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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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세계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미국과 대부분의 서구국가들은 자본이 바닥나고 있고 인구가 고령화되고 학력수준이 떨어짐에 따라 노동의 역동성은 손상됐으며 기술의 독점에 대한 장악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중국을 필두로 떠오르는 신흥세계는 은행에 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고 우월한 노동력을 갖고 있으며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욕구가 있다.

그렇다면 30년 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만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성장과 경제구조의 변화추세가 현재의 경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경제권은 21세기 말까지 아주 망하지는 않겠지만 아주 느릿하게 굴러가다 잘해야 2류 경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책의 요지이다. 요지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이책의 가치는 그 요지의 근거를 어떻게 제시하는가에 달렷다 하겠다.

저자의 논거는 단순하다.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 그리고 생산성(TFP)의 함수이다. 저자는 이 세가지 변수 모두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자본부터 보자. “서구의 흥망사는 서구가 자본을 어떻게 모았고 어떻게 축적했으며 어떻게 낭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50년간 서구가 보여준 형태는 흡사 수 세기에 걸쳐 모은 집안의 재산을 탕진한 탕자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서구는 어렵사리 축적한 부를 무분멸한 방종과 그릇된 투자로 날려버렸다.” 이번 금융위기는 바로 자본배분의 왜곡이 갈 데까지 간 최;종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이 수익을 낳는 생산적 자산에 투자되지 않고 주식과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자산에 투자되면서 자본이 낭비되었고 최종적으로 거품이 터지면서 그 자본은 증발해 버렷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지적이다. 이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왜 그런 투기가 일어났는가를 미시경제적 모델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기업가치(EV) = 주식 기대가치(EQ) + 부채 기대가치 (ED)

회계의 기초공식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주주와 채권자는 그 이익에 대한 청구권을 갖는다. 문제는 주주와 채권자의 입장이 다르다는데서 시작된다. 기업이 아무리 많은 이익을 올려도 채권자가 가져갈 것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주주는 이익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져갈 것이 많다.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것이 우선이므로 기업의 경영이 리스크를 덜 떠안기를 바란다. 보수적인 입장이란 말이다. 그러나 주주는 안정성보다 변동성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리스크를 선호하는 주주의 입장에선 부채를 늘려 레버리지를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 더 많은 자본을 동원하면 당연히 수익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자기자본 비율은 줄어들므로 자기자본 당 수익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자의 입장에선 부채가 늘어나면 부채상환 가능성은 낮아지므로 당연히 부채증가를 반대한다.

기업의 경영은 주주와 채권자의 입장이 서로 견제할 때 건전할 수 있다. “주식청구권자의 대리인으로서 경영진은 기본적으로 부채청구권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이는 주식청구권자와 그 대리인인 경영진이 선을 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부채청구권자의 핵심적인 의무인 이유다. 사실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관계다. “

그러나 70년대 이후 월스트리트의 논리가 미국경제를 지배하면서 그 균형은 깨지고 기업의 주인은 주주란 논리가 성립된다. 이제 “위험 추구는 경영진이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이유이자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경영진에게 성과급이 주어지는 이유다. 위험은 경영진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소위 주주자본주의의 정의이다. 문제는 주주자본주의의 논리는 레버리지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월스트리트의 논리라는 것이다.

“주주가치는 1980년대에 선진국들에서 탄생한 세계화의 두번째 구성요소이다. 이러한 금융의 득세는 세계화에 의해 가능해졌다. 주주가치는 지난 영광의 30년 시기에 확립되었던 금융과 경제의 관계 즉 금융이 경제에 봉사하는 관계를 전복했다. 주주가치는 자본축적이 금융수익률 요구에 복종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기업들과 경제 전체에 불균형을 조장하는 행동들이 유발되었다.

이 (주주가치와 신흥국 성장체제의 변형과 그 과정에서 이 나라들이 미국의 채권국이 된) 두 구성요소의 결합은 소득과 부의 분배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신흥국들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재화시장과 노동시장에서의 가격형성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들이 생산물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주주가치는 기업들에게 자본 수익률을 제고하라는 압력을 행사했고 바로 이 때문에 기업을은 노동시장을 통해 임금비용에 가혹한 공격을 가하게 되었다. 이렇게 주주가치는 경제 전체에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켰다. 또한 주주가치는 기업 지배구조에서 세력관계를 역전시킴으로써 위험의 분담도 역전시켰다. 이윤은 경기변동에 따라 변동하는 소득으로 방치되는 반면에 주주의 소득은 보호받는다. 리스크는 생산성과 임금의 연동관계의 단절, 실업 및 고용 불안정을 통해 임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다.” (미셸 아글리에타, 로랑 베레비)

그뿐만 아니다. 주주가치, 또는 월스트리트의 헤게모니는 이윤의 배분을 왜곡하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의 투자와 동일한 논리를 기업의 경영에 강요했다. 자산투자의 논리인 레버리지를 경영에 적용하는 것은 기업 자체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이라 봐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이 판매가격에 가하는 인하 압박과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시장의 긴장이 임금에 가하는 인상 압박 사이에 끼어 있던 미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수익률이 현저하게 하락했다. 1993년 이해 높은 생산성 이득 덕분에 놀라운 속도로 상승했던 단위당 마진율이 아시아 위기가 발발했던 1997년부터 정체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은 수익성 하락이 자기자본 수익률에 주는 영향을 줄이거나 또는 감추기 위해 레버리지 효과를 더 많이 활용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자사주의 환수, 배당금의 증가, 외적 성장 방식의 시행을 위해 차입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을은 자기자본 수익률을 제고하고 (월스트리트의 주주들을 위해)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잇는 유일한 수단들이다. 당연히 이때부터 이국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그 수익률 못지 않게 급속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아를리에타, 베레비)

