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국제체제는 중심부와 주변부 경제로 나뉜다. 중심부는 대외 준비금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발행하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며 자신들의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심부를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리 떨어진 주변부는 저평가된 환율 유지를 바탕으로 수출주도성장에 몰두한다. 그 결과는 중심부 국가가 자국 통화표시로 발행한 저수익 대외준비금의 대규모 축적이다. 1960년대에 중심부는 미국이엇고 주변부는 유럽과 일본이었다. 이제는 아시아 신흥시장이라는 새로운 주변부가 등장했다. 중심부는 여전히 미국이고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 역시 여전하다.

미국은 적자를 계속 내면서도 달러의 가치는 주변부 통화에 대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변부 중앙은행들은 자국 환율이 절상되지 않도록 시장에 개입하여 달러를 매입한다. 1990년대 외환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 즉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대외 준비금 축적을 통해 정부는 금융흐름의 갑작스런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인해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되었다. 준비금을 늘리려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국이 쏟아내는 달러표시 증권을 기꺼이 흡수해가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공공지출을 억제해야 하는 압력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미국은 다른 채무자에 비해 낮은 금리를 지불하면서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에 채권을 매각했다. 그 결과 달러는 별로 절하되지 않는다. 이는 프랑스가 1960년대에 불평햇던 ‘과분한 특권’이엇다.

이 상황은 1950-60년대와 흡사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제2의 브래튼우즈라 부른다. 본래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20년의 좋은 시절 동안 존재햇다면 신브래튼우즈도 마찬가지엿다.

시장에 맡겨두면 후발경제의 통화가치는 오른다. 생산성이 신속하게 오르기 때문에 통화의 가치는 오른다. 통화절상은 고도의 생산성이 고도의 생활수준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시장의 압력은 영원히 병속에 머물러 잇지 않는다. 본래의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시장의 압력은 1970년대 초에 폭발햇다.” (저자의 ‘글로벌 불균형’)

신브레튼우즈 체제가 유지된 이유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샀기 때문이다. 유일한 국제통화인 “달러를 사들이면 대미환율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환율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 아시아 지역 내의 부품교역에서도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있었다. 대부분의 교역이 달러로 정구되고 결제되기 땝문에 대미환율을 안정시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했다. 환율방어는 달러의 축적을 촉진했다. 또 다른 요인은 미국 채권시장이 자랑하는 풍부한 유동성이었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낮은 비용으로 쉽게 매매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유동성을 해외투자자들이 제공했다는 점에서 달러는 보유통화와 국제통화로서 특권을 누리는 셈이엇다.”

그러나 신브레튼우즈 체제 역시 2008년 폭발했다. 팍스 브리태니커의 아름다웠던 시절, 벨르 에포크가 그랬던 것처럼 신브래튼우즈, 또는 글로벌 불균형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벨르 에포크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은 끝났고 앞으로 팍스 아메리카가 어떻게 될지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의 패권은 끝났다는 것이다. 팍스 브리태니카를 지탱하는 세 기둥은 군사력과 산업력, 금융력이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떠받쳤던 것 역시 그 세가지였다. 그러나 영국이 그랫던 것처럼 산업경쟁력이 먼저 흔들렸고 이라크에서 군사력이 흔들린 다음 금융위기로 금융력도 흔들렷다.

“안정성은 국제거래에 널리 쓰이는 통화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이다. 용도가 지급수단이든, 회계수단이든, 가치저장수단이든 간에 안정성은 수출자와 수입자 그리고 투자자가 가장 먼저 찾는 조건이다. 금융위기만큼 통화의 지위에 치명적인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일은 없다.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달러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었다. 미국이 고품질 금융상품의 발행국으로서 경쟁우위를 가진다는 주장은 이제 농담으로 치부되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고품질의 상품을팔고 우리는 그들에게 고품질의 금융자산을 판다’라는 말은 ‘그들은 우리에게 유독성 장난감을 팔고 우리는 그들에게 유독성 채권을 판다’는 말로 대체되었다.”

