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전략 - 루이비통도 벤치마킹하는 럭셔리 브랜드 No.1 샤넬의 마케팅 비법
스기모토 가나 지음, 나가사와 신야 엮음, 이수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업종의 본질이란 이건희 전회장이 좋아하던 말이다. 백화점의 본질은 무엇인가? 부동산업이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세를 놓는 것이 백화점업의 본질이다. 생명보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줌마 장사다. 보험 아줌마를 다루는 것이 이 업종의 본질이란 말이다.

원래 업종의 본질이란 말은 피터 드러커의 질문에서 나왔다. 컨설턴트로서 드러커는 이렇게 질문하길 좋아했다.

“1.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
2. 고객은 무엇을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하는가?
이 두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오랜 토론을 한 후 드러커는 이렇게 질문한다.
3. 고객과의 관계에서 당신이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
4. 당신의 대 고객전략은 당신의 기업전략과 잘 부합하는가?”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어떤 업종이든 어떤 사업이든 그 전략은 네가지 질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네가지 질문의 본질은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란 질문이다. 나머지는 그 질문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하다. 업종의 본질은 고객이 누구인가에서 정의된다. 그러면 럭셔리 또는 명품 업종의 본질은 무엇인가?

여성용 명품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그래프로 그려보자. Y축이 고객의 연령, X축이 여성화의 정도라면 가장 왼쪽의 꼭지점에 프라다가 자리잡고 중간에 루이비통, 구찌가 놓이고 우상단부터 샤넬, 디올, 이브생로랑이 자리잡는 삼각형이 그려진다.

프라다 역시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여성화 정도가 가장 낮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프라다의 업종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난다. 편집장 미란다는 늘 박수갈채와 유명세를 몰고 다니는 매력적인 중년 여성으로 남성들 위에 군림하는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에 남성들은 감히 접근할 엄두를 못낸다.” (량셴핑)

프라다의 포지셔닝은 LG와 손잡고 만든 프라다 핸드폰에도 나타난다. “심플한 디자인과 블랙의 색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이 핸드폰은 마치 업무용 컴퓨터 같은 단단한 모습을 하고 잇다. 영화의 미란다도 검은색 옷을 입고 프라다 핸드폰을 사용한다.

미란다를 닮아가는 자신을 견디기 힘들었던 안드레이는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았던 프라다 핸드폰을 분수대에 버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이를 지켜보던 미란다는 안드레아에게 ‘받아들일 수 없다면 영원히 떠나라’고 말한다. 이 한마디가 바로 프라다 브랜드의 핵심이다. ‘좋으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말아라!’ 이것이 프라다가 100년이 넘도록 키워온 업종의 본질이자 브랜드의 정신이다.” (량셴핑)

삼각형의 전부를 차지할 수는 없다. 그 삼각형의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포지셔닝) 이상은 비현실적이다. 브랜드 구축이란 그 포지셔닝을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업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시장의 정점에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기업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샤넬의 고객은 누구인가? 럭셔리 마켓의 삼각형에서 샤넬은 프라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삼각형에서 프라다는 좌상단에 놓이는 반면 샤넬은 우상단을 차지한다. “샤넬의 경우 비교적 높은 연령과 여성화의 정도를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포지셔닝되어 잇다. 그래서 샤넬의 광고 모델은 우아하고 고귀한 이미지를 가진 원숙미가 넘치는 여성이다.” (량셴핑)

미란다가 프라다의 이미지를 체현한다면 샤넬의 이미지는 안나 카레리나이다.

