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3 - 금융 하이 프런티어 화폐전쟁 3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국제체제는 중심부와 주변부 경제로 나뉜다. 중심부는 대외 준비금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발행하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며 자신들의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심부를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리 떨어진 주변부는 저평가된 환율 유지를 바탕으로 수출주도성장에 몰두한다. 그 결과는 중심부 국가가 자국 통화표시로 발행한 저수익 대외준비금의 대규모 축적이다. 1960년대에 중심부는 미국이엇고 주변부는 유럽과 일본이었다. 이제는 아시아 신흥시장이라는 새로운 주변부가 등장했다. 중심부는 여전히 미국이고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 역시 여전하다.

미국은 적자를 계속 내면서도 달러의 가치는 주변부 통화에 대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변부 중앙은행들은 자국 환율이 절상되지 않도록 시장에 개입하여 달러를 매입한다. 1990년대 외환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 즉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대외 준비금 축적을 통해 정부는 금융흐름의 갑작스런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인해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되었다. 준비금을 늘리려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국이 쏟아내는 달러표시 증권을 기꺼이 흡수해가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공공지출을 억제해야 하는 압력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미국은 다른 채무자에 비해 낮은 금리를 지불하면서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에 채권을 매각했다. 그 결과 달러는 별로 절하되지 않는다. 이는 프랑스가 1960년대에 불평햇던 ‘과분한 특권’이엇다.

이 상황은 1950-60년대와 흡사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제2의 브래튼우즈라 부른다. 본래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20년의 좋은 시절 동안 존재햇다면 신브래튼우즈도 마찬가지엿다.

시장에 맡겨두면 후발경제의 통화가치는 오른다. 생산성이 신속하게 오르기 때문에 통화의 가치는 오른다. 통화절상은 고도의 생산성이 고도의 생활수준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시장의 압력은 영원히 병속에 머물러 잇지 않는다. 본래의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시장의 압력은 1970년대 초에 폭발햇다. (배리 아이켄그린

신브레튼우즈 체제 역시 2008년 폭발했다. 신브래튼우즈, 또는 글로벌 불균형은 폭발하기 전까지 팍스 브리태니커의 아름다웠던 시절, 벨르 에포크가 그랬던 것처럼 팍스 아메리카나의 좋은 시절이었다. 앞으로 팍스 아메리카가 어떻게 될지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16-17세기 유럽 최강국이었던 스페인 제국은 한때 세계 금과 은 총량의 80%를 가진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다른 국가들은 모두 스페인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한 국가가 이토록 많은 부를 가지면 그 국가는 부를 창조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쉽게 돈을 벌게 된 ‘스페인 제조업자들은 더 이상 힘든 생산활동을 하지 않았다. 손에 들어온 주문을 다른 국가에 대량으로 하도급을 주었다. 영국의 방직업, 네델란드의 조선업, 이탈리아의 농장업과 북유럽의 어업이 스페인을 대신해 제품을 만들었다. 스페인을 부를 믿고 무절제한 소비와 대외 확장만 추구하다 생산이 위축되고 재정이 파탄나고 실업률이 급증했다.

세계의 맹주 자리를 차지한 영국은 스페인 제국과 같은 기로에 섰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노동으로 계속 부를 창출할 것인가 아니면 군사패권과 금융패권으로 다른 사람의 노동성과를 나눠가질 것인가? 이미 많은 부를 거머쥔 영국인들은 스페인처럼 후자를 선택했다.  


역사는 놀랄만큼 반복된다. 미국은 200년 동안 고통스런 노동을 통해 거대한 부를 창조한 후 스페인과 영국처럼 점차 부의 창조능력을 상실했다.미국은 달러 발행 특권을 행사하면서 세뇨리지 수익과 자본 투자수익을 얻는 데만 혈안이 돼 귾임없이 자국 산업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인은 거액의 이익을 얻는 대가로 부의 창조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영국과 미국이 그랫듯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을 위해 일햇다. “탱고는 둘이 추는 것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막대한 흑자를 내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미국은 다른나라들이 더 많이 저축하기 때문에 투자에 비해 덜 저축할 수있었다. 밴 버냉키는 글로벌 불균형을 글로벌 저축 과잉을 반영하는 것으로 설명햇는데 일리 잇는 말이다. 미국은 생산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행복햇다. 중국은 저축을 통해 번영하고 국제 거래를 하는 데 필요한 준비금을 대량 비축하는데 관심을 가졌다. (아이켄그린) 중국(그리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행복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햇다. 세계경제란 경기장에선 모두가 이익을 보지만 게임이 공평한 것은 아니다. 게임의 규칙은 미국이 정하고 중국은 그냥 따르는 것 외엔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힘을 금융 하이 프런티어라 부른다.