저자는 지금의 미국이 1차대전 직후 영국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16-17세기 유럽 최강국이었던 스페인 제국은 한때 세계 금과 은 총량의 80%를 가진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다른 국가들은 모두 스페인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한 국가가 이토록 많은 부를 가지면 그 국가는 부를 창조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쉽게 돈을 벌게 된 ‘스페인 제조업자들은 더 이상 힘든 생산활동을 하지 않았다. 손에 들어온 주문을 다른 국가에 대량으로 하도급을 주었다. 영국의 방직업, 네델란드의 조선업, 이탈리아의 농장업과 북유럽의 어업이 스페인을 대신해 제품을 만들었다. 스페인을 부를 믿고 무절제한 소비와 대외 확장만 추구하다 생산이 위축되고 재정이 파탄나고 실업률이 급증했다.

세계의 맹주 자리를 차지한 영국은 스페인 제국과 같은 기로에 섰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노동으로 계속 부를 창출할 것인가 아니면 군사패권과 금융패권으로 다른 사람의 노동성과를 나눠가질 것인가? 이미 많은 부를 거머쥔 영국인들은 스페인처럼 후자를 선택했다.

역사는 놀랄만큼 반복된다. 미국은 200년 동안 고통스런 노동을 통해 거대한 부를 창조한 후 스페인과 영국처럼 점차 부의 창조능력을 상실했다.미국은 달러 발행 특권을 행사하면서 세뇨리지 수익과 자본 투자수익을 얻는 데만 혈안이 돼 귾임없이 자국 산업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인은 거액의 이익을 얻는 대가로 부의 창조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쑹홍빙)

패권의 세 기둥 가운데 경제력은 나머지 둘의 뿌리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흔들린다고 나머지 둘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차대전 이전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1870년에는 총생산에서, 1912년에는 총수출에서 영국을 따라잡았다. 그래서 미국이 계속 런던의 무역금융에 의존하고 달러가 국제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 나라의 금융력은 그 나라 통화에 대한 수요에 기초한다. 그 나라 통화의 수요가 있다는 말은 그 나라에서 사올 것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규모가 크고 경쟁력있는 경제라면 그 국가의 통화에 대한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고 통화에 대한 수요는 그 나라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낳는다. 영국이 금융패권을 쥘 수 있었던 것도 산업혁명 이후 월등한 경제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왜 유럽 국가들은 줄지어 1870년대에 금본위를 채택했는가?” 답은 간단하다. “세계적 경제대국이자 해외금융의 주요원천인 영국이 금본위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영국이 금본위를 채택했기 때문에 최대교역국이었던 “유럽 2위의 산업국 독일도 영국을 따라 1871년 금본위제를 채택했”고 다른 나라들도 그 뒤를 따랐다. (저자의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2차대전 이후 달러가 파운드의 지위를 대신한 것은 당연했다. “2차대전 후 25년 동안 달러는 최고의 지위를 누렸다. 2차대전을 통해 국력이 강화된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미국경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으로 성장햇다. (고립된 소련을 빼면)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의 절반을 차지했다. 달러는 전 세계에 걸쳐 자유롭게 거래되는 유일한 통화가 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1차대전 후에도 미국은 그런 위치였다는 점이다. 왜 달러는 파운드의 지위를 더 일찍 차지하지 못햇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닉슨 쇼크 이후에도 달러가 패권을 유지한 까닭과 같다고 말한다. 미국의 금융력, “런던에 비해 뒤떨어지는 경쟁력이었다. 런던에는 쉽게” 깊고 넓은 “투자시장이 있었다. 그래서 리스크가 줄고 이율은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안정된 가격에 매매할 수 있었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런던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한 셈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면 그에 비례해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이러한 투명성은 더 많은 투자자를 런던으로 끌어들여 유동성을 늘렸다.”

그러나 뉴욕은 전혀 그런 시장을 갖고 잇지 않았다. 그 때문에 “미국의 월등한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1차대전 전까지 프랑스 프랑, 독일 마르크, 스위스 프랑, 네델란드 길더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리라, 벨기에 프랑, 오스트리아 실링이 달러보다 나은 대접을 받았다. 또한 외환보유고 점유율을 보면 파운드가 약 절반, 프랑스 파랑이 30%, 독일 마르크가 15%였다. 달러는 보유통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조차 못했다.”

런던의 경쟁력 때문에 경제규모에서 미국과 독일이 영국을 추월한지 오래엿지만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영국의 파운드였다.