"키티는 새빨개진 얼굴로 크라빈의 무릎에서 치맛자락을 잡아당기고는 약간 현기증을 느끼며 안나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안나는 여러 부인과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엇다. 안나는 키티가 간절히 바라던 라일락 색 옷이 아닌 깊게 파인 검은 벨벳 드레스를 입었다. 그 드레스는 오래된 상아로 조각한 듯한 그녀의 풍만한 어깨와 가슴, 둥그스름한 팔, 작고 가느다란 손을 훤히 드러냈다. 그리고 드레스의 가장 자리에는 베네치아산 레이스가 박음질되어있었다. 장식 가발이 섞이지 않은 그녀의 검은 머리에는 삼색 팬지꽃을 엮은 작은 화환이 있었고 허리에 감은 검은 리본에도 하얀 레이스 사이에 똑같은 꽃으로 엮은 띠가 달려있었다. 그녀의 머리모양은 그다지 시선을 끌지않았다.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늘 그녀의 목덜미와 관자놀이에서 제멋대로 흘러내리는 곱슬머리의 작은 고리들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칼로 조각한 듯한 단단한 목에는 진주목걸이가 걸려있었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에는 무도회 장면이 나온다. 이 무도회에서 여주인공 안나가 입은 드레스와 연적인 키티가 입은 드레스의 대비는 그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머리에 강력한 이미지로 남는다.
키티는 ‘비상한 노력과 정성’ 을 들여 메이크업에서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 여러 가지 레이스와 장미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장밋빛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산더미처럼 높은 금빛 가발을 올리고 이파리가 두 장 붙어 있는 장미꽃을 꽂았다. 구두까지 장밋빛이어서 그녀는 온통 장밋빛이다.
안나는 장식이 고도로 절제된 단순한 디자인의 검은 드레스를 입는다. 머리는 가발 없이 뒤로 단출하게 묶고 목에는 진주 목걸이 하나만 걸었다. 톨스토이는 여주인공의 매력이 극대화되어야 하는 대목에서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검정 드레스를 입힘으로써 단순함의 위력을 과시한다. ‘안나의 매력의 진수는 그녀가 항상 화장이나 옷치장을 초월하고 있다는 점,그리고 화장이나 옷치장이 절대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이라는 것이다.
덕지덕지 장식을 단 키티와 심플한 블랙 드레스의 안나. 두 사람의 대비는 숨 막히게 강렬하다. 단순하고 소박한 드레스는 여주인공의 생생한 아름다움과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주위를 압도한다. (이상 박홍규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에서 해당 부분의 요약)

톨스토이의 안나는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코코 샤넬이 탄생시킨 패션은 ‘남성에게 지배당하던 여성의 몸과 마음을 해방시켯다’라거나 ‘여성에게 옷을 통해 새로운 삶과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는 평가는 파멸해 가기 전의 안나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샤넬 자신도 그런 여성이었다. ‘자립한 여성’ 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이라 평해지는 그녀 자신이 샤넬이란 브랜드가 대표하는 여성상을 현실로 구현했다.

강인한 여성이 되고 싶다면 루이비통이나 프라다를 찾고 남자의 사랑스런 그녀가 되고 싶다면 안나수이와 함께 하고 우아한 원숙미를 풍기는 여성이 되고 싶다면 샤넬을 찾으면 된다. 샤넬의 본질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샤넬 브랜드의 포지셔닝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책은 명품 브랜드로서 샤넬의 본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저자가 이책에서 다루려는 것은 코코 샤넬과 그녀의 살아있는 화신이랄 수 있는 칼 라거펠트의 철학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고 유통될 수 있는가, 즉 브랜드가 아닌 기업으로서 샤넬의 시스템이다. 저자는 샤넬의 강점을 샤넬의 철학이 변치 않고 살아있다는 점, 그리고 그 철학을 현실화하는 시스템에서 찾는다.

100년이 가까운 기업이 창업자의 철학을 그대로 지키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다. 그 이유 중 하나를 저자는 샤넬의 특이한 지배구조에서 찾는다.

기업으로서, 럭셔리 비즈니스의 기업으로서 샤넬은 특이하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의 명품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자본력을 배경으로 하는 대형 그룹이 패권을 둘러싼 일류 브랜드 매수 접전을 펼치며 거대한 브랜드 복합기업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복합기업이란 자사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전혀 다른 업태의 기업을 반복적으로 매수, 합병하고 다각화해 만들어진 대형 그룹을 말한다. 보통 경영 통합이 같은 업태끼리 서로 사업내용을 보완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복합기업은 여러 사업 부문에 재원을 분산하여 리스크 또한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브랜드력의 활용이나 판매 경로의 공유 등 다른 업종 간의 시너지로 그룹 전체를 활성화하는 이점도 있다. 특히 오트 쿠튀르 사업을 보유한 명품 브랜드의 육성과 운영에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므로” 이런 복합기업의 산하에 들어갈 때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런 복합기업의 제국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런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선 당연히 주식공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주식공개는 명품 브랜드에 치명적일 수 있다.

