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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의 심리학 - 속마음을 읽는 신체언어 해독의 기술
토니야 레이맨 지음, 강혜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요 근래 바디 랭귀지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고 몇권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책의 제목을 보면 아 이책도 그런 책의 하나이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짐작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책의 원제는 ‘The Yes Factor’이다. 어떻게 하면 예스란 말을 끌어낼 것인가, 다시 말해 설득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면 왜 ‘몸짓’이란 제목이 붙었는가? 트렌드에 끼어보려고? 그런 것같다. 그러나 꼭 그 제목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책의 상당부분은 몸짓에 대해 말해진다.
저자는 바디 랭귀지 전문가이다. 그러나 저자가 바디 랭귀지에 밝기 때문에 이책의 상당 지면이 바디 랭귀지에 할당되는 것은 아니다. 알다시피 커뮤니케이션에서 말로 전해지는 의미는 극히 일부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의미는 언어 이외의 수단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실은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라는 명칭으로 세가지 설득수잔을 이야기했다. 에토는 말하는 사람의 성품과 신뢰성으로 호소하는 설득방식이다. 그러므로 말하는 사람을 믿음직하게 보이게 하는 자질들이 강조된다. 두번째 설득 방식인 파토스는 듣는 사람의 감정에 역점을 두는 방식이다. 로고스는 특정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실에 역점을 두는 설득방식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열심히 교육받은 것은 로고스,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나 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 말을 누가 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 말을 누구에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누가 누구에게라는 문제는 언어 이외의 수단으로 전달되는 의미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보자.
“고가의 식탁 세트를 주문한 나의 동료는 목소리 톤을 통해 상대방을 판단하고 이를 효과저긍로 활용했다. 애초에 판매원은 6주 뒤에 가구가 도착할 것이라고 했지만 가구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친구가 전화를 해서 묻자 판매원은 말했다. ‘아, 20주 정도 걸릴 겁니다.” 무슨 은혜라도 베푸는 듯한 어조엿다. 동료는 상대의 어조를 통해 그가 뭊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들었던 말하고는 다르네요. 남편이 화가 많이 났어요. 주문을 취소해야 할 것같네요.” (누구에게나 핑계 삼을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자 판매원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장아야지요.” 남성 특유의 지배적인 말투, 조직의 우두머리처럼 한껏 힘이 들어간 목소리엿다.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탁자 보호용 덮개를 드리겠습니다.” 친구는 판매원이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조하며 우월한 위치에서 은혜르,ㄹ 베푸는 그런 역할을 좋아하는 사람임을 간파했다. 그리고 상대의 그런 특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식탁 세트를 90일 동안 기다리느니 보호용 덮개를 포기하고 말갰다는 말을 수화기 저편의 남자가 믿을까? 친구는 속으로 자문해보았다. 아무래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싶었고 친구는 생각 끝에 난처해진 여자 역할을 하기로 했다.
“남편은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좋죠? 도와주세요.” (누군가 약한 모습을 보이며 도움을 청하면 사람들은 흡족해하는 경향이 있다.)
‘좋습니다. 그럼 400달러를 깍아드리지요.”
“죄송해요. 400달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500달러?”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환불받지 않으면 남편은 폭발하고 말거에요. 도와주세요. 벌써 10주나 기다렸는걸요.”
“600달러?”
“남편이…”
“더 이상은 깍아드릴 수 없습니다. 집에 필요한 다른 가구는 없으세요?”
“글쎄요. 소파가 아쉽긴 하죠.”
결국 친구는 식탁 세트 600달러 할인에 새 소파까지 받았다. 왜일까? 남자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기준을 정한 다음, 여기에 협상 스타일을 맞췄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다른 성격이엇다면 예를 들어 온순하게 사과하는 태도로 나왔다면 친구는 고압적인 자세로 나갔을 것이다. 핵심을 직설적으로 말하면서 “이봐요 찰리. 400달러를 깎아주겠다는 건데 나한테는 공평하다는 생각이 안 드네요.”
그러나 해당 판매원이 상황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보스기질’이ㅏ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접근법은 효과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을 알고 친구는 남자가 원하는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그녀는 자기한테 ‘진짜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유능한’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좀 긴 인용이었다. 그러나 이책의 성격이 어떤지 파악하는데 충분했을 것이다. 이책은 아리스텔레스가 말한 에토스와 파토스를 다룬다. 다시 말해 어떻게 내 말을 믿을만하게 들을만하게 만드는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를 다룬다.
물론 이책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많고 많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관련 서적이면 다 그것을 다룬다. 그러나 이책과 다른 책들이 다른 점은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의 큐를 읽어내는 동시에 내가 내보내는 큐를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 큐의 의미를 읽고 쓰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는 점이다.
위의 사례에서 그 큐는 말 이외에 그 말이 실리는 톤이었다. 전화상의 대화에서도 언어 이외에 읽어낼 수 잇는 큐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책의 대부분은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이 아닌 얼굴을 맞대고 상대의 몸짓을 읽을 수 잇는 보통의 대면접촉 상황을 가정한다. 상대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것은 긍정인가 부정인가, 턱을 치켜든 것은 무슨 의미인가 호흡이 빨라진 것은 무슨 의미인가?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잇는가? 아니면 긴장하고 있는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