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 금융위기의 순간 그들은 무엇을 선택했나
앤드루 로스 소킨 지음, 노 다니엘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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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내린 결정과 행동에 책임을 질 것입니다. 여기에 있는 누구도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그때 다르게 할 수 있었는가 묻는다면 대답은 그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청중은 펄드의 회한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질문은 그의 보수에 집중되었다. '당신의 회사는 파산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48,000만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공정합니까?"

"제 보수는 대부분 자사주입니다. 그 주식의 대부분을 저는 파산 신청 시에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보유했던 주의 가치는 한때 10억 달러에 이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6 5,486달러 72센트였다. 그는 이미 아파트와 아내가 아끼는 예술품을 팔려고 내놓았다. 펄트는 자신의 부를 회사의 주에 장기적으로 묶어놓고 위험을 감수한 CEO였다.

"리먼 브러더스에 관계되거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아픈 일이었지만 이번 스나미는 특정한 기업이나 시장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헤지펀드들이 그릇된 소문을 퍼뜨리고 지난 여름 리먼이 은행지주회사가 되려고 했을 때 연준이 허용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엄청난 좌절감을 표시했다.

펄드는 준비한 메모를 옆으로 밀어놓고 동석한 고문변호사들이 노라는 가운데 즉흥적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관심이 없으시겠지만 저는 매일 밤 궁금해서 일어났습니다. 무엇을 달리 할 수 있었을까?" 이 대목에서 펄드는 눈물을 흘릴 듯했다. "어떤 대화에서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했을까? 내가 무엇을 해야 했을까? 저는 매일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번 일은 제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아픔입니다." 이 말에 이어 그는 미국 정부가 금융 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들을 취하면서 왜 리먼에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 물었다. "제가 땅에 묻힐 때까지 이 의문을 품고 살 겁니다."

 

리먼브러더스는 망할 이유가 충분했다. 펄드는 아멕스에서 방출된 후 미미한 채권매매업체에 불과했던 리먼을 빅5의 하나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펄드의 시절은 가버린지 오래였다.



"펄드와 (그의 오른팔인) 그레고리는 주식이 아닌 채권 족의 고정소득 거래에 익숙한 사람이어서 1980년대 이후 극적으로 변한 금융시장을 제때에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고정자산 쪽에서도 가장 변화가 없고 리스크가 적은 CP 업무부터 금융을 배운 사람이었다. 게다가 변확 느린 고정소득거래도 그들이 금융을 배운 시절과는 딴판으로 변해있었다. 은행은 이제 기초가 되는 자산을 활용해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 과거보다 금융의 리스크가 본연적으로 증대했다는 말이다. 펄드와 그레고리는 그런 현실을 파악하려 하지 않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앗다.



결국 리먼의 임원들 중에서 (펄드의 오른팔인) 그레고리를 회사의 장애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햇다. 그들은 그레고리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레고리 치하에서 리먼은 잠재적으로 판단되는 가치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해댔다."



엘리트들의 엘리트가 모인 빅5 중 하나인 리먼에서 그런 리스크 감수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정소득 부문의 직원들은 미국경제에 기차 충돌 사고 같은 것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2007 2월 리먼에서 부실채권 거래 부문을 이끌던 래리 매카시는 그의 그룹에서 발표를 하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앞으로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겁니다. 투자은행 다음으로 쓰러지는 것은 상업은행이 될 것에요. 상업은행들은 겁이 나서 융자를 거둬들일 거시고 이는 소비자 융자를 축소하고 신용 스프레드를 더 넓힐 겁니다. 시장에 아무런 리스크도 없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상황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할 겁니다. 오늘날 세계화가 과거에 존재하던 자연적인 경기순환주기를 소멸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틀린 생각입니다. 세계화가 바꿔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리먼의 대차대조표에 들어있는 지금의 리스크는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겁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고 우리는 너ㅓ무 취약합니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견딜 화력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나 리먼의 공격적인 문화는 어쩔 수 없었다. 더 문제는 위기가 현실이 되었을 때 펄드는 위기를 현실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70년대의 어려운 시절부터 일을 배웠고 80년대 S&L 위기도 겪었으며 닷컴버블, LTC 사태를 모두 겪었던 펄드는 이번에도 그런 위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런 위기들과 다를 것 없는 또 하나 위기일 뿐이라 생각햇다. 이번에도 리먼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다르다는 것을 몰랐던 펄드는 많은 실수를 했고 그 기회를 날린 실수들은 그의 모든 것인 회사를 무너트렸다.



