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기술 - 조직에서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13가지 전략
제프리 페퍼 지음, 이경남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책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마키아벨리나 한비자가 말하는 것과 같은 내용을 말한다: 권력을 어떻게 잡고 권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군주의 재난은 사람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을 믿으면 그에게 지배받게 된다. 신하는 군주와 골육의 친분을 맺고 잇는 것이 아니라 군주의 위세에 얽매어 어쩔 수 없이 섬기는 것이다. 따라서 신하된 자는 군주의 마음을 엿보고 살피느라 잠시도 쉬지 않는데 군주는 그 위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교만하게 처신하니 이것이 세상에 군주를 협박하고 시해하는 일이 발생하는 까닭이다.”

한비자의 말이다. 한비자도 마키아벨리도 권력의 자리에선 아무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교만하게 되면 죽음에 이른다고 경고한다.

이책 역시 같은 경고를 한다. “힘이 막강하고 일이 잘 풀릴 때는 자신감이 지나쳐 주의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아랫사람들의 말을 잘 믿고 그들의 제안을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람을 너무 잘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면 그 자체가 화근이 될 수 있다.”

권력자들이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자리가 그를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첨에 관해 많은 경고들이 있어온 이유이다. 그러나 아첨이 사라지지 않고 번창하는 이유는 그 자리에선 누구든 아첨에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책의 저자는 권력으로의 길은 우선 권력자와 가까워지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눈에 띄어야 한다.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임명할 것인가? 권력자에게 가까이 가는 방법은 우선 눈에 띄어야 하고 그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신임을 얻는 방법의 하나는 권력자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사와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가 실수할 때 누가 그것을 지적했는지 그리고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한번 되짚어보라. 실제로 권력자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이다. 좋은 기분이 들면 자신의 영향력도 아울러 강화되기 때문에 아첨의 효과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누구나 아첨에는 흔들린다. 아첨은 칭찬의 일종으로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의 자리에 앉은 사람은 그 선물에 특히 취약하다. 그 자리가 그를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권력은 접근을 부르고 금기를 줄인다. 처음에는 힘 있는 사람도 사람도 자신이 누리는 특별대우가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와 그들이 장악한 자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은 희미해지고 자신이 잘나서 그렇게 되엇다고 생각하게 되낟. 권력은 과신과 위험한 상황, 다른 사람에 대한 무감각, 고정과념을 낳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권력자는 사람들을 자기만족을 위한 수단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힘있는 자리는 오만을 부르고 “지나친 자신감과 무감각은 권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감이 지나치면 알력과 불화로 문제가 생겼을 때 반대편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자신이나 조직의 목적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권좌에 앉아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면 권력자에 대한 반대자들이 동맹을 만들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자리를 넘보는 야심가들이 그의 눈을 가려 마침내 그를 쓰러트릴 것이다.

권력은 마약과 같아 권력을 쥔 사람을 취하게 하고 그의 눈을 가리며 머리를 마비시켜 제 무덤을파게 한다. 권력은 언제나 그래왔기에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는 동과 서, 고와 금이 다르지 않다. 어차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책이 그리는 권력자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저자는 그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지만 그건 실제 힘있는 엘리트들 대다수의 진실이기도 하다.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분석하면 우리가 보통 정서적으로 안정됐다고하는 개념과는 어울리지 않는 공통의 특징이 나타난다. 슈퍼클래스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공통적으로 정신병리학적 특징을 갖고 있다. 종종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은 일종의 노이로제 때문에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정신병리학적 특징을 이용해 성공을 거머줜다. 그들은 글자 그대로 심한 스트레스와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업무로 인해 뇌에서 만들어지는 엔도르핀에 중독된다. 한 국가나 기업, 군대, 교회를 다스리는 일은 일종의 극한 운동이며 날마다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에 직면하다보면 매일 엔도르핀이 생기고 점점 더 엔도르핀에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정치인이 하던 일을 그만두면 종종 우울증에 빠지는데 그러한 우울증은 금단현상처럼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금단현상이다.

워싱턴 정계에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성공할 수 잇는 특징’은 사실 ‘미국 대통령에게서 보고 싶지 않은 특징’이라는 통념이 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여 아주 집중해야 한다. 즉 맹목적으로 야심을 가져야 한다. 평범한 존재로서의 모습은 버려야 한다. 부모와 배우자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평생동안 끈질기게 선거운동을 벌이기는 어렵다. 그리고 통치에 필요한 지식보다는 정략을 우선시해야 하며 사생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비열하고 정치적인 동기를 띤 마녀사냥을 벌리고 그보다 더한 일도 척척할 수 있을 각오로 대통령 자리를 원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에게서는 확실히 자아도취적인 모습이 나타나며 강박관념과 대중으로부터 얻는 피드백에 중독된 모습 또한 나타난다. 그들은 성공에만 눈이 먼 특이하고 불완전한 개인들이다.

