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기원 - 최첨단 경제학과 과학이론이 밝혀낸 부의 원천과 진화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자들에게 정말 충격을 준 것은 경제학이 또 다른 시대로 후퇴한 것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산타페 연구소의) 미팅에 참가한 한 사람은 나중에 그날 미팅에서 경제학을 접하고 보니 자기가 최근 쿠바를 여행햇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더라고 논평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로 거의 50년 넘게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다. 거리는 이미 퇴출된 자동차 브랜드인 1950년대의 패커드와 데소토로 꽉 차있었다. 그토록 오랜 기간 여기저기서 수집한 폐품들과 소련제 트랙터의 끄트러기나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이런 자동차들이 계속 굴러다니게 해온 쿠바 사람들의 독창성에 놀랐는게 얘기의 골자엿다. 한마디로 경제학의 많은 부분이 이 물리학자에게는 바로 쿠바 자동차와 유사하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의 눈에 경제학은 지난 수십년동안 과학적 진보와의 접촉 없이 그 자신의 지적 봉쇄에 갇힌 채 독창적으로 이론을 수정, 확장, 갱신하면서 굴러온 것처럼 보였다.”

물리학자들이 놀란 것은 자신들은 이미 예전에 폐기처분한 19세기 뉴튼역학이란 유령이 경제학의 패러다임에선 신주단지로 모셔진다는 것이었다. 뉴튼역학이 폐기된 것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일반균형이란 개념이 문제엿다.

“19세기 후반 이후 경제학을 구성하는 패러다임은 경제는 하나의 균형 시스템 특히 정지 상태의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였다. 경제학자들이 영감을 얻은 곳은 물리학이었다. 그중에서도 운동과 에너지의 물리학이다. 전통적 경제이론에서는 경제를 큰 사발 그릇 멭에서 굴러다니는 고무공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공은 사발 밑바닥에 멈추면서 정지 내지 균형 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어떤 외부적인 힘으로 사발이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는 경우 혹은 충격을 받는 경우 공은 새로운 균형점으로 이동하겠지만 그전까지는 그 상태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에는 사발 안의 공과 같은 균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균형을 가정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균형상태이다. 수급불균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불균형은 사발 안의 공처럼 외부의 힘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사발 안의 균형을 복원력을 갖기 때문에 그 힘이 소진되면 언제나 균형은 회복된다.

그러나 “현실 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같아지는 상황에 결코 있지 않으며 시장은 거의 균형에 이르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시장들은 균형보다는 불균형이란 가정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대부분의 시장을 보면 재고, 주문잔고, 여유생산능력, 그리고 이런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개자들이 존재한다. 당신이 살고 잇는 지역의 자동차 딜러는 천천히 팔리는 차들로 가득찬 주차장을 갖고 있고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인기 차종에 대해서는 주문 잔고를 갖고 잇다. 당신 지역의 슈퍼마켓은 거의 균형상태에 있지 않다. 가게 뒷문으로 수송되어 오는 식료품 공급과 가게 앞문에서 빠져나가는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게의 재고가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인 사장에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볼 수 잇는 금융시장조차 불가피학5ㅔ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을 다루는 메커니즘을 갖고 잇다. 뉴욕증권거래소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나스닥에는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잇는데 이들 모두 공급과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경기변동은 그런 시스템 내재적인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다(경기변동에 관해선 라스 트비드, ‘비즈니스 사이클’이 좋은 시작이다). 키친 사이클이니 쿠즈네츠 사이클, 콘트라디에프 사이클 등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사이클이 그렇다. 경제학자들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스템의 상태를 정적인 균형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학의 패러다임에선 그런 사실을 포함할 수 없다.

