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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 배부른 세계의 종말, 그리고 식량의 미래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전은경 옮김 / 알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녹색혁명은 1960년대 참담한 식량 상황에 대한 대응이었다. 녹색혁명의 핵심은 품종개량이었다. 밀과, 옥수수, 벼에서 수확량이 뚜렷하게 많은 품종이 개발되었다. 이 품종들은 관개와 질소비료에도 훨씬 잘 반응했다. 사람들은 이 농작물들이 앞으로 전 세계 경작지의 모습을 결정하고 특히 아시아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기아에 맞서 싸우리라 예상했다.
고성능 작물은 아시아 벼 경작지의 75%, 아프리카 밀 경작지의 절반, 남미 옥수수 경작지의 2/3 이상을 차지했다.
성과는 획기적이었다. 인도의 수확량은 두배가 늘었다. 새로운 벼는 옛 품종보다 빨리 자랐고 빨리 여물었다. 게다가 1년에 두 번이나 추수할 수 있었다. 인도는 1980년대에 600만톤의 밀을 수출햇다.
그러나 인도 농부들은 예전처럼 수확의 일부를 다음 해 종자로 쓸 수 없었다. 녹색혁명 식물들은 유감이지만 최고 수확량을 한 번밖에 올리지 못햇다. 다음번 수확을 위해선 종자를 사야 했다. 게다가 이 식물들은 혼자 잘 자라지 못했다. 그때까지 마을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지원과 부가물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는 마을에 설치된 관개수로에 물이 흐르지 않아도 새 품종에 제때 물을 댈 수 있는 강력한 펌프였다. 또 벼를 두번 수확하기 위해서는 인공비료도 필요했다. 토양에 저장된 영양소는 두번 수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빨리 성장하는 품종개량 작물의 얇은 세포벽을 쉽게 뚫고 들어가 성장을 저해하는 곰팡이와 박테리아, 곤충과 사우기 위해 화학적 지원도 필요했다.
예전과 완전히 다른 점도 있었다. 녹색혁명에 참가하려면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했다. 글을 읽어야 작물에 언제 물과 비료와 농약을 주는지 언제 수확하는지 언제 땅을 다시 갈아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종자와 기술, 화학적 첨가물들을 살 돈도 필요했다. 이는 수익자의 이윤을 현저하게 떨어트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녹색혁명은 농업의 산업화를 뜻했다. 문제는 산업형 농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 문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화된 농업 역시 석유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석유를 입고 석유를 먹는다. 석유화학으로 만든 섬유가 없다면 지금같이 섬유제품의 가치가 낮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석유가 아니라면 지금처럼 식량이 싸지지 않는다. 화학비료 때문이다. 화학비료는 원래 화약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질소고정법(구체적으로는 암모니아를 만드는 제조법)을 전후 비료생산에 응용하면서 만들어졋다. 문제는 암모니아를 얻기 쉬우면서 대량으로 조달할 수 잇는 재료가 화석연료라는 것이다. 그 재료로 보통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천연가스 2를 투입하면 화학비료 1이 얻어진다. 석유의 지속성이 산업형 농업의 지속성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문제. 산업형 농업이 대량으로 소비하는 것은 석유자원만이 아니다. 산업형 농업은 토지도 대량으로 소비한다.
“우리는 얇은 토양 위에 산다. 우리가 식량을 얻는 토양은 겨우 15센티미터에서 20센티미터 두깨고 지구 전체에 차지하는 면적은 11%에 불과하다. 나머지 89%는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염분이 많거나 너무 얕거나 너무 축축하거나 얼어있다.”
토양이 만들어지는 시간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토양은 북구불가능한 자원이다. “자연이 1밀리미터의 흑을 다시 만들려면 100년 이상이 걸린다. 우리가 사는 토양층의 평균두께는 150밀리미터이다. 이를 보충하려면 적어도 1만5000년이 걸린다.” 그러나 자연이 저축해온 석유를 단기간에 소비하듯이 인간은 자연이 저축해둔 흙을 단기간에 소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경작이 가능한 땅을 ‘금 비축량’에 비유한다.
“흙이 사라지는 속도는 숨 막힐 정도로 빠른데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빨라진다. 머지않아 토양은 부족해질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경작지의 30%가 사라졌다.” 토양침식의 극단적인 예가 대공황 시절 더스트 볼이다.
“매년 1300억 톤의 비옥한 토양이 경작지에서 씻겨 나간다. 현대식 농업이 그 원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쟁기질이 문제다. 쟁기는 경작지 토양을 뒤집고 최소한의 덮개도 없이 토양을 그대로 드러낸다. 흙이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쟁기질은 토양 위아래로 골을 내는 작업인데 이는 비가 오면 곧장 물길로 변한다. 토양은 물길을 따라 계곡으로 흘러내려가 사라진다.”