“복수의 주주가 있으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다양한 시도에 대한 간섭을 피해갈 수 없으니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육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기적인 이익을 쫓다 독자성을 잃고 추락한 예도 많은데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대중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보급판이나 라이선스 비즈니스도 난무하게 되어 브랜드 가치를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샤넬은 창업 이래 기업공개를 한 일이 없다. 오너 가족의 자금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샤넬이란 브랜드의 강점을 이야기할 때 창업자 코코 샤넬의 선진성이나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의 재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기업의 독립 비상장 체제를 샤넬의 강점 중 하나로 꼽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잇기 때문이며 그런 장기적인 시야에서 일관된 철학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품 시장에 복합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독립계 기업이 있다. 샤넬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독립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5월 말,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 기업인 크리스찬 라크롸가 파산했다.” 1987년 LVMH의 후원을 받아 설립된 크리스찬 라크롸는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다. 에어 프랑스의 승무원 제복이나 TGV의 내장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찬 라크롸의 시련은 비록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도 대형 그룹을 떠나 단독으로 경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립의 문제는 자원의 문제이다. 자금력이란 문제만이 아니라 복합기업에 속할 경우 자동으로 해결되는 경영자원이라든가 마케팅채널, 유통채널 등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다.

“개인이 경영하는 공방이 기술자나 설비 외에 현대 경영환경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생존하려면 이러한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큰 기업에 매수되든지 아니면 어떻게든 자력으로 헤쳐나가든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오너 일가의 막강한 자금력만이 샤넬이 강한 이유는 아니며 샤넬의 진정한 강점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올린 시스템이라 말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모리 하나에가 은퇴를 결심하고 파리로 떠나 샤넬에서 슈트를 만즌 적이 잇다. 그녀는 샤넬이 지닌 노하우를 다음과 같이 평가햇다. ‘샤넬에서 옷을 만들어보고 분업의 유용성에 깊이 탄복했다. 샤넬은 전통적으로 잘 정리돼 있었다. (내게는) 역사가 없기 때문에 노하우도 없다. 뭐든지 혼자 생각하고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이토록 지치고 힘들었던 것디다. ‘ “

물론 파리는 명품 브랜드의 중심지이다. 명품 산업의 주변부인 일본에서 왔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핵심의 핵심에서 일하는 라거펠트도 예외가 아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샤넬 외에도 펜디나 자기 브랜드인 ‘칼 라거필트’도 디자인하지만 오히려 가지 브랜드나 샤넬에 더 중점을 둔다. 루이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디올의 갈리아노도 자기 브랜드를 가지고 잇지만 역시 그러하다.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는 자기 브랜드를 일시 중지하기도 햇다.

전통있는 기업은 부문별 인재의 기술력, 즉 하부구조 집합체를 보유하고 잇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하부구조가 봉제 단계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개인 브랜드에는 재봉사 등의 하부구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대형 기업의 하부구조에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잇다. 이와 반대로 충분한 하부구조를 믿고 자유롭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샤넬에는 각각의 전문직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내분뿐 아니라 외부에도 지원해줄 집단을 보유하고 잇다. 이처럼 안팎으로 자사의 핵심 역량을 강화해줄 인재와 조직을 보유하고 잇다는 것이 샤넬의 능력이자 강점이다. 이처럼 메우기 어려운 하부구조의 격차를 디자이너 스스로 느낀다. 또한 이점이 오랜 역사를 지닌 노토 브랜드의 강점이다.”