“균형을 위해 지불한 또 다른 대가는 시간에 대한 이상한 관점이다.” 뉴튼역학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사발의 공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가역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비가역적으로 흐르므로 가역적 균형을 가정하는 뉴튼역학은 시간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뉴튼역학의 균형을 받아들인 “전통 경제 모델은 실제로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은 현실 세계의 경제현상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한 변수다. 물건을 디자인하고 만들고 수송하고 팔고 정보를 얻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는 경제의 역동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요점은 우리가 이런 시간척도를 모른다면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이야기할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복잡한 동적인 측면과 현실 세계의 시간 척도를 전통 경제학의 균형 개념과 결합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을 포함할 수 없으니 경제학은 왜 변화가 있는가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는 현실이니 설명은 해야 한다. 그 결과 변화를 경제학 밖으로 밀어내고 외생변수라는 말로 처리해버린다. 사발 안의 공이 움직이는 이유처럼 말이다. “가장 흥미로운 궁금증들을 경제학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버렷다. 기술 변화를 돌발적인 외부의 힘(기후처럼)으로 취급하면 기술 변화와 경제 변화같은 상호 작용에 관한 근본적인 이론은 필요치 않다. 마찬가지로 경기 사이클도 외부의 힘, 예컨대 소비자 신뢰의 변화라든지 뉴스에 따른 주식시장의 추락 등 같은 신비로운 바깥의 힘 탓으로 돌려 버릴 수 있다.”

문제는 경제학의 범위만이 아니다. 한 세기가 넘는 동안 경제학은 “비현실적 가정에서 출발해 수학적 불가피성에 따라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가정이 비현실적이기에 그들은 잘못된 문제를 풀었고 문제의 답도 잘못될 수 밖에 없었다. Garbage in garbage out.

산타페 연구소의 미팅에서 “물리학자들은 경제학자들의 가정에 충격을 받앗다. 가정에 대한 테스트는 현실과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이 가정이 이 분야의 공통적인 흐름인가 아닌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던 필 앤더슨이 ‘경제학자들 당신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는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궁지에 몰린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햇다. ‘이런 가정이 있어야 문제를 풀 수가 잇다. 만약 당신이 이런 가정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자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햇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얻는 것이 무엇인가? 가정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당신들은 잘못된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바보가 아니니(오히려 ‘지나치게’ 똑똑하다) 그 비현실성을 모를 수 없고 현실에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그러나 모델의 근본에 있는 균형이란 개념이 경제와는 무관한 것이기에 균형이란 개념을 버리기 전엔 어떤 시도도 쓸모가 없어진다.

균형이란 개념에 현실이 맞아들어가지 않으니 현실을 개념에 맞게 조작해야 햇다. “복잡하고 역동적인 경제를 단순하고 정태적인 균형이라는 박스 안에 집어 넣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증거없는 전제들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 정말 단순한 사람들로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텐데도 경제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상황에 너무나 머리 좋은 사람들’로 모델화”되었다. 현실을 모델에 맞추려니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듯 모든 정보를 알고 잇고 비현실적으로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필요햇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에 물리학자, 화학자., 생물학자들의 관심은 그런 균형상태와는 거리가 먼 역동적이고 복잡한 그리고 단 한번도 정지 상태에 접어들지 않는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자들은 이런 형태의 시스템을 복잡계라고 규정하기 시작했다.

뉴튼역학의 시스템은 닫힌 계이다. “닫힌 계는 어떤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나 소통이 없는 시스템이다. 닫힌 계에서는 어떤 에너지, 물질 또는 정보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닫힌 계다.” 에너지의 유출입이 없으니 시스템 내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열역학 제1법칙).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닫힌 계에서 총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하면서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질서가 무질서로 바뀌어 가면서 궁극적으로 시스템이 정치하는 것에 따른 것이다.” 뉴튼역학의 균형이란 엔트로피가 최고가 되어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경제학은 경제가 그런 상태라 말한다.

그러나 “닫힌 균형 시스템에서는 순간적으로 자기조직화를 하는 일도 없고 패턴이나 구조, 복잡성이 발생하는 일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새로움이란 게 창조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창 밖에 있는 경제의 모든 움직임 예컨데 그 시끄러움, 조직, 그리고 활동은 단힌 균형 시스템의 산물일 수 없다.”

