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으로 배우는 경영전략 워크북 - 현장에서 통하는 경영전략 만들기
가와세 마코토 지음, 현창혁 옮김 / 케이펍(KPub)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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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전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고 명쾌해야 한다. 산의 어느 정상을 어느 길로 오를 것인가가 전략이라면 전술은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란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은 복잡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전략서적들은 단순명쾌한 논리로 무장한다. 이런 식이다.

여성용 명품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그래프로 그려보자. Y축이 고객의 연령, X축이 여성화의 정도라면 가장 왼쪽의 꼭지점에 프라다가 자리잡고 중간에 루이비통, 구찌가 놓이고 우측에는 샤넬, 디올, 이브생로랑이 자리잡는 삼각형이 그려진다.

샤넬은 중년층의 여성화 정도가 높은 소비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샤넬의 광고 모델은 우아하고 고귀한 이미지를 가진 원숙미가 넘치는 여성이다.”

프라다 역시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여성화 정도가 가장 낮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프라다의 업종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난다. 편집장 미란다는 늘 박수갈채와 유명세를 몰고 다니는 매력적인 중년 여성으로 남성들 위에 군림하는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에 남성들은 감히 접근할 엄두를 못낸다.”

프라다의 포지셔닝은 LG와 손잡고 만든 프라다 핸드폰에도 나타난다. “심플한 디자인과 블랙의 색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이 핸드폰은 마치 업무용 컴퓨터 같은 단단한 모습을 하고 잇다. 영화속의 미란다도 검은색 옷을 입고 프라다 핸드폰을 사용한다.

미란다를 닮아가는 자신을 견디기 힘들었던 안드레이는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았던 프라다 핸드폰을 분수대에 버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이를 지켜보던 미란다는 안드레아에게 ‘받아들일 수 없다면 영원히 떠나라’고 말한다. 이 한마디가 바로 프라다 브랜드의 핵심이다. ‘좋으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말아라!’ 이것이 프라다가 100년이 넘도록 키워온 업종의 본질이자 브랜드의 정신이다.” (랸셴핑)

명품 브랜드의 지도를 아주 간단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브랜드의 포지셔닝의 논리가 그렇기 때문에 삼각형의 전부를 차지할 수는 없다. 그 삼각형의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포지셔닝) 이상은 비현실적이다. 브랜드 구축이란 그 포지셔닝을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업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시장의 정점에서 규칙을 만드는 기업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당신이 2억 유로를 지불하고 프라다를 인수햇다고 하자. 성공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프라다의 업종의 본질을 모른다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결코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왜 그럴까? 프라다를 인수하더라도 프라다가 자신의 포지셔닝을 구축하기까지 거쳐야만 했던 악전고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프라다가 자신의 결론을 얻기까지의 서론과 본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프라다를 인수해봤자 프라다의 포지셔닝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프라다의 현재 포지셔닝만 본다면 단순명쾌하게 깔끔한 논리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그 깔끔한 논리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깔끔하지 않다. 경영전략이 무용지물이란 말을 듣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현실은 위에서 본 명품 브랜드의 지도의 결론처럼, MBA 코스에서 배우고 작성하는 케이스 스터디처럼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결과만 보고 사후적으로 왜 그런 전략이 나왔는지는 누구나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가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현실에서 그런 전략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와 엉뚱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책에서 가르치는 전략에선 그런 현실이 없다. 교실에서 가르치는 전략은 그 전략을 어떻게 얻는가에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경영서적에서 전략이 푸대접받고 마케팅이 인기있는 이유이다. 현장에서 전략은 회사내에 공통의 언어가 된다는 이상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이책 역시 그런 공통의 언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 책상 위의 전략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현장에서 도출되는 전략이 이책의 목표이다.

거창하게 들릴 것이다. 작은 분량은 아니지만 이책정도의 분량으로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잇을까 의문이 들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저자는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잇다.

전략이란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한다. 내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그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이 나오면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나의 위치에서 그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란 말이다. 고객이 누구인가란 질문은 전략의 목표를 도출하는 것이다. 목표가 나왔으면 그 다음은 그 목표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방법이 나오면 그 방법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즉 수익모델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책의 구성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이루어져있다. 전략서적이면, 체계적인 전략서적이면 모두 갖추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책의 미덕은 현장성에 있다. 이책은 어디까지나 전략이란 가설이라 말한다. 전략이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과정일 뿐이란 말이다. 저자는 현장의 누구나 이책의 질문법을 따라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의 그런 바램이 현실적이 되는 것은 저자의 오랜 컨설팅 경험과 강의 경험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널리 알려진 BCG 매트릭스라든가 4P 등과 같은 기본 프레임들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런 프레임들을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에 관심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잘 알려진 내용들을 자기식대로 재해석한다. 현장에서 실행가능한 의미로 재해석한다. 그리고 그런 프레임들을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하는 질문들의 흐름에 묶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도구로 제시한다.

이책은 어렵지 않다. 전략 자체가 누구나 공유해야 하는 것이므로 어려운 것이서는 안되듯이 전략을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어려워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책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좋은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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