슈퍼클래스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꼭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그것은 아주 지독히 슈퍼클래스가 되길 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나도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미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데이비드 로스코프)

그러나 권력은 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지위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앤디 그로브 식으로 말하면) '미친' 놈이다. 'Only the paranoids suvive' 어느 분야든 정상에 남는 자는 그 목표에 미쳐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충분한 사람만 정상에 오른다. 맑스의 신조처럼 “남이 뭐라 건 네 갈길을 가라.” 그런 각오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착함'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감으로 어떤 사람이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 여성들은 문화와 관계없이 무엇보다도 친철함과 공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동시에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도 상당히 중시한다. 그러나 친절함과 공감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과 충돌한다. 여성들이 이 두개의 서로 엇갈리는 가치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현실적인 문제다. 여성에게 화려한 삶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삶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대니얼 네틀)

이책의 저자가 그리는 권력자들의 모습 역시 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거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권력을 잡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것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권력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려거든 정말 무엇을 위한 노력인지 그리고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 사람들이다.

권력을 잡고 유지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권력을 얻고자 한다면 개인적인 생활은 포기해야 한다. 구너력과 지위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취미도 즐기고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개인적인 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특히 여성은 더욱더 그렇다.

유명 신발 회사에서 매우 활동적이고 뛰어난 능력으로 인정받는 41세의 한 여성 중간관리자는 2009년 현재 그 회사의 고위직 여성 100명 중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햇다. 고위직 여성 중에는 그녀처럼 독신이 많았고 결혼한 사람도 대부분 아이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도 진정한 의미의 개인 생활은 없다고 말했다.

대형 정유회사의 중국 직영점을 운영하는 한 여성 중간관리자는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잇지만 남편이 일을 하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처럼 성공한 남편을 가진 강하고 성공한 여성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커플은 어디까지나 예외에 불과하다. 나는 많은 전문직 여성들의 입에서 나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면 집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재능있느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하나의 직업에 집중하면 그만큼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간단히 말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38년 동안 미국영화협회를 이끌었던 잭 발렌티도 마찬가지엿다. 그는 평생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야망을 추구한 세월이 ‘우울한 행로’였다고 탄식하면서 80대에 들어섰어도 여전히 바쁜 스케줄에 쫓기듯 움직이며 자식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런 길을 가려면 즐겨야 한다. "억만장자들의 기본적인 특징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부의 추구를 즐긴다는 것이다. 상을 받는 것보다 이겼다는 만족감 그 자체가 그들을 보통의 슈퍼리치의 대열로 이끈 원동력이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에 무관심하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사는 모습이 소박하다. 샘 월튼과 워렌 버핏은 자신들의 막대한 재력으로 사치스러운 토지를 사들이는 것을 거절한 사람들이다. 로스 페로와 필 얀슈츠는 그리 비싸지 않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만족했으며 해마다 최신 모델을 찾지도 않는다. 다른 슈퍼리치들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물질적 욕망을 쫓기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햇다." (마틴 프리드슨)

당신은 미칠 수 있는가? 즐길 수 있는가? 간절히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책은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이책의 내용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2천년도 더 전에 쓰여진 한비자에도 500년도 전 마키아벨리도 말한 내용들이 반복될 뿐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유행한 ‘권력의 법칙’도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는 현실감에 잇다.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는 어딘가 다른 세상의 일처럼 들린다. 그 독자가 이미 권력을 쥔 왕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비현실감은 ‘권력의 법칙’ 역시 마찬가지이다. 권력의 법칙은 수많은 일화들을 모아 놓은 편집이다. 책상머리 편집서란 말인데 물론 흔한 자기계발서들과는 격이 다르다. 그러나 그책의 문제는 비현실감에 있다. 아둥바둥 하루를 넘기기 위해 발버둥 치는 보통사람들에겐 별로 와닿지 않는 거창한 일화들이란 점에서 한비자나 마키아벨리와 별 다를 것이 없다. 더군다나 권력의 법칙은 57법칙이란 영어원제가 말하듯 나열식이다. 내용들을 모아서 생각하면 어떤 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잘한 테크닉을 그러모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그러나 이책은 그렇지 않다. 이책은 우선 직장에서 어떻게 권력의 길에 오를 수 잇는가를 설명한다. 어떻게 권력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권력을 쥐려면 첫출발을 어떤 부서에서 시작해야 하며 직장 내에서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네트웤의 게이트 키퍼가 되는 방법,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구축하는 방법 그리고 적대자들과 어떻게 파워게임을 하는가에 대한 방법 그리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을 때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 것인가 등 이책의 내용이다. 물론 이런 디테일은 위에서 말한 책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책의 장점은 직장이란 환경을 무대로 한다는 현실감이며 권력의 길을 시작부터 끝까지 서술하는 체계에 있다.

그러면 이책은 ‘미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인가? 저자는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가 전작인 ‘권력의 경영’에서 자세히 다루듯 사내정치는 조직의 생리이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파워게임은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필수이다.

물론 사내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전 구글에 매수된 모토롤라는 사내정치 때문에 몰락했다. “정치적 술수가 만연한 직장에서는 직업만족도나 직원들의 사기나 조직 참여도가 떨어지고 이직 희망도 높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그러므로 권력으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해 들이는 당신의 노력이 당신을 고용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것인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당신을 걱정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파트너나 동업자가 있다면 그들도 역시 마찬가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당신이 어떤 쓸모가 있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어지면 언제든 당신을 내쫏을 수 있다. 당신은 당신 자시만 걱정하라. 그렇게 하기 위해 할 수 잇는 조치만 취하면 된다. 언제 왜 쫓겨나는지도 모르고 혼자 힘으로 직장에서 진로를 헤쳐가야 한다면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잇는 수단은 다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대응일 것이다. 그 수단에는 권력과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기술과 개념을 습득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책은 그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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