“경제는 닫힌 균형 시스템이 아니라 열린 불균형 시스템이다.” 저자는 균형과 달리 경제를 열린 시스템이라 분류하는 것은 은유가 아니라 말한다.

“사회 시스템은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들로 이루어진 현실적인 물리적 시스템이다. 물리적 경제는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엄청난 에너지를 매일 그 속에 쏟아붓고 있다. 이 덕분에 경제가 작동한다. 에너지는 경제에 들어와 엔트로피에 대항할 힘을 주고 질서를 창조한다. 마찬가지로 경제는 제2법칙에 순응한다. 쓰레기, 오염, 온실가스, 그리고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등 둘러싸고 있는 우주로 무질서를 다시 돌려보낸다.

경제는 단순히 은유적으로 열린 계와 비슷한게 아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열린 계들로 이루어진 집합에 속하는 시스템이다. 누가 경제에 공급될 에너지를 끊어버리면 다시 말해 음식물, 석유, 가스 등을 끊어버리면 엔트로피는 더 이상 저항이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경제는 정말로 균형으로 이동할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는 나라가 콩고에서처럼 전쟁으로 박살이 났을 때나 북한에서처럼 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고립될 때 이런 상황을 본다.”

사회 시스템이, 경제가 열린 시스템이란 말은 복잡계란 뜻이다(복잡계에 대해선 다른 리뷰(http://blog.naver.com/qrat/20119554674 )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여기선 생략한다. 더 자세한 것을 원한다면 이책 자체나 SERI에서 나온 ‘복잡계 개론’ 또는 뷰캐넌의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를 추천한다)

저자는 복잡계의 이미지는 이렇게 그린다. “고립되어 존재하는 물 분자는 좀 지루하다 그러나 수십억 개의 물 분자를 모아 놓고 에너지를 가하면 소용돌이 같은 복잡한 거시적 패천이 나타난다. 이런 형태의 소용돌이는 개별 물 분자들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다 하나의 물 분자로는 이런 소용돌이를 만들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물 소용돌이는 시스템 그 자체의 집단적인 또는 창발적인(emergent) 특성이다.”

물분자의 상호작용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듯이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경제와 같은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단순히 열린 시스템으로 보는 것만으로 전통 경제학의 거추장스러운 가정들 없이 경제를 설명할 수있고 현실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 예로 슈거스케이프(간단한 요약은 http://en.wikipedia.org/wiki/Sugarscape 참조)를 든다. “전통적인 미시경제학 모델은 소비자, 생산자, 기술, 그리고 시장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거시경제학 모델 역시 화폐, 노동시장, 자본시장, 정부 그리고 중앙은행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슈거스케이프 모델은 그런 것들을 가정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조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모델링해 경제질서가 어떻게 창발(emerge)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이 모델의 목적이다.

슈거스케이프 모델은 행위자와 환경(2차원 그리드) 그리고 행위자와 환경, 행위자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간단한 규칙으로 구성된다. 전형적인 슈거스케이프 모델에서 행위자는 그리드의 셀을 돌아다니며 설탕(또는 향료가 더해지기도 한다)을 찾고 먹는다. 시나리오에 따라 규칙을 확장하면 설탕(또는 향료)를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 대여, 거래, 상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모델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만으로도 80:20으로 알려진 파레토 법칙 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물론 거래 네트웤의 허브(현실에선 도시에 해당하는)의 출현, 은행의 등장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은 모델 자체에서 그리고 수요공급곡선에 따른 가격결정도 나타난다. 그러나 “슈거스케이프 경제가 순간적으로 근사한 X자 모양의 수요공급곡선을 만들어냈지만 거래가 이루어진 실제의 가격과 수량은 결코 이론적으로 예측된 균형점이 아니었다. 슈거스케이프에서 가격은 어떤 끌어당기는 것, 즉 인력체 주변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실제로 균형에 안착하는 일은 결코 없다.” 현실에서 가격이 균형에 있지 않듯 슈거스케이프 역시 그러했다. 이 모델에서 균형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시간에 따라 일이 전개되고 또 거래 상대방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경제학이 말하는 일물일가 법칙이 나타나지 않고 같은 물건에도 다양한 가격이 매겨지고 그 가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장을 그냥 가정하는 전통경제학과 달리 슈거스케이프는 현실의 사회를 시뮬레이트하기 위한 간단한 규칙만 가정하고 그 규칙에 따른 상호작용에 따라 물분자들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듯 실제 경제 시스템이 창발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모델은 전통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요소들 중 많은 것을 재생해 보였다. 비현실적인 가정들의 구속을 전혀 받지 않는 모델을 통해 이런 고전적인 결과들을 보여 주었다. 행위자들은 초인적인 합리성이라는 힘을 가진 존재라 가정하지 않았다. 미리 존재하는 사회적 또는 경제적 구조를 가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가정하지 않았다. 슈거스케이프는 저자가 경제학에 대한 진실로 새로운 접근이라 믿는 것과 관련하여 하나의 예증을 제시해준다.”

