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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심리학 -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알려주는 설득과 협상의 비밀
표창원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과거의 피의자 취조실은 공간과 환경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 수 있다. 범인은 주로 차갑고 사무적인 느낌의 책상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마주앉아 있다. 조명은 어둡고 피의자를 향해 있다. 심문을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어둠은 경찰을 위압적으로 보이게 하는 반면 표정은 감춰 피의자를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낮은 실내온도와 외부소음 차단,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등을 활용해 불안과 두려움을 가중시킨다. 범인 아니라 누구도 오랫동안 있고 싶지 않은 환경이다.”
은근한 고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그런 취조실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의 기제는 취조실에 활용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인터뷰 룸에 들어와 카메라 장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낟. 특히 일면경은 거울 뒤쪽에서 누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알 수 없어 피의자의 물안을 가중한다. 거울 뒤에서 목격자나 피해자가 자신을 지목하고 있을 수도 잇다는 생각에 인터뷰 룸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두려움,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심리학은 면담자 선정에도 활용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면담자는 피의자의 연령이나 연고지역, 취미 등에서 유사성을 갖고 잇는 인물을 투입하는 것이 공감대 형성이 쉽고 상대방의 얘기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러나 때로 역으로 상대의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어린 수사관을 면담자로 들여보내는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전략의 희생자가 작고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엇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면담자와 상대하면서 ‘내가 대학 다닐 때 저 녀석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저런 놈 앞에서 머리 굴려가며 거짓말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곳이 아니라면 눈도 마주칠 일 없는 신참내기를 상대하면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이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전략은 자살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수치심을 자극해 취조실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심리처럼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심리를 조장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대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 프로파일러인 저자는 자신이 경찰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나 경찰수사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경찰수사와 프로파일러들이 어떻게 심리학을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사례들 중에는 정몽준 회장처럼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도 많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이책의 재미는 위에서 소개한 취조실의 심리학처럼 실제 경찰현장의 구체성이 풍부한 사례들과 그 사례들로 설명하는 심리학의 연결에 있다.
이책이 설명하려는 것은 설득이다. 프로파일러의 목적은 피의자를 설득해 자백을 얻어내는 것이다. 설득의 프로인 프로파일러가 어떻게 심리학을 응용하는지 보여주고 거기서 비즈니스 협상에 유용한 팁을 전하려는 것이 이책의 목표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쏟아졋던 설득과 협상 서적들 위에 이책이 갖는 가치는 재미에 있다. 사실 저자가 비즈니스 협상에 대해 조언하는 내용은 간략하고 그리 큰 참고가 되지 않는다. 위에서 소개한 취조실의 심리학을 비즈니스 협상에 응용한 저자의 설명은 상대와 격이 맞게 하라. 불안을 느끼는 장소를 택하지 마라 정도에 그친다. 저자가 비즈니스 협상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떠나서 구체적인 경찰업무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