"세계 최대 채무자가 세계 최대 채권자에게 여러가지 가혹한 조건을 내걸고 걸핏하면 징벌성 조치를 들먹이며 위협하는 게 말이 될 소리인가." 그러나 현실에선 말이 된다. 걸핏하면 미국은 중국이 환율조작을 한다며 너가 버는 돈은 나를 속여 도둑질한 것이라 욕을 한다. 그러면서 부당한 이익을 더 이상 보지 말고 환율을 올리라 한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선 기고만장한 채무자의 헛소리일 뿐이다.

미국이 환율을 들먹이는 이유는 내부용인 측면이 강하다. 적자를 내는데 손놓고 있으면 유권자들이 뭐라 하겠는가? 뭔가 하는 시늉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위기 이후 환율압박은 내부용 구호를 넘어섰다고 저자는 본다.

"중국에 절상 압력을 가하는 목적은 무역적자나 실업난 해소가 절대 아니다. 인민폐 절상을 통해 인민폐의 명목 구매력을 상승시키고 실질 구매력을 하락시켜 인민폐 보유자, 다시 말해 달러 채권자들의 수중에 있는 달러 채권 가치를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환율장난을 쳐 빚을 떼먹는 수법은 이미 써먹은 적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980년대에도 미국은 쌍둥이 적자를 줄이겠다며 최대 채권국인 일본을 압박해 엔화를 올리게 했다. 그 다음 결과는? 엔화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고 줄어든 돈 가치에 비례해 자산가격이 폭등햇다. 그리고 일본경제는 지금도 자산버블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압력을 못이긴 "중국 역시 2005 7월에 환율을 20% 절상한 후 부동산 시장과 증시가 과열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햇다. 미국은 대중국 실제 부채 규모를 대폭 줄이려는 것이면서 중국의 자산버블을 부추기려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세계 각국이 자국 화폐를 빠르고도 대폭적으로 평가절상하여 이들 국가의 경제가 회복된 틈을 노려 미국의 부실 채무를 분담하고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싸구려 달러 때문에 키워진 자산버블이 어떻게 되건 알바가 아니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기고만장을 넘어 뻔뻔한 채권자이다. 이런 뻔뻔함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이 세계경제의 금융 하이 프론티어를 장악했기 때문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금융장난질에 당해 온것은 아편전쟁 이후 굴욕의 100년 동안도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편무역으로 중국의 은이 물밀듯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중국에는 '은 가치 상승, 화폐가치 하락'이란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혈액인 화폐가 빠져나간 경제는 죽어갔고 정부의 재정도 악회되었다. "아편무역이 시작되기 전인 1781년 건륭 연간까지 국고에 7,000만냥의 은이 남아 있었으나 1850년에는 800만냥밖에 남지 않아 한 차례의 전쟁을 치를 여력조차 없었다. 대청제국 금융 하이 프론티어의 초석인 은본위제가 결국 아편에 의해 무너지면서 무역적자 급증, 재정수입급감, 백성 생활의 불안정, 빈부 격차 심화 " 중국의 사회는 해체된다. "국제은행가들은 아편무역으로 수탈한 거액의 은으로 '중국의 잉글랜드 은행'을 설립했다." 

은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은행들이 발행한 화폐가 "널리 유통되었다. 특히 (중국의 경제중심지인) 화남 지역에서는 청나라 정부의 화폐를 대체해 주요 결제수단으로 사용됐다." 그 정점에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있었다. 홍콩상하이은행은 저금리로 유치한 중국부호들의 돈을 "고금리 단기 대출 방식으로 전장과 표호들에 공급함으로써 앉은 자리에서 엄청난 차익을 챙겼고" 중국경제의 자금통로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홍콩상하이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면 금융이 완화되고 반대로 시중의 돈을 회수하면 금융긴축이 발생햇다." 홍콩상하이은행은 사실상 중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홍콩상하이은행은 원래 중국무역업체의 금융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은행이었다. 중앙은행이란 권력을 장악한 영국계 자본은 그 권력을 휘둘러 중국경제를 착취한다. 예를 들어 "1878년부터 해마다 중국의 생사와 찻잎 출하 시기에 맞춰 시중 자금이 경색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상해에서 상업무역 활동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시중에 약 300만냥의 자금이 필요햇다. 그런데 홍콩상하이은행은 생사와 찻잎 출하 계절마다 시중의 자금이 100만냥을 밑돌로고 자금을 급히 회수하여 상인들은 생사와 찻잎 구매 자금을 충분히 융통할 수 없었다. 결국 재배농가들은 헐값으로 생사와 찻잎을 팔아치울 수 밖에 없었고 홍콩상하이은행의 주주(양행)들은 이 틈을 타 찻잎을 매점해 폭리를 취햇다," 