그러려면 먼저 경제현실에 대한 가정을 구성해야 한다. 저자의 방법은 균형이란 개념에 현실을 맞추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창발된 시스템 아래의 행위자부터 이해해야 한다. 행위자의 상호작용이 네트웤을 만들고 그 네트웤이 시스템으로 창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행위자 모델링에서부터 시작한다(행동경제학에 대해선 여러 리뷰에서 다루었으므로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복잡계 경제학은 아직 초보단계일 뿐이기에 복잡계 경제학을 구축하는 작업은 기존 이론에 대한 개괄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전통 경제학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복잡계 이론, 네트웤 이론에 대해서도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도 교과서 쓰듯이 자세히 다루는 이유이다. 실제 이책에 인용되는 연구사례들은 다른 개괄서에도 다루어진다. 그러므로 리뷰에서 그것을 요약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리뷰에선 저자가 그리는 복잡계 경제학 논리의 아웃라인만 잡아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행위자들이 상호작용으로 만드는 네트웤을 설명한다. 네트웤 수준에서 경제현상을 보았으면 이제 경기사이클과 같은 현상이 어떻게 창발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예를 들어 저자는 자주 인용되는 ‘맥주 게임’의 예를 들고 이 게임의 논리, 재고 사이클이 실제 어떻게 현실경제에서 경기 사이클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저자가 그리는 논리의 아웃라인은 슈거스케이프에서처럼 전통적 경제학에서 미시와 거시 사이의 거대한 심연을 건너뛰어 경제를 하나의 전체로 행위자부터 시스템 수준의 거시현상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리려 한다. “그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이론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어떠할지 그 희미한 빛이라도 볼 수 있게 됐다. 그 이론은 거시 경제학적 패턴을 ‘창발적’ 현상들, 다른 행위자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난 시스템의 전체적 특성들로 본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진화 시스템이다. “’그건 정글이야’, ‘적자생존이다’ 경제를 말할 때 너무도 자연스럽게 생태계와 진화의 이미지를 곧잘 사용한다. 복잡계 경제학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 중 하나는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나 수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 시장, 경제는 생태 시스템과 단순히 비슷한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진화 시스템들이라는 그런 의미다.”

경제를 복잡계로 그리고 진화 시스템으로 본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경제가 진화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진화라는 “전쟁 밑바닥에 흐르는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좋은 복제자가 복제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연은 가장 적합한 자(the fittest)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선택되는 자가 누구냐이다.

