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더 나은 미래 - 살아있는 석학 자크 아탈리의 10년 후 세계 경제 대예측
자크 아탈리 지음, 양진성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실 끝난 것이 아니다. 단지 폭탄의 심지를 더 길게 이어 붙였을 뿐이다. 이번 위기의 핵심은 거의 모든 금융위기가 그렇듯 부채이다. 위기의 해소는 부채의 해소여야 한다. 이번 위기는 부채를 사적영역에서 공적영역으로 옮기면서 진정되었다. 부채는 사라지지 않았고 폭탄은 해체되지 않았다.

문제는 폭탄을 떠안은 공공부문이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위기의 진원인 G8 국가들의 공공부채는 위기 이전부터 심각했다. 이번 위기로 떠안은 부채는 공공부채의 리스크를 몇단계 증폭시켯다.

무언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가파산이 기다린다. ‘설마~ 나라가 파산하랴?’ “채무국은 항상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빚을 진 국가의 지도자들은 항상 최악의 상황이 예고되어도 그런 일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금리도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또 자신이 언제나 적당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잇으며 국가의 파산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확신한다. ‘그런 일은, 나에게는, 지금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국가의 파산은 드문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국가 부채로 인한 어려움에 이미 익숙하다. 역사적으로 6번이나 파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채가 매출액의 5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라면, 연간 손실이 매출액의 5배이고 연간 대출액이 매출액 규모를 넘어선다면 이 기업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서둘러 자금을 회수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프랑스의 현실이 바로 이렇다.”

프랑스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책의 앞 부분 반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국가파산의 역사를 쓰는 데 할애한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자국이 파산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ㅓ나 실제로 역사 속 대부분 국가가 적어도 한번은 파산했다. 1800년에서 2009년 사이에 일어난 대외 부채 파산이 250건, 대내 부채 파산이 68건이었다. 게다가 각각의 파산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다. 16세기부터 18세기 말 사이에 프랑스는 8번, 스페인은 6번 파산했다. 라틴아메리카는 126번, 아프리카에서는 63번이나 국가 파산이 일어났다.”

빚은 개인이 지건 기업이 지건 나라가 지건 다 같은 빚이다. 빚은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공공부채의 차이는 그 규모가 크다는 것 이외에는 없다. 단지 차이라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공공부채는 현 세대가 다음 세대에 발행한 채권이다. 부채는 항상 다음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든 치르게 되어 있다. 공공부채는 주로 현재 세대에 필요한 지출을 미래 세대의 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 빚을 떠안아야 할 미래세대가 많다면 부채는 갚을 수 있다. “미국처럼 외국인에 개방적인 나라에서는 부채 부담이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공공부채 역시 그 자체로 악은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공공부채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공공부채가 기업의 부채처럼 돈을 버는 자본으로 투자된다면 그 부채는 선이다. 미래세대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교육, 연구개발에 투자되거나 국가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인프라, 의료 또는 방어전쟁에 투자된다면 그 부채는 정당하다. 문제는 부자나라들의 예산구조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정부는 GDP의 17%는 국가 지출에 26%는 사회보장 지출에 할애한다. 또 행정 구역별 지출에 10%를 할애하며 공공 투자는 GDP의 18%를 차지한다. 조세수입과 사회보장 기금 수입은 GDP의 45% 수준이며 지출은 55%이다. 그 차액은 적자다.” 프랑스를 포함한 부자나라들의 예산을 들여다 보면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던 부채와 다를 것이 없다. 적은 수입으로 현재 생활수준을 지탱할 수 없으니 빚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든 가계든 “매년 대출금 총액이 15개월치 수입과 20개월치 지출과 맞먹는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기업과 달리 국가의 부채에 대한 명확한 이론은 없다. 공공부채가 GDP의 90%에 가까워지면 경제성장이 둔화된다거나 이자지출이 예산의 반이 넘으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거나 몇가지 통계적 추정은 있지만 “적자와 부채의 적절한 수준이 있다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역사적으로 시장은 모든 이론에서 예측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부채 수준을 쉽게 출자했다. 그리고 GDP의 250%에 달하는 부채도 잘 감당해내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어떤 국가는 20%밖에 안되는 국가 부채 때문에 파산한다.” 국가 부채에 관한한 어떤 경제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믿음, 시장이 그 국가를 신뢰하느냐이다. 위기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그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신뢰가 없어지는 날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부채 대비 국내 저축 비율이 늘어나는 반면에 일본과 유럽, 미국 정부는 은행 위기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통제권을 넘겨주고 많은 자금을 투여했음에도 펀더멘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유럽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국가의 공공 부채 또한 폭발할 만한 수준에 다다랐다. 2010년 G20 회원국 중 부국들은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평균 80%인 반면 신흥국들은 평균 40%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상태가 변화없이 계속 이어진다면 부국들의 부채비율은 2차대전 직후의 수준과 같아질 것이다.”

