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벤 셔우드 지음, 강대은 옮김 / 민음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학교 다닐 때 친구가 쥐돌이를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당시 학교에서 심리학과를 밀어주는 편이어서 교양관 한 층을 심리학과의 실험실로 할당해주었고 예산도 상당히 할당을 해주었었다. 생리심리학이 강세였기 때문에 실험재료로 꼭 필요한 흰쥐를 키웠다. 그 쥐를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쥐돌이라 했었다.

이 친구가 게으른 편이라 쥐들을 굶겨죽이는 일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한참 잊고 잇다 시체나 치워야지 하고 가보면 우리마다 꼭 한 마리가 살아있는 것이다. 친구의 설명은 이렇다. 먹이가 없으면 그중에서 가장 강한 놈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 강함은 꼭 물리적 강함이 아니었다. 먹이가 없으면 하나 둘 죽어간다. 죽어가는 순서는 살려는 의지가 약한 순서부터이다. 마지막에 남는 강자는 그 의지가 강한 놈이라는 것이다. 다른 놈들은 그 의지에 굴복해 죽어가면서 강자의 먹이가 되어준다는 설명이엇다. 쥐들만 그럴까? 인간도 그렇다는 것이 이책의 주제이다.

“살아남는 사람과 죽는 사람이 있는 것은 왜일까? 극도로 힘든 시련을 만났을 때 왜 일부 사람들만 극복하는 것일까? 극도의 압박에 노출되어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히고 긴장의 끈이 끊어질 때에도 오애 몇몇은 침착성을 잃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할까? 왜 어떤 사람들은 역경에서 다시 일어서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쓰러지고 굴복할까?” 이책의 질문이다.

이 책은 여러가지 경우들을 다룬다. 넘어지다 뜨개질 바늘에 심장을 찔리고도 살아남은 중년여성, 73미터나 되는 금문교에서 뛰어내리고도 살아남은 남자, 비상탈출 시 오른팔을 빼고 왼팔과 두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바다에 떨어지고도 살아남은 F-15기 조종사,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 9/11 사태 때 세계무역센터의 생존자, 여객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 등 이책에 소개되는 사람들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사람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제각각이다. 사람이 다르다는 문제를 떠나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사례마다 생존의 이유에 대한 설명도 제각각이다.

그 설명 중 하나는 이렇다. 여객선 침몰의 생존자인 “폴 바니의 이야기는 생존의 노골적인 현실을 도러낸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될 때에 죽는다는 사실이다. 행동에 나서야 할 때 그들은 돌처럼 굳어버린다.” 이런 예는 몇 년 전 일어났던 대구지하철역 방화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눈앞의 일이 설마 현실일리 없다는 ‘불신 반응’이라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잇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런던의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에서 화재가 발생할 리 없다고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이건 현실의 일이 아니야. 그래서 평소대로 계속 행동해 정산 편애라 불리는 성향에 빠져든다. 아무 문제도 없는 듯 행동하고 위험의 심각함을 과소평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을 분석마비라 부른다. 위기로 인한 스트레스 탓에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중요한 부분이 작동하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조각상처럼 정지해버린다. 현실을 부인하고 행동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희생자와 시체 역할을 맡게 될 확률이 높다.”

이책은 얼어붙는 경우가 대다수의 정상적인 반응이라 말하며 ‘10-80-10 이론’이라 정리한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10%의 사람들은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한다. “격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도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며 이들이 주로 생존자가 된다.

대다수 80%는 그냥 놀라고 당황한다. 화재가 일어난 런던의 “킹스 크로스 역의 통근자들이 불길과 연기를 보고도 평소처럼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경우이다. “거대한 압박에 노출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무기력해지고 무감각해진다. 식은땀을 흘린다. 기분이 나빠진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지각 협착 이른바 터널 시야를 경험한다.”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반응이고 오래가는 반응도 아니다. 문제는 뇌가 마비상태에서 벗어나는 그 짧은 순간이 생존을 가른다는 것이다.

여객선이나 비행기 사고, 지하철이나 건물의 화재 같은 상황에서 여유시간은 길지 않다. 그 길지 않은 시간에 생존자와 시체를 나누기에 충분한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남은 10%는 “잘못된 행동을 한다. 부적절한 행동을 해 종종 역효과를 일으키고 상황을 악화시킨다. 당황하여 머리가 돌아버리는 사람들이다.”

이 10%의 반응을 보통 패닉이라 한다. “패닉은 생존의 큰 적이다.” 그러나 패닉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제2차 대전의 런던 대공습, 1995년의 고베 대지진, 9.11 테러 등의 공통점 없는 위기들을 검토해본 결과 완전히 자제력을 잃고 우왕좌왕 뛰어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은 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꼼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부 사람은 어떻게든 평정을 유지하고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 대화재와 같은 재난에서 사회규범이 무너지고 ‘인간 본래의 동물적’ 측면이 나타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오해이다.

오히려 재난 상황에서 문제는 얼어버리는 현상이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전두엽은 비행기 날개가 불타는 광경을 처리할 때 그 정보와 과거 유사한 상황의 기억을 합치시키려고 한다. 비행기 사고의 경험이 축적되어 잇지 않다면 뇌는 합치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고 적절한 반응을 생각하려 시도하고 실패하는 순환 고리에 빠진다. 그 결과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군에서는 이런 과정을 예측 혼란이라고 부른다. 이런 반응은 두려움과 혼란보다도 ‘상황의 새로움과 리더십의 결여’와 관계가 있다. 뭔가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예측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종종 목숨을 잃는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저자가 응급실의 수수께끼라 부르는 경우이다.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생존 사례들의 이유를 의사들은 몇가지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성격 특성은 크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냉혹하고 완고한 사람’은 무기력한 겁쟁이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끝까지 싸웁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기질적 낙천주의도 생존률을 높인다. “또 하나의 미지의 요인은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이다. 수치화는 불가능하지만 대기실에 있는 사람의 숫자와 호나자가 회복하는 가능성에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잇다.” 그리고 “신앙이다. “

“사람들의 정신력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폭이 있다. 어떤 장애도 극복하는 엄청난 의지력과 능력을 유전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한결같고 절대적이고 예리한 생존 본능 같은 것을 타고난다. 또 유전적 심리적인 강점을 가지고 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취약하고 위기에 대처할 내면적 자질이 부족하다. 종교적 믿음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만 특히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치가 잇다. 신앙에 거의 전부 의지하는 사람은 흔히 달리 의지할 것이 없거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자질도 가지고 잇지 않다. 이런 약한 사람들도 신앙이 있으면 도저히 견뎌 낼 수 없을 것 같은 고난도 이겨 낼 수 잇다.”

이책의 내용이 어떤지 이제 짐작이 갈 것이다. 비행기 참사나 대형화재와 같은 경우의 생존자와 응급실의 생존자는 이름만 같은 생존자이지 생존의 이유는 다르다. 방송인이 쓴 책답게 이책은 생존에 대한 어떤 이론을 세우거나 ‘생존학’을 세우려는 목표로 쓰인 것이 아니다. 단지 이런 전런 ‘생존’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사례들을 모아 소개하고 보여주는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목표였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목표가 그랫다면 이책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꽤 재미잇게 쉽게 읽히니. 그러나 어떤 이론을 원한다든가 교훈을 얻으려 한다면 권할만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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