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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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여러가지 이유로 무너진다. 이 책은 그 중에서 한가지, 환경파괴로 무너진 문명만을 다룬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우리의 문명이 무너진다면 환경파괴로 무너질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을 생각해보자는 의도로 쓰여졌다.

그러나 그런 주제를 다루는 책은 많다. 그 많은 책 중에서 이책은 시장에서 독보적인 대접을 받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책의 구성에 있을 것이다. 저자의 전작인 ‘총 균 쇠’처럼 이 책은 간단한 가설을 제시하고 그 가설을 여러 사례에 적용해보면서 그 가설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가설을 증명해나가는 형식이다. 역사학자의 방식이라기 보다는 과학자의 서술이다.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닌 생물학자이니 당연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서술방식 덕분에 두꺼운 책이 명료해지고 의미가 분명하기에 재미있어진다.

저자의 가설은 단순하다. “과거 사회의 붕괴는 약간의 차이가 잇지만 큰 줄기에서는 유사한 과정을 밟은 듯하다. 인구 폭발로 관개 시설, 이모작, 계단식 밭 등 농산물 생산을 늘리기 위한 집약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했고 처음 선택한 우량한 땅에서 주변의 땅까지 농지를 확대해야 했다. 점점 늘어나는 굶주린 배를 채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처럼 지속불가능한 수단의 동원으로 환경 피해가 뒤따랐고 그 결과 주변에 개발한 농지가 다시 버려졌다. 식량 부족과 굶주림, 부족한 자원을 두고 다툰 민족들 간의 전쟁, 환멸을 느낀 민중의 모반 등이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결국 기아, 전쟁, 질병 등으로 인구가 줄었다. 대신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의 다양성에서 전성기 때의 힘을 상실했다. 소련의 몰락을 생각해보면 충분하다. 과거 사회들은 인구 수와 힘에서 정점에 이른 후 급속히 기울어졌다. 이런 급속한 몰락은 주민들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죽거나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났다.”

복잡계 이론에 따라 저자의 가설을 다시 설명해보자. 사회를 열린 시스템이라 생각해보자. 사회란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외부에서 에너지가 계속 들어와야 한다. 그 에너지의 유입경로를 경제라 부른다. 에너지의 유입량이 늘어나면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사회의 규모도 늘어난다. 규모가 늘어나면 에너지는 그만큼 더 필요하다. 문제는 환경이 그 사회가 필요한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저자는 다양한 과거 사회를 분석하면서 많은 사회들이 환경의 한계 이상으로 에너지를 뽑아내면서 경제가 무너졌고 경제의 붕괴는 사회에 충격을 주고 정치에 충격을 준다. 시스템이 이 충격을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면 갑작스런 파국이 오고 사회는 붕괴하면서 시스템은 카오스로 돌아간다.

시스템에 충격이, 다시 말해 스트래스가 가해진 상태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파국은 올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책을 만든다면, 그 대책이 성공한다면 파국은 오지 않는다. 또는 다른 사회와 교역으로 환경이 제공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면 파국은 오지 않는다.

물론 저자는 복잡계 이론에서 말하는 시스템의 개념으로 사회를 분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의 가설은 위와 같이 재해석해도 무방하다.

저자는 자신의 가설을 다섯가지 변수로 정리한다. 예를 들어 마야의 경우를 보자. “사회적 붕괴 요인으로 제시한 다섯가지 요인 중에서 마야 사회는 네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첫째) 그들은 삼림 파괴와 그에 따른 (토양) 침식으로 환경을 홰손햇다. (둘째) (환경파괴에 더해진) 기후 변화, 즉 가뭄도 마야의 붕괴에 한 몫을 햇다. (셋째) (악화된 자원사정 때문에 일어난) 마야 사회 내에서의 내홍도 큰 역할을 햇다. 끝으로 정치, 문화적 요인 특히 왕과 귀족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지 않고 (악화된 자원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경쟁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기념물 건립에만 몰두한 것도 마야를 붕괴로 몰고 간 중대한 원인 중 하나였다. 다섯 사지 요인 중 남는 것은 외부 사회와의 우호적인 교역이다. 그러나 이 요인은 마야 사회의 부침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 듯하다. 흑요석, 옥, 황금, 조개껍질 등을 수입하기는 햇지만 흑요석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반드시 필요한 수입품이 아니었다.”

이책은 마야와 같은 과거 사회만 다루지는 않는다. 문명의 붕괴를 다룰 때 빠질 수 없는 이스터 섬이나 마야 등을 다루는 부분은 이책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르완다 내전이나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와 같은 동시대의 사회를 분석하는 지면이 약간 더 많다. 이책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의 분석틀은 과거 사회에도 현재 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강한 설명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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