문제는 쟁기질로 씻겨내려가는 흙만이 아니다. 산업형 농업은 남은 흙조차 경작이 불가능한 것으로 바꾸고 있다. 인공관개가 문제다.
산업형 농업은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한다. 그 물을 대려면 인공관개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대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토양에 더 많은 염분이 남는다. 식물의 뿌리는 삼투압으로 흙의 양분을 흡수한다. 그런데 염도가 올라간 흙은 그 삼투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바로 관개농업에 의한 염화로 무너졋다. “소금은 이제 전 세계 경작지의 1/3을 위협한다.”
세번째 문제. 염화를 부르는 인공관개 자체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산업형 농업의 거대한 물수요를 대기 위해 하천, 호수의 물을 한계까지 이용해왔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지하수를 대량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하수 역시 금 비축량과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지하수는 다시 채워진다. 그러나 소비되는 양이 채워지는 양을 압도한다.
네번째 문제. 기후변화는 물부족을 악화시킨다. 유럽을 예로 들면 “지중해 기후는 이미 북쪽으로이동중이다. 남쪽에는 ‘사하라’가 다가온다.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에 놓인 지역은 21세기 후반 뜨거운 오븐처럼 달아오를 수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발칸 국가들, 그리스, 터키, 북아프리카 전체와 지중해 섬들의 눈앞에 폭서가 기다리고 잇다. 북쪽이 스텝으로 변하는 반면, 남쪽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잇다. 기후변화는 북쪽으로 ‘대이동’을 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올 여름 한국에 폭우가 쏟아진 것은 기후변화의 방향 그대로이다. 동북아 지역은 아열대성 기후에 가까워지면서 이번 여름 같이 강우량이 많아지지만 지나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선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물부족이 심각해진다.
기후변화는 물부족만으로 농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작 자체가 불가능하게될 것이란 점이다. 현재 곡물로 재배되는 종들이 기후변화로 높아진 기온 때문에 재배가 불가능한 지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기온이 상승하면 식량 안전도는 하락한다. 기온이 3도까지 상승하면 북쪽은 약간 이득을 보는 반면, 남쪽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은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 몇몇 지역은 더위와 가뭄으로 더 이상 옥수수를 심을 수 없다. 아시아의 쌀 생산얄은 21세기에 급감할지도 모른다. 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벼농사는 큰 피해를 입어 두 자릿수의 감소를 보일 것이다. 밀은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특히 동아시아의 남쪽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산업형 농업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 대안은 소농형 농업의 부활이다. 더 이상 낭비할 석유도 흙도 물도 기대할 수 없다. 지구의 한계에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산업형 농업은 더 이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 대안은 비용이 더 낮고 낭비가 적은 소농형으로의 복귀이다. 어떻게든 자본집약적 농업을 유지할 수 여유가 있는 1세계는 모르지만 그런 농업이 불가능한 3세계에선 다른 대안이 없다. 원래 농업에 기대 잘 꾸려나가던 제3세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자립이 불가능하고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이유를 저자는 1세계의 산업형 농업에 전통적 소농형 농업이 무너졌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나 미래에도 산업형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는 힘들다. 산업형 농업의 경쟁력은 자원의 대량소비 때문이엇지만 앞으로 더는 그런 자원을 싸게 대량으로 소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먹여야 할 입의 대부분은 개도국에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 입을 산업형 농업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그들이 스스로를 먹일 농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명확하게 말하면 해당 국가들의 자립농 강화를 의미한다. 소농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농촌식 농업만이 이농 현상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대도시의 슬럼화를 막을 수 잇다.” 물론 미래의 소농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농약과 대량의 화학비료, 양수기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미래는 기술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현재 1톤의 곡물이 자라는 곳에서 앞으로 4톤을 기”를 수 있는 종자 같은 것이다. 그런 “종자는 학계 연구소의 선반에 이미 갖추어져 잇다.” 산업형 농업과 맞지 않아 사용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외에도 저자는 여러가지 예를 든다. 염화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밀이라든가건기에 잘 견디는 옥수수, 벼멸구에 저항력을 가진 벼, 콩처럼 질소를 고정해주어 질소비료가 필요없게 해주는 나무, 등등
그러나 농업연구는 식량과잉이었던 80년대 이후 정체되거나 예산이 삭감되어 왔다. 저자는 이런 추세를 뒤집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형 농업의 극복 역시 기술에 달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