오랜 역사는 자산이다. 그리고 오랜 역사가 주는 이점은 시스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 자체가 강점이 된다. “’이것을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한눈에 알 수 잇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그 브랜드의 아이콘이다. 인지도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기업이나 브랜드의 처지에서는 아이콘이 많으면 많을수록 판매나 마케팅에서 유리한 자리를 확보할 수잇다. 특히 상품 그 자체의 기능이나 품질 외에도 브랜드 이미지가 구입 의사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명품 브랜드 산업이라면 아이콘 창출 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샤넬은 수많은 아이콘을 창출해 비즈니스로 연결하는데 성공햇다. 브랜드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샤넬의 공적은 샤넬 슈트의 디자인, 카멜리아, 이미테이션 진주, 퀼팅, 바이컬러 슈즈, CC 마크,. 체인벨트, 향수에 붙은 5란 숫자, 사자자리를 상징하는 라이언 모티프 등 수많은 디자인 아이콘을 남긴 점을 들 수 잇다. 이만한 브랜드는 별로 없다.”

그런 아이콘들은 역사의 유산인 동시에 샤넬이란 브랜드가 성장해간 역사 자체이기도 하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사장은 브랜드를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특성으로 Timeless, Modern, 급성장, 고수익의 네가지 키워들르 꼽는다. 시대에 관계없이 통용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줄 수 잇는 상품을 창출하는데 성공한다면 스타 브랜드가 되어 기업에 높은 이익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잇다. 이렇듯 스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전통이 필요하다. ‘시간을 뛰어넘는 가치’를 입히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오랜 역사는 동시에 부채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는 명품 브랜드의 세계로 좀 더 쉽게 들어가고 싶어한다. 한편 공급자는 명품이랍시고 고압적인 태도만 취하다가는 매출에 지장이 생겨 방향전환을 꾀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두가지 필요가 맞아 떨어져 입문 아이템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엇다. 이처럼 종래와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면 새로운 고객층도 파악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일정한 수준도 유지하면서 양쪽 사이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이다.

성장은 고사하고라도 생존을 위해서라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시장이어야 하는가? 이것이 문제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프라다와 샤넬의 고객은 다르다. 샤넬이 프라다 고객에게 다가가려 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엉뚱한 브랜드가 되어 기존의 고객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최선은 기존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고객도 변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쉽게 말해 혁신은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 혁신은 전통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번 확립된 브랜드의 인기와 가치는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고객의 지지와 선망을 모으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브랜드라 해도 그 지위에 만족한 채로 머물러 있으면 언젠가는 쇠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고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오랜 역사 속에서 성공적으로 확립한 기업이라면 오히려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이미지를 해치는 길일 수도 잇다. 그러면 기업 가치나 실적 저하로 연결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관리 계층에 있는 사람은 나름의 경험이나 연령 때문에 과거를 과감하게 버리지 못해 대담하게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명품 브랜드 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든 전통과 혁신을 양립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낸 것이 샤넬의 강점이라 저자는 말한다. “샤넬의 성공요인으로는 오랫동안 중시되고 지켜왔던 가치관을 일관성있게 유지하면서도 계속적인 혁신을 이루어냈다는 점을 들 수있다.” 칼 라거펠트가 좋은 예이다.

“샤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라거펠트는 이미 누구보다도 자세히 코코 샤넬과 샤넬 브랜드의역사를 숙지하고 있엇다. 그에 관해서 책을 쓸 수 있을 정도엿다. 그러나 풍부한 지식이 있었음에도 샤넬의 작품을 무작정 추종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얻은 모든 지식을 이용해 샤넬의 옛 스타일을 현대 생활에 접목시켰다. 실제로 칼은 늙은 샤넬을 소홀히 다뤘다. 결국 칼은 과거의 유산을 한번 버리고 과거를 관리하기보다 미래로 연결하는 방법을 택햇다. 결과적으로 이런 판단 덕분에 샤넬은 젊음과 권위를 소생시켜 현재의 번영을 누리게 되엇다”


브랜드를 쌓아올리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 역시 오랜 시간과 헌신이 필요하다. “특히 브랜드에 대한 역사와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인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은 끊임없는 환경 변화 속에서도 고객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 신속한 혁신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샤넬 같이 오랫동안 번영해온 노포 브랜드나 제조업체는 창업자의 철학이나 이념,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면서도 변혁해야 할 부분은 대담하게 바꿔나가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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