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게임을 한다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에 대한 심층적 고찰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비행기 타기를 끔찍이 싫어하지만 1년에 150시간 이상을 그렇게 끔찍하게 보낸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비행기에서 먹고 자고 일하진 못한다. 절대로 즐겁게비행기를 탈수가 없다. 거의 항상 불안감으로 안색이 안 좋다.

 

미국인 2,500만 명 이상이 비행을 두려워하고 상용 고객 중 52%가 항공기 탑승에 가장 어울리는 말로 답답함을 꼽았다. 통제권의 부재는 본질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저자는 게임을 하고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가 통제의 문제라 말한다. 세상일이라는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종잡을수도 없다. 현실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이코노미 좌석에 붙잡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와 비슷하다. 우리를 괴롭히는 스트레스의 정체는 통제의 문제란 말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상태에서보다 수명이 짧다. 객관적으로 안전을 보장하고 먹이가 더 풍족한데도 그렇다. 그 이유는 심리적 스트레스이다. 선택권이 없다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다. 

 

통제력을 행사하면 기분이 좋아지며 그러지 못하면 불쾌한 기분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반응은 동물에게 스트레스의 근원을 제거하고 통제력을 되찾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야생의 단기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근원이 지속된다면 다시 말해 피하거나 싸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면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어 결국 신체는 탈진 상태에 이른다.

 

인간이 정성껏 자신들을 보호해주지만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삶을 거의 통제할 수 없으르모 죽음의 함정에 빠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동물 우리를 둘러싼 어마어마한 해자와 벽, 그물, 유리벽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동물이 탈출을 시도하는데 그중 일부는 성공하기도 한다. 2004년 베를린동물원에서는 마치 안경 쓴 것처럼 눈 둘레에 백색테가 있는 안데스 산 안경곰 후앙이 통나무를 이용해 서식지의 해자를 건넌 다음 벽을 타고 넘어가 자유를 쟁취했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후앙이 동물원의 회전목마를 한 바퀴 돌고 미끄럼을 몇 차례 탄 뒤에야 허둥지둥 진정제를 쏘아 체포할 수 있었다.” (쉬나 아이엔가)

 

동물이 자유를 찾아 우리를 탈출하듯 인간도 자유를 찾아 숨쉴 곳이 필요하다. 자신이 현실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현실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한다. 저자는 게임이 그런 곳이라 말하낟.

 

게이머들은 이제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게임 세계에서는 전력을 다해 충실히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현실 세계에서는 대체 어디에서 그런 느낌을 찾을 수 있을까? 능력을 발휘해 동료와 함께 장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느낌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당성했을 때 찾아오는 감격스러운 성취감은? 개인적인 성공과 더불어 팀에서 함께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벅찬 감동은? 물론 현실에서도 이따금 그 같은 즐거움을 경험하긴 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는 그야말로 그칠줄을 모르고 계속된다.” 그러니 게이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게임과 비교한다면 현실을 망가져 있다.”

 

가장의 69%가 컴퓨터,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

젊은 층의 97%가 컴퓨터,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

게이머의 40%가 여성이다.

게이머 4명 중 1명이 50세 이상이다.

게이머의 평균 연령은 35세로 평균 12년 간 게임을 즐겼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할 생각이다.”

 

미국의 통계이지만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현실보다 게임이 더 현실감을 주기 때문이라 저자는 말한다. “게임을 하면 통제권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 진정한 게임은 언제나 자발적이기에 게임 플레이는 자유를 행사하는 행위이다. 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실력을 기르는 과정에서 유능감과 지배감도 생긴다.” 간단히 말해 게임을 하면 자신이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말이다.

 

모든 게임에는 목표, 규칙,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라는 4가지 본질적 특징이 있다.

목표는 플레이어가 성취해야 하는 구체적 결과다. 규칙은 플레이어가 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하도록 제약을 만든다. 확실한목표 달성 방법을 없애거나 제한하여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로써 창의력이 발휘되고 전략적 사고가 활발히 일어난다. 피드백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목표에 얼마나 다가섰는지 알려준다. 실시간 피드백은 목표달성이 분명히 가능하다는 약속으로서 플레이어가 계속 게임을 하도록 의욕을 불어넣는다. 자발적 참여는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이 목표, 규칙, 피드백 시스템을 선뜻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한다. 이러한 자발적 수용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할 공동기반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음대로 게임에 참여하고 끝낼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플레이어는 어렵고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게임에서 안정감과 재미를 느낀다.”

 

4가지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런 말이 된다. “게임을 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행위다.” 골프를 예로 들어보자. “골퍼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다른 사람보다 공을 적게 쳐서 조그만 홀에 집어넣는 것이다. 게임이 아니라면 식은 죽 먹기다. 그냥 공을 잡고 걸어가서 홀에 떨어뜨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클럽으로 공을 치기로 정했기 때문에 골프는 게임이다. 즉 모든 사람이 과제 어려운 방식을 통해 해결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골프에 열중한다. 믿을만한 피드백 시스템도 있다. 그래서 공이 홀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스트로크 몇번 만에 들어갔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게임의 4가지 특성은 우리가 상황을 통제하고 잇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가 말하는 4가지 특성은 우리가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이며 인간 행위의 본질이다. 그러나 게임과 달리 현실에선 4가지 중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다.

