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전쟁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1
조 홀드먼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차라리 우울한 편이 나았을텐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따지고 보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한 파멸인 것이다. 우리들은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한 번 이상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베테랑이었다. 전투당 평균 생존율이 34%에 불과한 전쟁에서 말이다. 만약 행운 따위를 믿는다면 옛날에 이미 다 써버렸다고 해야 옳지 않겠는가.”

미래로 끝도 없이 뻗어진 전장에는 아무 희망이 없다. 어떻게 어떻게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오면 훌쩍 몇십년, 몇백년이 흘러가버렸다. 모든 것이 달라져 있다. 수백년이란 시간에 언어조차 녹아내려 영어는 영어인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되어 있고 문화도 달라져 있다. 인구를 조절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해 동성애자로 만들어놓고 이성애자는 변태가 된 세상, 더 이상 아이를 사람이 낳지 않고 기계가 낳는 ‘멋진 신세계’.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알 수 없다. 천년을 넘은 전쟁을 치르며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전투와 전투 사이의 길고 긴 훈련과 대기, 짧고 무의미한 살육과 죽음, 그리고 또 대기. “전쟁은 어땠나, 친구?” “대부분 지루햇지. 지루하지 않았을 때는 두려웟어.”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어차피 아는 이도 없는 이 우주에서? “오 다이애나! 다음 항구에 닿을 때 최고급 스카치를 한 병 선물하게 해 다오. 700년 후의 얘기가 되겠지만.”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인류를 토오란이란 외계인으로부터 지킨다고 하지만 전투는 태양계 밖에서, 지구에선 보이지도 않는 은하 구석 또는 마젤란 성운의 황폐한 혹성에서 치뤄지고 그 전투를 기억해줄 전우마저 적의 손에 상대성의 시간에 사라져 버리는. 무의미함.

“과거에 전쟁을 하고 있었던 나라의 국민은 언제나 전쟁과 밀접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문은 전쟁 기사로 가득 차고 제대 군인들은 전선에서 돌아왔다. 때로는 그들의 고향이 전선으로 변했고 침략자들이 자기집 앞을 행군하는 것을 보거나 밤중에 폭탄이 쉭쉭거리며 덜어지는 소리를 들어야 햇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승리를 향해 가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패배를 늦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적은 손으로 만질 수 잇는 실체엿고 선동가가 만들어낸 이해가능하고 증오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적이란 모호하게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생명체엿고 악몽이라기보다는 만화영화의 중인공에 더 걸맞았다. 전쟁이 모국에 끼친 영향은 주로 경제적인 것이엇고 감정적인 영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금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나는 식이엇다. 22년만에 제대해서 돌아온 군인이라고는 27명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시가행진을 하기에도 모자라는 수였다. 절대 다수는 이 전쟁이 갑자기 끝나면 지구 경제가 붕괴하리라는 생각밖에는 하고 잇지 않았다.”

무의미함에 질려 지구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곳은 알던 곳이 아니었다. 무의미한 전쟁에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위로해줄 고향은 거기 없었다. 결국 갈 곳은 익숙해져버린 무의미한 전장뿐.

“필사적으로 즐겼던 것이다. 전쟁의 양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3년 후까지 우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미에 가까웠다. 우리는 치명적인 병에 걸렸지만 놀랄 정도로 건강한 병자였고 일생동안 느낄 감각을 반 년 안에 경험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위안이 있기는 햇다. 남은 여생이 아무리 짧더라도 적어도 우리 두 사람은 함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기억에만 있는 20세기를 공유하는, 우주에서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잇는 유일한 연인을 빼앗겨야 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취하는 것뿐.

“괜찮아. 약을 먹었거든.”
“그래. 나도 정말 행복해.”
나도 아까 내 약을 삼켰다. 판단력을 잃는 일이 없이 낙천적이 되는 약이란다. 우리들 대다수가 조금 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왠일인지 그다지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무의미함을 견디고 전쟁의 끝을 보았다. 그러나 전쟁의 끝에서 본 것은 그 전쟁이 아무 명분 없는 농담이엇다는 것뿐. “1143년간 계속된 전쟁은 허위에 의해 시작되었고 두 종족 같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했던 고로 계속되엇다. 처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을 때 제일 먼저 나온 질문은 “왜 너는 그런 일을 시작했지?’였고, 대답은 “내가?’였다.”

전쟁의 이유는 있었다. 우주선이 사고를 당해 사라졋고 군인들은 적대적 외계인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받은대로 돌려주었다. 그렇게 전쟁은 천년이 넘게 지속되엇다. 그 끝은 무의미일 뿐이엇다. 그러나 무의미의 끝에는 구원이 있었다.


“2878년 10월 11일

윌리엄에게,
이 편지를 당신의 인사 파일 속에 넣어 둡니다. 하지만 당신 성격으로는 읽지도 않고 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꼭 당신 손에 전해달라고 못박아두었습니다.

보다시피 나는 살아남았습니다. 아마 당신도 마찬가지일 줄 압니다. 내게로 와 줘요.

기록을 보고 당신이 사데-128로 가 있고 몇 세기 후에나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문제없어요.

나는 미들 핑거라는 행성으로 갑니다. 그곳으로 가려면 콜랩서 점프가 두 번 필요하고 주관 시간으로는 10개월 걸립니다. 미들 핑거는 이성애자를 위한 일종의 도피처 같은 곳입니다.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아요. 내가 가진 돈 전부와 다른 제대 군인 다섯 명의 전재산을 털어서 UNEF의 순양함을 샀습니다. 우리들은 그것을 타임 머신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상대성 이론적 셔틀을 타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유일한 목적은 매우 빠른 속도로 5광년을 나아간 다음 다시 미들 핑거로 돌아오는 일입니디ㅏ. 나는 십년에 한 달의 비율로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아직도 살아 있고 예정대로 돌아온다면 당신이 도착할 때 나는 스물여덞살이 되어 있을겁니다. 빨리 와줘요!

지금까지 다른 남자를 만나지도 않았고 다른 남자 따위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아흔 살이건 서른 살이건 상관하지 않아요. 당신의 애인이 될 수 없다면 당신의 간호부가 되겠어요.

메리게이”


“베트남 전쟁의 영향을 무위로 돌리려는 역습에는 역사를 다시 쓰는 일도 포함된다. 여기서 중요했던 것ㅇ른 베트남전에 참가했던 미국의 군인들이었다. 그들이 겪은 일들이 그들과 유리된 채 뭔가 다른 것으로 변잴도앴다. 참전군인들은 위험하ㅣ고 폭력적인 존재라는 것이 헐리우드의 일반적인 묘사방법이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영화들이 ‘택시 드라이버’, ‘람보’, ‘커밍 홈’이다. 그리고 다른 수십편의 B급 영화들도 마찬가지로 참전군인들을 위험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들은 정신과 의사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란 병을 발견하고 그런 사람들의 기억을 ‘환각 재현’이라고 부르기 훨씬 전부터 영화로 재현된 과거지사를 떠올리며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헐리우드의 선전 요지는 재향군인 병원 정신과 의사들의 선전 요지와 같았다. 사병들의 폭력적 욕구가 베트남 전쟁이 폭력으로 치달은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병들이 명령을 받아 잔혹한 일을 저지르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았고 전쟁 전략이 소모전이었으며 마침내 사병들이 교전 행위를 거부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잔혹성을 사병들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인들이 그 전쟁을 잔인한 전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헐리우드는 전쟁의 잔혹성ㅇ에 대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햇다.” (조너선 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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