이책의 저자는 시몬스의 사례를 든다. 133년 역사의 시몬스는 2009년까지 5년동안 주인이 다섯번 바뀌었다. 80년대 기업사냥꾼들이 그러했듯이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인수자의 빚은 늘어갔다.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주가가 치솟게 되자 회사의 소유자는 사업자금의 부채의존 비율을 더욱 높이는 한편 현금을 빼내 자신에게 두둑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엇다. 그 사이 1991년 1억 6,400만 달러였던 회사의 부채는 2009년 13억 달러로 불었다.” 레버리지의 증가로 자산가치가 계속 올랐기에 “시몬스를 소유한 사모펀드가 현금을 챙길 수 있었고 그 다음에 회사를 인수한 기업들이 부채를 더 늘릴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 거래를 통해 거액을 챙긴 반면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에 대해선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의 헤게모니는 점점 더 많은 이윤이 실물경제에서 금융으로 이전되도록 강요했고 자본배분을 왜곡했다. 그리고 실물을 떠난 돈놀이의 무한순환이 폭발한 것이 이번 금융위기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의 가계와 기업, 개인들의 재무구조는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낳는 자산이 많은 포지티브 캐리에서 네거티브로 바뀌었다. 여기서 네거티브 캐리는 서비스나 주택처럼 현금흐름을 낳지 않거나 무형의 편의성만을 낳는 자산이 많은 상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사회 전반에서 대차대조표상의 자산구성이 포지티브 캐리에서 네거티브 캐리로 조직적으로 변경되었다. 포지티브 개리인 대차대조표에서는 자산에 의해 창출된 현금흐름이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에 필요한 금액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이고 누적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시간이 가면서 지속적으로 대차대조표상의 자기자본으로 축적된다. 반면에 네거티브 캐리의 대차대조표에서는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을 위해 필요한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매각해서 생긴 자본이득이 있어야 하고 이 수익이 부채의 원리금 상환에 스인다. 물론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의 가격이 떨어져서 최초의 취득가격보다 낮아지면 심가한 문제가 생긴다. 불가피하게 버블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발생한 (닷컴버블 같은 ) 생산적인 버블이 그나마 최선이다. 최악의 버블은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발생하는 자산버블이다. 1986년부터 90년까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그리고 2008년 주책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버블이다.”

자본 배분만 왜곡된 것이 아니다. 노동의 배분 역시 심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산적인 산업보다 서비스 부분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적 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운동선수나 CEO, 헤지펀드 매니저 등 사회적 편익이 비교적 협소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연봉과 보상이 돌아간 반면 의사나 간호사 교사와 같이 사회적 이득이 넓게 퍼지는 부문에는 덜 돌아갔다. 이처럼 노동 가격의 신호가 왜곡되면서 인력의 이동이 일어난 것이다.”

노동시장의 가격이 왜곡되면서 노동의 흐름은 이렇게 왜곡되어 왔다. “서구에서 공학은 이제 구식이 되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촉망받는 인재들은 대부분 물건을 만들어내는 거칠고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발명하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상위 10%의 인재ㅑ들이 모두 서비스 산업 특히 선망되는 금융업과 컨설팅업에 몰려들었다. 과거에 대학졸업자들은 1950년대와 1960ㄴ연대 석유회사의 엔지니어나 국무부의 외교관처럼 무언가 실절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석유화사나 IBM같은 기술기업에서 관리자가 되엇다. 대졸자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투자은행가나 경영 컨설턴트처럼 ‘떠드는 사람’이 되더니 급기야 헤지펀드나 사모펀트의 투기꾼이 됐다.”

“중국이 영국보다 15배나 많은 엔지니어를 양산해 낸다는 사실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중국은 전 세계 연구자의 15%를 차지하고 미국은 약 23%를 점한다.” 그 격차는 점점 좁혀져 왔고 지금의 추세라면 추월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의 과핮가와 기술자, 기능공의 양성과 그 나라의 경제성장 사이에는 강한 상관고나계가 있다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토ㅓㅇ계수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1차에서 2차, 2차에서 3차로 경제의 중심이 옮겨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조업을 내준 것처럼 서비스 산업도 내줄 운명이라 저자는 본다. 인도로 아웃소싱되는 일자리들을 보라. ‘그렇다면 서구는 그 대신 어디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을가? 그것은 서구가 과거에도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었고 지금도 상당부분 우위를 가지고 있는 R&D 분야다. 물론 서구가 R&D 분야에 혁신을 원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과학, 기술 분야의 고등교육을 소홀히 했다는 문제가 있다. 그 바람에 이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한 순간에 그 일을 할 만한 전문가가 부족했다.” 그 대신 ‘서구사회는 지난 30년간 가장 우수하고 총명한 인재들을 컨설팅과 금융서비스, 은행업으로 글어들엿다. 그런데 바로 그 산업이 2008년 금융위기로 몰락햇다.”

“서구의 우위와 탁월한 업적은 대부분 발명에서 비롯된 것이엇다. 그러나 서구가 한때 누렸던 과학과 기술의 독점적 지위는 이제 완전히 무너졌다. 최근까지도 새로운 기술은 거의 모두 미국에서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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