 

현실 생활에서 힘든 일을 해야 할 때는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다. 먹고살기 위해, 출새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니면 그저 남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그런식으로 해야 하는 일을 혐오한다.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가족, 친구와 보낸 시간도 빼앗긴다. 게다가 싫은 소리는 왜 또 그렇게 많이 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왠만해서는 노력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좀처럼 만족을 못 느낀다.”

 

일이 놀이보다 재미있다.’ 사람은 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것이다. 생리적으로 일은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일을 하려면 어쨌든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도 긍정적인 것이 있다. 현실과 달리 우리의 심리메커니즘에 맞게 설계된 게임을 할 때 우리는 긍정적 스트레스, 유스트레스를 받는다. “유스트레스는 부정적 스트레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유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며 두뇌의 통제 충추로 가는 혈류가 증가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가짐에는 튼 차이가 있다. 유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두려움이나 비관에 빠지지 않는다. 일부러 스트레스 상황을 만들었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태도가 낙관저으로 변한다. 자발적으로 힘든 일을 택했을 때 우리는 자극과 활성 상태를 즐긴다. 어서 달려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끝내고 싶어진다. 이렇게 낙관적이고 기운찬 상태가 휴식보다 훨씬 기분을 좋게 한다.”

 

유스트레스를 사람들이 즐기는 이유는 그것이 힘든 재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든 재미에서 사람들이 얻는 보상을 피에로 fiero’라 게임업계에선 부른다. “피에로는 역셩을 극복하고 느끼는 기분이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직접 느껴보면 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피에로를 느끼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피에로를 표현할 때 하나같이 두팔을 높이 쳐들고 소리를 지르니 말이다. 피에로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신경화학계의 최고조 상태다. 피에로는 다른 감정격발상태와 다르고 장애를 힘들게 극복할수록 강렬해진다.”

 

왜 사람들이 게임에 매혹되는지 알겠다. 그런데 그것은 도피가 아닌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길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업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업무 중에 짬짬이 게임을 즐긴다고 밝였다. 임원 대다수가 날마다 15분에서 1시간 정도씩 게임으로 휴식한다는 말이다. 많은 임원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즐긴다고 하는데 이는 당연한 말이다. 현실의 일이라는 외적 압력 즉 부정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게임 속 일이라는 내적 압력 즉 긍정적 스트레스로 주의를 돌인다. 이들은 잠깐 컴퓨터 게임을 하고 나면 자신감과 활력이 생기고 집중력이 증가한다고 했다. 모두 유스테스의 특징이다.”

 

저자는 그외에도 여러가지 예를 든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소셜게임은 게임을 같이 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같이 보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구실을 제공한다. “렉슈러스는 2007년에 출시돼 페이스북 최초로 거대 사용자층을 형성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말잊기 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려고 일부러 렉슐러스를 한다. 연락할까 말까 망성이던 사람은 렉슐러스가 계기가 된다. 내가 말한 차례가 됐다고 일러주니 능동적인 연결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셜 네트웤 게임을 하면 우리가 사랑하지만 평소 잘 만나지 못하거나 대화가 부족한 사람과 끈끈하고 능동적인 연결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더 쉽고 재미있어진다.”

 

그러나 저자가 이책으로 보여주려는 것은 그 이상이다. 게임이 세상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게임 디자인의 논리로 세상을 디자인한다면? 그 좋은 예로 저자는 게임처럼 디자인된 학교를 말한다.

 

뉴욕 시의 퀘스트 투 런 6-12학년 학생을 위한 자율형 공립학교이다. 세ㅐ계최초의 게임 기반 학교로 전 세계 학교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 설립자들의 바람이다.”

 

이학교 학생의 일과는 이런 식이다. “오전 9시 영어 시간 지금 라이는 레벨 업에 온 정신 쏠려 있다. 이야기하기 수업에 참여해 벌써 5점을 받았다. 이제 7점만 더 받으면 이야기의 달인반열에 오른다. 오늘은 작문 미션도 완수해 점수를 더할 생각이다. 레벨 업은 정규 곡선에 따라 A에서 F로 점수를 매기는 체계보다 평등하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레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퀘스트에 실패하더라도 성적표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남지 않는다. 더 많은 퀘스트를 수행해 원하는 만큼 점수를 얻으면 그만이다. 이 같은 성적 체계는 부정적 스트레스가 아닌 긍정적 스트레스를 일으켜 학생이 수행평가가 아니라 학습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오후 6, 라이는 집에서 베티라는 가상 인물과 이야기하고 있다. 베티에세 대분수 나눗셈을 가르치는게 목표다. 베티는 교육 가능체라는 것으로 아이들이 디지털 캐릭터에게 특정한 문제 해결 방법을 가르치게 하는 평가도구다 다시 말해 라이보다 더 적게 알도록 디자인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라이가 할 일은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것. 교육가능체가 쪽지시험을 대신하므로 압박감 속에서 문제를 풀 때 생기는 불안감을 줄인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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