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덫 걷어차기
딘 칼란 & 제이콥 아펠 지음, 신현규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이책은 전에 리뷰한 세계 절반 구하기와 같은 문제를 다룬다. “서구 세계가 지난 50년간 대외 원조로 23000억 달러를 지출했지만 말라리아 치사율을 절반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12센트에 불과한 약품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 세계는 2 3000억 달러를 지출했지만 가난한 가정에 4달러짜리 모기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 세계는 2 3000억달러를 지출했지만 500만건의 어린이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3달러를 초보엄마 들에게 지급하지 못하고 잇다, 서구 세계는 2 3000억달러를 지출했지만 아마레치는 여전히 나무를 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선의의 동정심을 가지고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편의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극이다. (이스털리)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스털리는 그 이유를 원조계획의 패러다임이 잘못되었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이책은 원조 프로그램의 디테일이 문제라는 관점이다.

 

이스털리의 책은 이 분야에선 상당한 지명도를 얻었다. 저자의 전공이 개발경제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세계은행 고위직에서 오랜 실무를 거치면서 얻은 결론을 구체적이면서 체계적으로 말한다. 책 자체의 급으로 보자면 이책보다 몇수 위이다.

 

그러나 이스털리의 책은 내부자의 관점이다. 다시 말해 원조를 주는 입장에서 문제를 분석한다. 원조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저자만이 가질 수 있는 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왜 문제가 일어나는가를 원조를 받는 입장에서 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책의 가치는 그 관점에 있다.

 

이책의 내용은 잡다하다 하겠다. 행동경제학 서적들이 원래 그렇듯이 다양한 사례들이 나열되지 그 사례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시스템은 없다.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읽고 나면 어 뭐가 있었지 뭐가 있었지 하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어쩌다 책에서 읽었던 경우와 연결되는 일을 겪을 때 아 하고 떠오르면 다행인행동경제학 책이 원래 그렇다. 이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행동경제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을 어떻게 실제 현장에서 응용하는가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이책이 원조를 받는 입장의 시점을 취할 수 있는 것은 행동경제학이란 관점의 힘이다.

 

이 책의 내용은 잡다하지만 기본 골격은 모두 동일하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실제 효과가 있는가? 효과가 있는가는 확인해봐야 할 문제이다. 그럼 어떻게? 현장에 가봐야 안다. 문제는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이다. 저자들은 그 답을 행동경제학에서 찾는다.

 

이책의 내용은 저자들이 실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데 참여했거나 프로그램을 검증해본 것들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단지 그 검증의 방법론이 행동경제학이라는 것이 이책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해봤자 이책이 무슨 내용일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행동경제학이란 말이 거창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사실 이책이 말하는 프로그램의 검증방법은 굳이 행동경제학이란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자들이 하려는 말은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경제학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모델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의 사람들이 어떤 동기로 움직이는가를 가서 확인하자는 것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의 의의는 주류경제학의 편협한 관점을 버리자는(또는 확장하자는) 것 이상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이 실제 말하는 내용은 심리학이나 사회학, 정치학에서 빌려온 것들이다. 단지 그 연구자의 월급이 나오는 곳이 경제학과이기 때문에 경제학이란 말이 붙었을 뿐이다.

 

이책의 구체적 내용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제학자가 아니라도 사회과학 어느 과에서든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책의 의미는 사실 방법론에 있지 않다. 행동경제학이 경제학에선 새로울지 모르지만 다른 분과에선 언제나 하던 일일 뿐이다. 아마도 이책의 작업은 인류학자들이 더 잘했을 것같다. 이책의 의의는 저자들이 보여주는 프로그램 검증의 방법론보다는 실제 저자들이 해온 작업을 책으로 엮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이책의 반 이상은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에 할애되는데 이책을 읽어가다보면 막연하게 좋은 것이라 알고 있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실제와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책의 의미는 저자들이 실제 했던 필드워크라는 점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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