“도킨스는 ‘복제자’와 ‘운반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중요한 개념을 도입햇다. 스스로를 복사하는 것이라면 뭐든 복제자라 부를 수 있다. 한편 운반자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개체를 말한다. 운반자는 내부에 복제자를 품고 보호한다. 최초의 복제자는 원시수프에 들어있던 단순한 자기복제 분자였겠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복제자는 DNA다. DNA의 운반자는 생물체이거나 생물체의 집단이고 그들은 바다나 하늘이나 숲이나 평지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상호작용한다." (수전 블랙모어)

진화론의 단위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물체가 아니다. 운반체인 생물체가 품고 있는 DNA 분자가 진화의 주체이며 진화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진화의 논리로 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대니얼 데닛은 가능한 모든 DNA 생명체들의 디자인 공간을 가리켜 ‘멘델의 도서관’이라 부른다. 여기 있는 것들 중 대부분은 시시한 것들이다.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기껐해야 처음부터 실패작인 돌연변이체를 생산하는, 한마디로 유전자로서는 별 볼일 없다는 얘기다.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디자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보다 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거대한 디자인 공간의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드물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진화란 정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라 말한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디자인 공간에서 효과가 잇는 디자인을 골라내는 ‘공식’이란 말이다. “진화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지식을 축적해가는 하나의 학습 알고리즘이다. 진화는 자연 세계의 모든 질서, 복잡성, 그리고 다양성을 설명해주는 공식이다. 알고지름은 적합한 디자인을 찾아 매우 광활한 디자인 공간을 탐색하기 위한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내생적인 진화에서 어떤 디자인들이 살아남아 환경의 제약 하에서 복제를 해나간다면 그것들은 적합한 디지안이다.(좋은 복제자들이 복제된다)”

멘델의 도서관과 같은 디자인 공간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 진화의 알고리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사업 계획서가 그 좋은 예가 된다고 말한다.

"Ecologists assume that organizationl populations can be identified that have 'unit character', responding in similar ways to environmental forces. Populations are dependent upon distinct combinations of resources-called 'niches'- supporting them. Brcause they compete for resources within the same environment, organizations in a population are in a state of competitive interdependence. Competition pushes organizations toward adopting similar forms, resulting in greater homogeneity or specialization of fomrs within different niches. Organzaitons, in a sense, find niches to protect themselves against competition. Organizations often make common cause with one another as they compete with other organizations and populations, thus creating a mutualistic state of cooperative relations. Competitive and cooperative interdependencies jointly affect organizational surivival and prosperity, resulting in a distribution of organizational forms adopted to a particular environmental configurations" (Aldrich)

Population ecology(간단한 요약은 http://en.wikipedia.org/wiki/Organizational_ecology 를 참조)라 불리는 학파에 대한 요약이다. 여기서 organizational forms, 저자의 말로는 사업계획서는 DNA와 별 다를 것이 없다. DNA가 진화의 대상이라면 사업계획서 역시 진화의 대상이다. 진화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의 진화는 하나의 단일 디자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사업 계획서의) 3개의 다자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진화의 결과이다. 사업계획서는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을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혼합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며 경제 상황에 적합한 디자인을 제시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려는 모델은 경제의 진화를 물리적 기술 공간, 사회적 기술 공간, 사업 계획 공간이라는 이 세 공간에서의 합동적인 진화의 산물로 볻다. 세 공간은 별개의 개념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함께 진화는 것으로 생각할 수있다. 각 공간마다 진화가 작동한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디자인을 탐구하고 거기에서 적합 디자인을 찾아내 증폭시키는 한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디자인은 도태된다. 지금 우리가 보는 기술, 사회, 경제 세계의 질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경제를 진화 시스템으로 본다면 시장은 사업계획이 선택되는 생태계로 보아야 한다. “시장을 진화를 위한 탐색 메커니즘이라 해석할 수 잇다. 시장은 사회구성원의 고아범위한 수요를 반영하는 적합도 함수와 선택과정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선택5된 사업계획으로 자원을 몰아주어 승자는 더욱 번성하게 하고 패자는 도태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장이 우월하다는 주장은 ‘진화는 당신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통치자가 아무리 합리적이고 지적이고 자비롭다 해도 경제적인 적합도 지형에서 적합도가 가장 높은 정점을 찾아가는데는 진화의 알고리즘을 당할 수없다. 시장이 명령, 통제보다 우월한 것은 시장이 균형 상태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불균형 상태에서 혁신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시장은 역사적으로 혁신 제조기였다. 대부분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혁신은 시장경제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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