들이 서서히 모순을 인식하게 된다. 마침내 확신하는 참여자들보다 회의적인 참여자들이 많아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 이르게 되낟.

4.     진실이 밝혀지기 직전에는 관성으로 인해 잠시 동안은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다.

5.     그럼에도 트렌드가 역전되는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6.     그런 다음에는 불신이 만연해 트렌드가 반대방향으로 강화된다.

7.     어떤 형태이든 항상 신용이나 레버리지가 존재하므로 버블은 비대칭적 형태로 발전하여 서서히 확대되다 급격히 붕괴하며 결국 사라진다.

8.     이러한 과정을 형성하는 다양한 단계들은 그 순서만 사전에 정해져 잇다. 버블의 규모와 지속 기간은 예측할 수 없으며 어느 단계에서든 중단될 수 있다. 버블이 최대규모로 확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모든 버블의 형태는 똑같다. 단지 그 버블의 내용, 즉 트렌드가 가지가지일 뿐이다. 이책이 다루는 아이슬랜드와 아일랜드는 금융자산과 부동산이란 내용이 달랐을 뿐 버블을 키우고 버블을 터트린 사람들의 탐욕과 무지, 공포는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탐욕의 결과는 사회화되어 국가를 파산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책이 다루는 그리스와 미국 지자체의 경우는 다르다. 부채로 인한 금융위기이고 그 부채를 부른 것이 탐욕이라는 점에서도 같지만 그 내용은 경제학의 대상이 아닌 정치경제학의 대상이다.

 

그리스와 미국의 지자체들이 공식적인 파산만 기다리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세입보다 세출이 많은 재정구조 때문이다. 재정구조가 그렇게 이유는 정치경제학에서 말하는 rent-seeking politics 때문이다. 정치를 돈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분배의 문제이다. 국가의 자원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란 말이다. 그 과정이 공평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불공평이 과도할 때가 문제이다.

 

그리스인은 일단 불이 꺼지자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정부를 어마어마한 돈 보따리로 만들어 가급적 많은 시민들에게 한몫씩 안겨주고 싶어했다. 물론 정부를 돈 보따리로 만든 것은 막대한 대출자금이었다. 그리고 지난 12년동안 그리스의 공공부문 실질 임금은 두배나 올랐다. 이는 공무원들이 챙기는 뇌물은 계산에 넣지 않은 수치다. 그리스 공무원의 평균 임금은 민간부분의 거의 세배나 된다.” 미국 지자체들이 빚더미에 올라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그리스가 빚더미에 올라선 이유는 선심성 지출과 약속을 남발해 표를 사고 모자라는 돈은 부채로 채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뿌려대는 돈이 비생산적인 곳에 낭비된다는 것이며 너도나도 국가를 터는 rent-seeking politics을 맊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세금이라도 제대로 들어온다면 그나마 문제가 아니지만 그리스는 온 국민이 탈세범인 나라라는 문제가 있다. “세금을 내는 그리스인은 납세를 피할 수 없는 사람들, 즉 급여에서 세금을 공제당하는 샐러리맨뿐이다. 의사에서부터 가판대 운영자까지 자영업자들은 갖은 속임수로 거액의 탈세를 일삼았다. 이는 그리스가 모든 유럽국가들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다. 세무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런 것이 문화적인 특징이 되어버렸어요. 그리스인은 세금 내는 법을 배우지 못햇습니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죠. 이제까지 탈세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스인의 탈세 규모와 범위는 정말 놀라었다. 그리스 의사들 중 약 2/3 1년 소득을 12000유로( 1700만원) 미만으로 신고했다 12000유로 미만은 과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을 집행하면 그리스의 모든 의사가 감옥에 갈 겁니다.’ 그리스 경제에서 소득세 대상 중 30-40%는 공식적으로 신고를 하지 않는다. 반면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이 비율이 평균 약 18%에 지나지 않는다. 소득에 대한 조직적인 속임수 때문에 탈세가 어려운 세금 즉 부동산세와 판매세에 대한 정부의 의존도는 점점 높아졌다. 그러자 그리스 시민들은 매매가 이루어진 가격대로 보고하지 않고 허위가격을 보고하는 방법으로 그 문제에 대응했다.” 사회적 자본 또는 신뢰가 낮은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책에서 마지막으로 다루는 미국 지자체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에 파산에 직면해 있다. 이 경우엔 공무원들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선 로저 로웬스타인의 복지전쟁을 볼 것을 권한다. 이책에선 그 책에서 다루지 않는 캘리포니아 주를 전 주지사 아놀드 슈워츠제네거의 임기를 조명하면서 다룬다는 점이 색다르지만 전체적인 프로세스는 복지전쟁이 더 잘 되어 있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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