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틀 벳 - 세상을 바꾼 1천 번의 작은 실험
피터 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에코의서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한 걸음 한 걸음으로 나누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당연한 것을 잊어버린다. 이책은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자고 한다.
사람들은 큰 성공 뒤에는 무언가 큰 것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너무나 거대하므로 그 성공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먼저 거창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내가 벤처 자본가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성공한 기업들은 처음부터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한다는 점이다.”
거대한 성공의 시작은 거의 보잘 것없고 사소했다. 다시 말하자면 성공은 백조다. 물위로는 한가하고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밑에선 두발을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에디슨이 1%의 영감과 99%의 땀이라 말한 것은 물 아래 두발을 말한 것이다.
“한 시간짜리 공연을 개발하고 완성하려면 최고의 코디디언초차 반년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회 분량의 완전한 레퍼토리를 짜는 과정을 보면 록은 수백 개의(수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예비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고 그 가운데 소수만 엄선하여 실제 공연 무대에 올린다. 종종 예닐곱 개로 성공적인 농담을 만들어낸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이 완벽한 형태를 갖춘 채 머릿 속에 치고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공을 향한 열의에 불타는 코미디언은 할 수 있는 한 매일 저녁 무대에 오르며 특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단계일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들은 매주 적어도 5회, 때로은 7회까지 무대에 올라 모든 요소와 표현들을 시험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매일 반복적으로 말이다.”
일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 “만일 1만 가지의 방법을 시도했는데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해도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한 가지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때마다 나는 한 발짝 전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디슨의 말이다.
학교에선 정답이 있지만 그러나 학교 밖에선 사지선다로 고를 수 있게 정리된 정답이란 희귀하다. 특히 새롭고 불확실한 것은 반드시 그렇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지는 않다. 잘 정리된 프로세스가 있고 업무 매뉴얼이 있는 일상의 업무는 확실성의 세계이다. 그러나 ‘뻔한’ 세상에서 한발짝만 벗어나도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그 세상은 불확실성의 확실성이 지배한다. 그런 세상에서 정답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준비된 것이 아니다.
이책은 그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유일한 방법으로 실험적 접근법을 말한다. 실험적 접근법의 핵심은 정답을 “발견하고 검증하고 개발하기 위해 작은 실험(little bets)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실험적 접근법 또는 그 구체적인 실행인 리틀 벳은 “불확실성이 확실성을 대체할 때 또는 문제를 해결할 통찰력이나 경험, 전문성이 부족할 때 유리한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실제 기업가가 하는 방식을 비교해보자. 학교에선 요리를 이렇게 하라 가르친다. “요리사 메뉴를 선택하고 조리법을 결정한 뒤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도구가 갖춰져 있는 주방에서 조리를 한다. 각 단계에서 할 일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리 과정을 순차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즉 1단계가 끝나면 2단계가 시작되고 마침내 3단계에서 요리가 완성되는 식이다.” 교실에서 세상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고 세상은 선형적(linear)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교실 밖의 세상은 교실에서 가르치듯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선형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교실 밖의 요리사는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륵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도 모른 채 완전히 낯선 주방에 들어간다. 요리사는 찬장을 뒤져 재료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잘 조합하여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는 훌륭할 수도 잇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잇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기업가가 오류나 돌발 상황을 결코 피하여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 요리사가 임기응변을 통해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내듯이 기업가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교훈을 얻으려 한다.”