그러나 금융력은 경제력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1차대전 동안 미국은 세계의 순수창과 곡물창 역할을 하면서 엄청나게 수출을 늘렸다.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남미와 아시아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덕분에 미국은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또한 1차대전은 유럽 무역금융시장의 수급을 왜곡했다. 유럽정부들이 전시동원체제에 돌입하면서 무역금융시장을 운영할 자본이 귀해졋다. 독일과 영국 은행들은 수입에 필요한 환어음을 인수해달라고 뉴욕은행들에게 요청했다. 뉴욕은행들은 신용을 제공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지형이 바뀐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1915년부터 금 대비 파운드의 가치가 심하게 요동쳤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파운드의 매력을 크게 떨어트렷다. 여전히 금에 확고하게 연동된 달러라는 대안을 감안하면 파운드이 매력은 더욱 떨어졌다. 그래서 미국뿐만 아니라 남미와 아시아의 무역업자들도 달러로 거래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1920년대 후반기에 달러 표시 해외 환어음의 액수는 파운드 표시 액수보다 두배나 많았다. 1924년에는 다른 나라들의 달러 보유액이 파운드 보유액을 앞질렀다.”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1차대전 전만 하더라도 파운드의 지위는 확고하게 보였고 런던의 경쟁력은 절대적이었다. 국제통화로서 파운드의 현직 프리미엄은 절대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파운드가 1차대전으로 타격을 받은 것처럼 달러도 고질적인 재정적자로 타격을 받았다. 또한 연준이 뉴욕에 환어음시장을 육성하려고 노력했듯이 중국정부도 상하이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의문점은 왜 달러가 1970년대가 아니라 지금 몰락의 징후를 보이느냐이다. 신브레튼우즈 체제가 흔들리는 이유인 미국의 적자는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상황은 지금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현재의 중국과 인도처럼 빠르게 성장하던 유럽과 일본은 불가피하게 달러를 축적하기 시작햇다. 그들은 달러가 계속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지금이 1960년대와 다른 점은 달러의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닉슨 쇼크 이후에도 “환율은 달라졌지만 국제통화체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른 통화들은 여전히 달러에 연동되었다.” 1970년대는 달러에 유리하지 않았다. 연이은 “평가절하, 인플레 등은 달러의 위상을 전혀 높이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달러로부터의 이탈은 일어나지 않았다. 석유거래 통화를 늘리겠다는 OPEC의 논의도 흐지부지되었다.해외 정부와 중앙은행들도 다른 통화로 옮겨가는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달러의 지배가 계속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이자 교역국이었으며 가장 큰 금융시장을 갖고 잇었다. 주요 경쟁통화인 마르크를 발행하는 독일의 경제규모는 미국에 비하면 작은 수준에 불과했다.” 경제규모가 작다는 것은 그 경제의 통화로 가능한 금융시장의 크기도 작고 금융시장이 작기 때문에 그 통화로 살 수 있는 금융상품도 작다는 말이다. 독일은 “그래서 중앙은행과 해외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달러가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진 이후에 그랫듯이 달러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뿐이엇다.”

그러나 1999년 유로와 함께 사정이 달라졋다.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이 1960년대와 다른 점은 달러의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외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보유고를 점진적으로 분산시키면서 부드럽게 전환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해외 정부와 중앙은행들에게 유로를 공급할 수 있다. 중국인민은앻 역시 위안을 공급할 수 있다. 전환과정에서 변동환률제로 묶인 유로와 달러의 상대적 가치도 조금씩 조정될 것이다. 이 경우 달러는 국제금융시장과 국제통화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하지 않고도 절하될 수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달러의 국제적 역할이 거의 줄어들지 않앗다는 것이다. 국제거래에서 다른 통화의 사용은 뚜렷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의 지위는 굳건하다. 달러는 85%의 외환거래에 사용된다.”

아직 신브레튼우즈 체제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예를 들어 “중앙은행들이 보유통화를 다변화하려면 달러 외 다른 통화로 표시되는 채권시장과 예금시장이 미국만큼 풍부한 유동성을 가져야 한다.” 유력한 경쟁자인 유로 채권시장은 “미국보다 작고 유동성도 부족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로가 나라 없는 통화라는 것이다. 단일 정부의 부재는 달러에 대항하는 유로의 힘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이다. 유럽에 경제적 문제가 생기면 회원국 사이의 복잡한 의견조율을 거쳐야 한다. 가령 한 나라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은 재정위기에 빠지면 회원국들이 힘을 모아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한 다음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지기 어렵고 합의가 결렬될수도 있기 때문에 예상 밖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처진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섣불리 유로를 축적하기 어렵다. 그리스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단적인 예다.”

