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완성 -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 보고서’ 그 두 번째 이야기
조지 베일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1950년대 초,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던 나의 할아버지 도널드 클리프턴 박사는 연구 도중 매우 김각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거의 모든 심리학 분야들이 사람들의 ‘부정적인 면’만을 다룬다는 사실이엇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을 연구하는 것이 그보다 중요하다고 믿던 할아버지는 지난 50년간 인간이 가진 긍정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동료들과 함께 수백만 번의 인터뷰를 실행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할아버지가 40여년 째 연구를 진행오던 1990년대에 새롭게 떠오른 심리학 분야가 바로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이다.” (도널드 클리프턴, 톰 래스)

긍정심리학의 시조로 불리는 도널드 클리프턴의 이론은 ‘물통과 국자 이론’으로 요약된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물통을 가지고 있다. 그 물통은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채워지거나 비워진다. 물통이 가득 차 있을 대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비어 있을 때 우리는 고통을 느낀다. 우리는 또한 보이지 않는 국자를 가지고 있다. 그 국자로 타인의 물통을 채워줄 때 즉 긍정적인 감정을 이끈 ㄴ말이나 행동을 할 때 우리의 물통도 채워진다. 그러나 국자로 타인의 물통에서 물을 퍼낸다면 즉 긍정적인 감정을 줄어들게 만드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우리의 물통에서도 물이 빠져나가게 된다.” (도널드 클리프턴, 톰 래스)

긍정심리학의 논리는 반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그리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물통에 담긴 물의 정체는 세월과 함께 바뀌어갔다. 초창기 긍정심리학의 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다. 위에서 인용한 물통과 국자 이론을 소개한 책에서도 첫번째 사례로 드는 것이 칭찬의 효과를 보여주는 피그말리온 효과였다.

이후 긍정심리학의 논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미국식 성공학의 학술 버전에 불과하게 되었다.원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시크릿’류의 자기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긍정심리학에서 ‘긍정’의 기초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실험적으로 증명된 가설이다. 그러나 칭찬을 아무리 해도 백치가 전교 수석이 되고 하버드에 들어갈 수 없고 아무리 나는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무장해봐야 청소부가 대기업 CEO의 역할을 해낼 수는 없다.  

 이책은 긍정의 개념화가 잘못되었다는 반성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긍정의 기초를 새로 놓기 위해지난 10년동안 진화심리학과 생리심리학(보통 뇌과학이라 알려진)의 성과를 원용한다.

두 분야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라면 그동안 심리학에서 무시되어온 감정의 메커니즘을 튼튼한 생물학적 토대 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분노, 두려움, 짜증과 같은 스트레스성의 부정적 감정이 왜 진화했으며 어떤 메커니즘에 기초하고 있는가를 밝혔듯이 사랑, 기쁨, 관용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어떻게 진화했고 어떤 메커니즘인지를 진화심리학과 생리심리학은 분명한 논리로 설명한다.

이책의 저자는 긍정심리학의 ‘긍정’을 두 분야에서 설명해낸 긍정적 감정으로 재해석한다. 저자가 열거하는 그 감정들은 이렇다: 사랑, 희망, 기쁨, 용서, 연민, 믿음(또는 신뢰). 저자가 이 6가지 감정을 다루는 이유는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행복’에 결정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면서 고통은 불가피하다. 저자는 같은 고통을 겪더라도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행복이 결정된다고 이전 저서인 ‘행복의 조건’에서 말한다. 같은 고통이라도 누가 더 성숙한가에 따라 행복한가 불행한가 차이를 만들며 그 성숙함이란 6가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이책에서 말한다.

저자가 6가지 감정을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 감정들이 사회적인 다시 말해 도덕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행복의 조건’에서 보여준 것은 도덕적인 능력 또는 사회적인 능력이 높을수록 더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에서 저자는 그 능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말하려 한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감정들로 재정의하고 그 감정들이 어떻게 진화론적으로 형성되었는지 즉 우리의 생존에 어떻게 그 감정들이 유용했는지 다시 말해 그 감정들이 사회적 능력으로서 왜 선택되었는지 그 감정들이 개인의 삶에서 어떤 유용성이 있고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책은 ‘행복의 조건’의 연장선에서 보아야 그 의의가 제대로 이해된다. 그 책을 읽은 사람에겐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행복의 조건’과 같은 수준의 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이책은 이전 저서와 같이 탄탄한 실제 연구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책은 어디까지나 시론에 불과하다. 저자가 의지하는 진화심리학과 생리심리학이 저자의 전공이 아니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책이 하려는 시도가 현재로선 지나치게 대담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긍정적 감정에 대한 논의는 드물었다. 그리고 저자가 의지하는 두 분야의 성과가 쏟아져 나온지도 10년이 조금 넘는다. 아직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 이책은 기초를 놓으려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이책의 논의는 무난하다. 아직 튼튼하지 않은 기초에서 많은 것을 말할 수 없고 저자가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이책의 논의는 무미건조해진다. 현재 학계의 수준에서 긍정적 감정에 대한 종합이 어떤 수준으로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책의 의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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