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 무엇이 우리를 최고의 자리로 이끄는가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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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품격 또는 기품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기품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품격은 쉽게 말해 자기 존중감, 자기긍정감이다.” 저자의 정의이다. 정확하다. 그러나 이 한줄의 정의로 그 뜻이 잡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품격이란 말은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보면 아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품격 또는 기품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누구나 기품이 있는 사람을 알아본다.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보면 아는 그런 말은 그 말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것보다 바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관계를 맺을 때
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문제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핑계 만들기에 급급할 때
 자기 자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스스로 해야 할 일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 동료들을 못살게 굴거나 놀리고 별명을 부를 때
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끼어들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을 때
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주위 사람을 관찰할 때
 다른 사람의 업무성과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지만 자신의 생각을 생산적으로 정교화하지는 못할 때
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현 상황의 부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출 때
 동료의 성공을 시기하며 못마땅해하고 심지어 훔치려 할 때
 혼잣말을 할 때도 분노를 폭발하거나 고함을 지를 때
                                                                                               (브루스 툴간)

직장에서 흔히 보는 꼴불견이다. 이런 사람을 기품이 있다 품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기품의 본질은 여유이기 때문이다. 기품은 강자의 여유이다. 세상 무엇도 자신을 흔들지 못한다는 자신감이다. 기품은 귀족을 말할 때 쓰는 말이었다. 귀족은 여유를 타고 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주역인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주어진 사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어서 아무 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기품은 제2의 천성이다.

“카이사르는 어머니의 애정을 한몸에 받으며 자랐다. 평생 동안 그를 특징지은 것은 하나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도 유쾌한 기분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게 낙천적일 수 있었던 것은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나이에게 최초로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은 어머니의 애정이다.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면, 자연히 자신감에 뒷받침된 균형감각을 얻게 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적극성도 어느새 저절로 몸에 배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

카이사르는 모욕을 당해도 너그럽게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 “분노나 복수는 상대를 자신과 대등하게 여기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고 일어날 수 있는 행위다. 카이사르가 평생 이것과 무관했던 것은 분노나 복수가 윤리 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성에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월한 자신이 왜 열등한 타인의 수 준으로 내려가서 그들과 똑같이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그들과 똑같이 복수심을 불태워야 하 는가.”(시오노 나나미) 정적을 가차 없이 제거했던 술라와 정적을 포용하고 관용을 베풀었던 카이사르는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었지만, 이 점에서는 양극단이었다. 후세 역사가 들은 이런 카이사르를 '진정한 귀족 정신의 소유자'라고 평한다.” 카이사르가 해적에게 잡혔던 이야기는 그 귀족정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 해적에게 붙잡혔을 때 카이사르는 타고난 천성대로 해적을 마음껏 무시했고 이런 점은 오히려 해적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며 공포에 빠진 포로는 익숙했지만 카이사르처럼 해적을 자신의 바쁜 일정을 잠시 방해하는 훼방꾼 이상으로 보지 않는 포로는 처음이었다. 카이사르는 자기 몸값이 겨우 20달란트(어마어마한 거액이었다)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모욕감을 느끼고 스스로 몸값을 50달란트(은화 30만냥)까지 올리기도 햇다. 카이사르는 동료 한 명과 노예 두명만 남기고 나머지 일행에게 몸값을 가져오게 햇다. 카이사르는 포로로 지내는 40여일 동안 해적과 어울려 식사를 했고 그들의 체력훈련에 동참하기도 했다. 시를 지어 들려주었다가 해적들이 시를 이해하지 못하면 천박하고 난폭한 야만인이라고 면박을 주기도 햇다. 이런저런 주문을 하기도 했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노예를 시켜 해적들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또 자신이 풀려나면 반드시 다시 돌아와 모두 책형에 처해 죽이고 말겠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기도 햇다. 해적들은 이 대담한 젊은이를 무척 좋아햇고 몸값을 실은 배가 도착하자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였다. 카이사르는 떠들석하게 웃고 손을 흔들며 해적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바로 배와 의용군을 징발해 해적들에게 돌아와 모두 체포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필립 프리먼)

그러면 더 이상 귀족이 없는 세상에서 기품은 어떤 의미인가? 기품은 타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질 수 잇다고 저자는 말한다.

“얼마 전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본 91세 인어 할머니, 김화순 씨. 구부정한 허리, O자형 다리에 겨우 제 몸 가누기도 힘든 할머니다. 하지만 잠수복을 입고 뱃전에 서면 그 당당한 카리스마가 바다를 압도한다. 풍덩-. 홍합을 찾아 유연한 몸짓으로 헤엄쳐 내려간다. 누가 그를 91세 해녀라 할까. 이윽고 그물 가득 채워 배에 오른 늙은 해녀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피어난다. ‘오늘은 바다가 고바서…’ 바다가 잠잠해서 많이 땃단다. 속에서 우러나오는게 품격이라면 그리고 참 아름다움 속에서 피어오르는 내적 미가 품격이라면 저 늙은 해녀의 품격과 웃음을 누가 당하랴.”

문제는 그런 품격은 귀족으로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꾸밀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명품족을 지켜보노라면 아는 짓이 도대체 격이 없다. 큰 재산에도 베풀기는커녕, 오로지 내 것, 그리고 더 크고 화려한 것만 찾을 줄 알지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모른다. 자기에게 맞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걸 명품이라고 걸치고 다닌다. 졸부라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옹졸한 부자, 가짜 부자다.”

자신감이란 말이 어울릴 지위에 올라도 부를 쌓아도 명예를 얻어도 기품을 얻을 수 잇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기품은 얼마든지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저자는 7가지 덕목을 ‘나열’한다: 절제, 포용, 배려, 정직, 신의, 배움.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가 보면 아는 ‘기품’이란 말을 분석해보면 그런 덕목을 보았을 때 말하는 것이니. 그러나 기품은 그 덕목들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기품이란 말을 할 때는 그 덕목들의 합 이상의 무엇을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품이란 말을 쓸 이유가 없다.

“한국의 시위는 격렬하다. 길을 막는 건 예사고 유혈충돌, 방화, 투석,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 자기 회사 기물을 파괴, 불도 지른다. 구호부터 살벌하다. ‘결사쟁취’.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겠다는 의도이긴 하지만 합리적인 눈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목숨까지 걸다니…’
외국인 투자자가 발길을 돌리며 한 소리다. 그리곤 끝내 공장문을 닫게 된다.”

“1992년 LA에서 일어난 한국교포 상점 약탈 방화사건,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왜 한국인 상점만 당했을까? 그 옆에 중국, 일본 상점도 있는데 왜 하필 우리만 피해를 입었을까?

한국 교포들은 빈민촌에 슈퍼마켓을 열어 번 돈으로 벤츠를 타고 백인 동네에 산다. 땡볕에서 땀을 흘리며 길거리 농구를 하는 이웃 아이들에게 콜라 한병 주는 법이 없다. 유행이 지나 창고에 쌓인 신발 한 켤레 준 적이 없다. 거기가 내 삶의 터전인데 이웃 아이들에게 너무 인색햇다. 그 난리 통에도 평소 인정을 베풀었던 한인 상점은 아이들이 ‘이 집은 우리 친구야’라며 안전하게 지켜주엇다고 한다.”

저자가 절제, 배려란 덕목을 설명하면서 든 예이다. 저자가 이책에서 하려는 말은 그런 덕목 들 하나 하나를 몸에 배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이책에서 하는 말은 위에서 직장의 꼴불견을 나열한 것 이상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기품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기품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이 이책의 한계이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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