그러면 위안화는 어떨까? 현재로선 위안이 달러의 지위는 고사하고 지역통화로 자리잡는 것도 힘들어보인다. 중국은 전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내는 동시에 위안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위안을 확보하려면” 미국정부가 전후 마셜플랜으로 유럽에 달러를 공급하고 미국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했던 것처럼 “중국도 대출이나 투자를 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잇다. 중국정부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알고 잇다는 증거다.

위안화가 국제거래에 폭넓게 사용되면 중국은 국제수지를 관리하기 위해 굳이 외환보유고를 둘 필요가 없다. 미국처럼 필요한만큼 위안화를 더 찍어내면 그만이다.”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자리잡게 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많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중국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상품거래뿐만 아니라 금융거래에서도 자유롭게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냐다.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자유화를 조화시키려면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은행을 영리화하고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고 합리적인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추진하며 더 큰 규모의 자본흐름을 수용할 수 잇도록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 다시말해 중국은 은행대출과 고정환율제에 기반을 둔 성장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이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 전면 개방된 위안 표시 채권시장이 열린다면 중국정부가 자금흐름을 관리하는데 지장이 생긴다. 중국인들은 위안화로 수익이 보장되는 채권을 예금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볼 것이다. 그려면 중국식 성장모델의 기반이 위협받게 된다.” 쉽지 않고 빨리 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위안이 달러를 대체한다는 것은 예상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1차대전 전후로 “미국이 10년이 안되는 기간에 달러를 국제통화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중국정부가 세운 목표는 이미 달성한 전례가 있다.” 그리고 달러가 국제통화로 데뷔한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는 위안이 지역통화 이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0년까지 10년동안 연 7%로 “성장한다 해도 GDP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결국 위안화는 2020년에도 달러보다 작은 도약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위한표시 채권시장의 유동성도 달러 표시 채권시장에 견줄 바가 못될 것이다. 그만큼 위안화의 국제보유고 비중은 제한될 것이다. 결국 유로 보유고가 유럽지역에 집중되듯이 위안 보유고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국제통화체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의 답은 “국제통화의 다변화다. 세계경제가 갈수록 다극화되면서 달러의 독점체제를 허물고 잇다.” 언제 그렇게 될지는 달러의 “현직 프리미엄의 정도에 달렸다. 국제통화를 향한 경쟁은 현상유지 편향의 영향을 받는다. 수출자와 수입자 그리고 채권 발행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통화를 쓰는 것이 이득이다. 물론 현상 유지의 대상은 달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달러의 독점은 깨질 것이다. “21세기의 세계경제 규모는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복수의 금융시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달러 유로 위안이 주요 국제통화로 나서겟지만 시장을 전부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세개의 국제통화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곧 더 많은 국제통화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뜻도 된다.” 저자는 그 후보로 인도의 루피와 브라질의 헤알을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물론 복수통화가 달러의 몰락일 필요는 없다. 파운드 시절에도 파운드는 독점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킨 근본적인 요소가 달러의 국제적 위상도 약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의 다극화다. 더 이상 세계 총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나라의 통화인 달러를 국제교역의 청구와 결제에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지 않다. 달러가 외환보유고의 대다수를 차지해야 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계경제가 다극화됨녀 통화체제도 다극화되는 것이 논리적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있었다’. 해외의 상품과 기업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자원을 그냥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은 데스텡 프랑스 재무장관이 불평했던 바로 그 과분한 특권(이책의 원제목)이었다.” 그러나 경쟁은 더 이상 그런 특권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달러가 경쟁에서 이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역사적으로 대표적 국제통화는 언제나 대표적 강대국이 발행했다. 강대국은 국제관계를 결정할 군사력과 통화를 뒷받침할 정치력을 가진다. 미국은 2차대전 후 연합국들에게 달러를 떠받치라고 요구할 수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그런 힘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달러의 특권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달러는 국제통화로 남을 수 잇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예전과 달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영국이 2차대전 후에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은 것은 순채무국이 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경제적 성과가 빈약하여 국가재정이 곤궁해졌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실상 환율이나 대외부채가 아니라 경제의 기초체력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현명하게 대처하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 좋은 소식은 달러의 운명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평점 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