굴욕의 100년 동안 중국이 반식민지로 전락한 근본이유를 저자는 금융 하이 프론티어를 빼앗겼기 때문이라 말한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과 일본의 처지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이 약간 더 나은 면이 많았다. 그러나 중국은 반식민지로 전락하고 일본은 제국주의 열강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저자는 금융 하이 프론티어를 중국은 잃어버렸고 일본은 지킨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본다.

미국이 뻔뻔한 채무자로서 과분한 특권을 누리면서 채권자인 중국에게 큰 소리를 치며 빚을 떼먹을 음모를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중국은 금융주권이 없고 미국은 있기 때문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달러에 대한 (한국도 마찬가지인) 중국의 환본위제를 혁명기와 개혁개방 이전의 물가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준비금으로 달러를 사용하는 환본위제는 금융주권을 자국의 손에서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에게 자발적으로 넘겨주는 것이므로 문제가 잇다고 말한다. 싸구려 달러를 남발하는 지금 고스란히 빚을 떼이고 고생해 축적한 부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미국기자: 산동 근거지 화폐는 금, 은이나 외화를 준비금으로 하지 않고 어떻게 화폐 가치와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었는가? 이는 믿기 어려운 기적이다.

팔로군 간부: 우리 화폐는 물자 본위화폐이다. 우리는 40%의 황금과 50%의 물자를 준비금으로 삼앗다.

(미국기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 예를 들어 화폐 1만 위안을 발행한다면 우리는 그중 5,000위안으로 식량, 목화, 무명, 땅콩 등 주요 물자를 구매 비축했다. 물가가 상승할 경우에는 이 물자들을 풀어 시중의 화폐를 회수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했다. 반대로 물가가 하락할 때에는 화폐를 회수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했다. 반대로 물가가 하락할 때에는 화폐를 증발해 시중의 물자를 매입햇다. 우리가 준비금으로 삼은 이 생필품이야말로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금이나 은보다 훨씬 낫다.

지폐 본위제가 확립되면 통화량이 화폐가치를 결정한다.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고 통화량이 10배 증가하면 물가도 똑같이 10배 상승한다. 법폐와 위폐 가치가 폭락한 이유는 통화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었던 건 통화량을 적절히 조정했기 때문이다.”

1945년의 인터뷰이다. 지금은 상식이 된 통화주의의 기본 이론이다. 그러나 저자는 프리드먼의 이론과는 다른, 지금도 유효한 혁신성이 있는 화폐제도였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왜 준비금으로 기업의 주식 같은 자산은 쓸 수 없는가 묻는다. 싸구려 달러보다는 훨씬 좋은 자산이 아닌가 묻는다. “중앙은행의 자산 계정에 있는 외환 자산이 점차 다른 자산으로 교체되면 더 이상 달러화 자산을 인민폐 발행 준비금으로 삼지 않아도 된다. 대신 중국의 중점 산업과 민생 사업의 강력한 생산력을 기반으로 인민폐를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맨폐는 중국의 경제 발전과 연결돼 인민의 화폐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최고의 원칙을 구현할 수있다. 한마디로 외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자주 독입적인 인민폐 발행이 가능해진다.”

그 외에 저자는 종장에서 여전히 음모론 작가의 면모를 잊지 않지만 저자가 이책에서 하려는 말은 인민폐의 본위제에 대한 논의라 할 수 있다. 매력적이고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높은 이론이다. 그러나 저자는 왜 개혁개방 이후 물가본위제에서 환본위제로 전환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게임의 룰 때문이었다. 세계경제에 참여하려면 게임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 룰 중의 하나가 화폐의 호환성이었고 그 결과가 환본위제엿다. 저자의 제안이 실현되려면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어야 한다. 달러의 헤게모니가 흔들리므로 세계의 기축통화는 파운드화 시절처럼 3개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의 하나가 위안화가 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중국의 현재로선 꿈도 못꿀 일이다. 저자는 그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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