그러나 왜 리먼만인가? 펄드는 자신은 사라지더라도 최소한 베어와 같이 회사 자체는 살아남기를 바랬다. 물론 빅5 중 실질적으로 살아남은 회사는 없었다. 서열 3위인 메릴린치는 살아남기 위해 회사를 팔아치웠고 2위와 3위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으로서 누렸던 자유를 포기하고 정부의 규제를 받는 지주회사가 되었다. 사실상 비즈니스 모델로서 투자은행은 멸종되었다.



그러나 빅5 중 리먼처럼 회사 자체가 사라진 경우는 없었다. 왜 그랬을까? 금융위기 당시 제기되었던 설은 2가지였다.



첫째는 모럴 해저드를 경고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설이다.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 저자가 이책에서 그리는 정황은 그런 설을 부정한다.



금융위기와 모럴 해저드가 무관하지는 않다. 80년대 S&L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모럴 해저드였다. S&L의 예금도 보험이 적용되면서 예금에 대한 책임을 덜 느끼게 된 S&L 경영진들은 더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었고 그 공격성이 위기를 낳았다. 그러나 과연 그 경영자들이 보험만 믿고 무책임한 결정을 했을까?



펄드의 의회증언은 꾸민 것이 아니다. 그가 리스크를 무모하게 무시한 것이 회사를 무너트리기는 햇지만 파산은 그의 의도가 아니었다. 그의 모든 것인 회사가 무너질 것이란 생각을 못한 것일 뿐이다. 골드만삭스의 CEO를 지낸 행크 폴슨이 그런 것을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둘째는 리먼이 월스트리트의 비주류였기 때문에 월스트리트와 정부를 장악한 골드만 커넥션이 리먼을 무너지게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랫을까? 저자는 부정적이다. 투자은행 모델이 무너진 구조적 원인은 과도한 레버리지였다. 자기자본의 30배를 우습게 넘는 레버리지는 서로가 서로에게 빌려준 단기자금으로 조달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신용카드가 되어 돌려막기를 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카드의 하나인 리먼이 파산한다면 그 충격은 시스템 전체를 무너트릴 수 있다. 그 위험을 알기에 재무성과 연준은 모든 수단을 쥐어짜고 그래도 안되면 편법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책의 저자는 리먼이 무너진 것은 우연 또는 운명의 장난이엇다고 말한다. 리먼이 영국 바클레이즈에 합병되기 직전 미국의 불이 옮겨붙을 것이라 질겁한 영국정부의 반발로 합병이 무산되었고 대안은 파산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이 나온 것은 당시 재무부 장관을 맡았던 행크 폴슨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정점인 골드만삭스 CEO를 지냈던 그는 금융위기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일생을 보냈던 월스트리트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정권말기의 장관으로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었지만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정치가로서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했던 그는 정치적으로 가능해지기 전엔 필요하더라도 행동에 들어갈 수 없엇고 정치가로 행동해야 했기에 하얀 거짓말을 해야 햇다.



위기의 몇달 간 폴슨의 행동은 모두 임기응변이엇고 (있지도 않은) 큰그림에 따르지 않았다. 리먼이 무너진 것은 그의 그런 임기응변이 한계에 이른 결과일 뿐이다.



이책은 베어가 합병된 후 골드만삭스가 지주회사가 되는 몇달 동안 행크 폴슨과 월스트리트 경영진들이 어떻게 그 몇달을 보냈는가를 다룬다.



이책이 다루는 기간 내내 이책에 등장하는 정부관계자들과 빅5 경영진의 심리는 '공포'였다.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공포,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그리고 그 모든 노력에도 한숨도 돌릴 수 없게 위기 다음 위기가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쌓여가는 피로와 무력감. 이책이 그리는 풍경이다.



이책은 경제학자들이 쓴 책처럼 위기가 왜 일어났고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단지 그 몇달동안 위기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무엇을 보았으며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했는가란 질문을 할 뿐이다.  이책은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보여줄 뿐이다. '사람'들이 그 때 거기서 무엇을 했는가를 말할 뿐이다. 그리고 이책은 그런 목적을 충분히 이루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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