저자는 그 교훈을 얻는 방법은 (HP의 공동창업자인 빌 휴렛이 말한) 리틀 벳이라 말한다. “HPrk 휴대용 전자계산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접근법 덕분이다. 1972년 HP의 첫번째 전자계산기인 HP-35가 나왔을 때만해도 공학용 전자계산기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HP 계산기는 놀라운 기술을 적용하였을 뿐 아리나 호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그렇지만 값싼 계산자에 비하면 너무 비쌌다.” HP는 시장조사를 의뢰했다. 시장조사 결과는 ‘이건 안 팔릴겁니다’였다. “빌 휴렛은 동의할 수 없엇다. ‘천대만 제작해서 한번 상황을 보는게 어떨까?’ 그 정도면 감당할 수 있는 도박(리틀 벳)이었다. 마침내 5개월도 지나지 않아 HP는 하루에 천대를 판매하고도 제품이 부족해 간신히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불확실하다. 될지 안될지 알 수 없다. 빌 휴렛의 리틀 벳은 “어느 정도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당할 수있느냐”를 묻는다(affordable loss principle). 그러다보면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서툰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잇는 모든 방법을 시도하고 난 뒤에 남는 것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길뿐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항상 가장 마지막에 찾아오는 듯하다. 일단 그때가 되면 모든 게 명백해보인다.” 리틀 벳은 그 명백한 순간을 위한 준비이다.
“에드 캣멀은 픽사의 창조적 프로세스에 대해 ‘개판에서 개판이 아닌 것으로 가는 과정’이라 묘사햇다. 영화에 대한 픽사의 아이디어는 개판에 가까운 스토리보드에서 출발해 개판이 아닌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천 수백가지의 문제 해결 과정을 거친다. 물론 단순히 실패하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바로 실패를 통해 체계적인 학습을 거치는 데 있다. ‘우리는 불편해지는 것에 편해져야 합니다.’ 적은 비용을 들여 견본을 만들어보면 빠른 학습을 위한 신속한 실패가 가능해진다. ‘내가 구사한 전략은 언제나 같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잘못하는 거죠. 간단히 말하자면 일을 망쳣을 경우 그걸 곧바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지는 맙시다. 가급적 빨리 실패해서 해답을 얻는게 좋아요. 처음부터 일을 잘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주 빨리 신속하게 망칠 수는 있지요.”
요점은 아이디어에 너무 많은 자원을 들이지 않으면 잃는 것보다 배우는 것에 집중할 수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과정을 “행동하기 위해 생각하기 보다는 생각할 수 있게 행동하는” 것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연역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귀납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컴퓨터는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GIGO) 그러나 인간은 쓰레기를 보물로 바꿀 수 잇다. 그 열쇠는 귀납적 행동에 있다. “딥 블루의 사례는 왜 우리가 연역보다 귀납을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 연역은 단지 장기의 수처럼 매우 잘 정의된 문제에만 효과가 있다. 연역이 작동하려면 그 문제가 어떤 정보를 잃어버리거나 모호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연역은 추론을 하는데 매우 강력한 방법지만 본질적으로 차갑고 냉담하다. 귀납은 연역보다 잘못될 경향이 잇지만 보다 유연하고 우리가 흔히 부딪히는 불완전하고 모호한 정보 상황에서는 더 적합하다. 따라서 우리가 귀납 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계획을 앞세우는 MBA 스타일은 경제학자들처럼 세상은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전 합리성은 우리가 100% 연역적이며 딥 블루처럼 언제나 명확하고 잘 정의된 그런 문제만 다룬다고 가정한다. 또한 우리는 학습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우리가 완전하다면 무엇을 더 배울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다.” (에릭 바인하커)
리틀 벳은 실패를 전제한다. 그러나 그 실패는 배움의 수단이다. 그리고 우리는 실패에서 성공을 배운다. “크리스 록의 농담은 때때로 폭소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리를 죽이고 킥킥거리는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로써 록은 자신이 좋은 농담거리가 될 테마를 발견했음을 알게된다. 이것이 바로 그가 후에 성공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작은 성공이다. 작은 성공은 전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한가운데를 높인 발판, 또는 구성재료와 같다. 그들은 표지(landmark)의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잇는지 확인시켜주거나 어떻게 방향을 바꿔야 할지 알려주는 전환점 역할을 한다. ‘일단 한 번의 작은 승리를 달성하게 되면 다시금 똑 같은 일을 부추기는 힘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작은 성공은 기세를 만든다. 그리고 기세를 타고 작은 승리가 누적되면서 큰 승리로의 길이 열린다. 큰 승리는 작은 실험에서 작은 승리의 누적에서 만들어진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