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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전쟁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2050년 11월 24일 오후 5시에 세 배틀스타를 파괴한다는 계획이 세워진다. 달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상당수의 미사일이 배틀스타에 장착된 자동시스템에 의해 탐지되지만 어떤 미사일도 스테이션에 충격을 주거나 지구에 상당한 위협을 줄 것으로 보이는 궤도는 벗어나 있다. 이때 우간다 상공에 있는 배틀스타의 충돌추적 레이더는 2p.m.쯤에서 단일 경고를 포착한다. 당연히 컴퓨터는 궤도를 재확인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다음 시간에 세 스테이션 모두 자신을 공격하려는 발사체 여러 대를 포착한다.
한편 페루에 있는 배틀스타 사령관은 자신의 권한으로 목표를 향해 레이저와 키네틱 미사일을 발사한다. 하지만 배틀스타시스템은 한꺼번에 발사되는 미사일 15대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아 사령관은 수많은 미사일 공격을 버텨내지 못한다. 사령관은 곧 방어에 빈틈이 생겨 몇 개의 미사일이 배틀스타를 명중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지 프리드먼)
‘100년후’란 책에서 그리는 미래 전쟁의 서전이다. 이 책이 그리는 전쟁은 우주에서부터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바다를 지배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해왔다. 세계의 물류는 바다로 움직이고 바다를 지배하면 물류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다를 지배하려면 우주를 지배해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본다.
그러므로 진주만 기습이 그랬듯이 미래의 전쟁은 패권의 핵심을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며 목표는 우주괘도에 떠 있는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라 예상한다.
미래의 전쟁에선 무기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 본다. 앞으로의 무기체계는 인구감소에 대응해 로봇공학에 의존할 것이며 석유대신 전기가 무기운용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 본다.
중세 기사들의 갑옷처럼 파워슈트를 입은 전사들이 전장을 지배할 것이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판단력에 몸에 걸친 기계의 기동력이 더해져 걸어다니는 탱크가 될 것이다. 파워슈트의 에너지는 전기가 적합하다.
그러나 파워슈트를 운용하기 위한 전기는 막대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기를 얻기 위한 방법에도 혁명이 일어나 우주에서 태양열을 받아 전기를 만들고 전기를 마이크로웨이브로 변형 지구로 전송하는 방식이 군용으로 개척될 것이라 본다.
파워슈트의 가격은 물론 만만치 않다. 지금의 첨단 탱크의 가격은 우스울 정도이다. 전장의 주역인 파워슈트의 전사가 되는 것 역시 전투기 파일럿이 되는 것만큼 고된 훈련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전쟁의 승패는 그 전사들이 결정할 것이며 예전처럼 총만 쥐어주면 누구나 병사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므로 전장은 중세 기사들의 전투처럼 소수만의 무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 나도 보통 사람은 전쟁이 났다는 것만 알뿐 현실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SF처럼 들린다. 그러나 상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토플러가 이책에서 말하는 전쟁의 양상이 그대로 발전한다면 프리드먼이 말하는 전쟁이 현실이 될 것이다.
토플러는 걸프전과 함께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의 내용은 제3의 물결이라는 것이다.
토플러가 말하는 ‘물결’이란 부의 생산방식을 말한다.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엇고 그 내용은 기계를 사용한 대량생산이엇다. 경제가 산업화되면서 전쟁도 산업화되어 대량파괴가 제2물결 시대의 패러다임이엇다. “대량파괴는 대량생산의 치명적인 도플갱어였던 셈이다.” 그 패러다임의 정점은 핵무기엿다. 그러나 정보화란 제3의 물결과 함께 전쟁의 방식도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변화는 베트남전쟁의 상처와 함께 시작되엇다. 사실상 패전이란 불명예와 함께 젊은 장교들 사이에서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된다. 그리고 그 장교들이 본 것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이르러 제3의 물결이 만들어낸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 사회형태가 제2물결 대량사회에 도전장을 던지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GM이나 IBM같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군대는 철저히 제2물결 세계에 적함하게 조직되어 있었다. 중앙에 집중된 지휘부, 대량화, 선형적인 조즉운영 등을 특징으로 기업처럼 탑다운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베트남전만 하더라도 작전의 세세한 부분까지 백악관에서 지시를 내렸고 심지어 대통령 개인이 폭격 목표를 정하기도 햇다. 군대는 지나친 관료주의에 젖어있었고 하부 조직들 간 경쟁이나 알력도 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북베트남군이 전형적인 제2물결식 전투를 걸어오면 대개 승리하는 쪽은 미군이엇다. 그러나 미군은 소규모 게릴라전, 즉 정글에서의 제1물결식 전앶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되어 잇지 못햇다.” 베트남의 트라우마는 이런 의문을 갖게 몰아세웠다. “북베트남군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미군이 소련의 붉은 군대에 대해서는 승리할 수 있을까?”
새로운 교리가 필요햇다. 그 결과 ‘공지전투’라는 교리가 등장했고 걸프전에서 우리가 본 결과가 타났다. “적의 지휘 시설 파괴, 적의 통신을 교란해 적 지휘 체계 내의 정보 흐름을 찬단하기, 전투의 주도권 장악, 적진 깊숙한 곳을 타격하기, 적의 지원부대가 전투에 참여하는 것을 차단하기, 공중과 지상, 해상에서의 작전 통합, 연합작전 동조화, 적의 전력이 강력한 지점에 대한 정면공격 피하기, 무엇보다 적의 동태는 파악하고 잇되 우리으 공태는 적이 파악할 수 없도록 하기 등”
이런 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막대한 정보를 다룰 수 잇는 시스템과 시스템 통합이 필요하다. “지식은 그 중요성에 있어 무기와 전술의 라이벌이 되었다. 지휘와 통제의 수단을 파괴하고 와해함으로써 대부분의 적을 굴복시킬 수 잇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와 같은 공격은 이라크군의 두뇌와 신경계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쟁이 수술이라면 아마도 걸프전은 뇌과수술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두뇌력의 경제가 두뇌 기반의 군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지식은 파괴의 중추적인 자원이 되었다. 이미 그것이 생산의 중추적인 자원이 된 것처럼 말이다.” 모로코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파티마 메르니시는 걸프전에서 미국의 역할을 비난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서방 군대의 우수성은 군사적 하드웨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군사기지가 그들의 연구실이고 군대는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들 같은 지식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토플러는 걸프전에서 드러난 전쟁의 패러다임 변화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전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났는가를 자세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걸프전에서 나타난 패러다임 변화가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바꿀지를 다룬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소개해본 것이다. 그러면 이책은 얼마나 유용할까? 이책은 걸프전이 치뤄진 후인 90년대 초반에 출판되었다. 이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다. 10년도 더 전에 쓰엿는데도 그 내용이 그리 낡지 않았다는데 놀랍기까지 하다. 물론 스마트 무기라든가 우주전쟁, 틈새전쟁, 로봇전쟁, 저강도전쟁, 비살상무기 등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새롭게 보인 것이 지금은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까지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책을 쓸 무렵 당시의 현실을 다루기 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내용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책의 내용은 유효할 수 밖에 없다. 그 전망에 따라 현실이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향의 종점은 아마도 앞에서 언급한 프리드먼의 전망이 아닐까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