200%가 넘었던 당시의 부채에서 벗어나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세 수입 감소와 경기 부양책, 고도 성장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공공부채의 증가원인이었다.

“BIS에 따르면 공공부채는 2020년에 영국에서 GDP의 200%를 넘어설 것이며 벨기에와 프랑스, 아일랜드,. 그리스, 이탈리아에서는 150%를 웃돌 것이다. 2020년에 미국의 연방 부채는 GDP의 150%에 이를 것이다. 현 금리수준으로 생각할 때 이자 부담만 조세 수입의 25%에 달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선진국의 부채비율은 GDP의 무려 250%에 달하게 된다. 파산하지 않고는 이런 상황은 분명히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위기는 파산 이전에 닥칠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유럽연합은 파산을 늦추고자 모든 방책을 동원할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 인플레이션은 세계화와 경기침체로 조심스럽게 억눌렸지만 이제 서서히 고개를 들고 부채의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다. 단 그와 동시에 금융자산과 고정수입의 가치도 줄어든다. 공공부채에 출자한 유럽 예금자들은 파산할 것이며 이들과 함께 어떤 성격의 자산이든 총액이 얼마든 간에 금융자산보유자들도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독일과 네델란드처럼 유로존을 떠나고 싶어하는 금융안정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아니라면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안정적인 국가들이 재무상태가 부실한 국가들의 운명에 자국통화가 연관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유로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잇다. 이렇게 되면 다시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것이며 유럽연합이 쌓아온 모든 것에 대해 회의가 제기됨녀서 유럽 전체에 극심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유럽의 민주주의가 그 혼란 속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럽이 무너지면 미국도 무사할 수 없다. “유럽을 강타한 경기침체와 뒤이어 발생한 위기는 미국의 경제성장을 늦출 것이고 그 결과 조세 수입이 줄어들고 지출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이미 공식적으로 이미 11조 달러가 넘어선 미국의 공공부채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파산을 피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돈을 찍어내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은 인플레이션으로 파산하고 말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무너지면 아시아의 차례다> “경기침체가 전 세계경제로 퍼져 나가고 아시아 국가들까지 마구 뒤흔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정치적 안정을 위해 강력한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 속의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희생양이 되었듯 아시아 역시 유럽과 미국의 파산에 말려들어가 공멸을 피할 수 없다고 저자는 본다. 그리고 더 최악은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간단하다. 씀씀이를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것. “세금인상, 지출 축소, 높은 경제성장률, 금리 인하, 인플레이션, 전쟁, 외부의 도움, 그리고 파산이다. 이 모든 방법이 여태까지 이용되었고 앞으르도 이용될 것이다. 이 밖의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8가지 방법을 실행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저자는 이책의 마지막 1/4에서 구체적인 정책제안을 다룬다. 저자는 유럽 차원의 재정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공차입을 유럽연합차원으로 통합하고 재정집행에 대한 권한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케인스가 제안했던 방코르를 실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