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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리더십 -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는
크리스 워너 & 단 슈민케 지음, 권오열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귀족의 뿌리는 언제 어디서든 전쟁이었다. 귀족이 귀족일 수 있는 것은 귀족이 귀족의 자격을 갖는 것은 목숨의 대가였다. 남의 목숨을 요구할 수 있는 자는 언제나 자신의 목숨을 내거는 자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 때만이 남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앞에 설 자격이 있는 자, 귀족은 전장에서 남의 앞에 서는 자들이 그 기원이었다.
가장 먼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자. 남보다 앞에 서서 죽음을 향해 돌진할 수 있는 자만이 남에게 목숨을 요구할 자격을 가졌다.
지금은 리더가 될 자격이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리더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세상도 아니다. 그러나 리더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리더십은 종종 불편하고 불쾌하다. 그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우울과 찰나의 영광으로 포장된 영광으로 포장된 위험하고도 고독한 역할이다. 때때로 리더십이 크나큰 만족감을 주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행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질은 그것을 스트레스와 피로로 점철된 고된 여행이자 심장마비의 지름길로 탈바꿈시킨다.”
“부도의 위험, 대단한 아이디어나 계획이 죽어나갈 때, 기대했던 승진이나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될때, 매출 목표가 바닥을 칠 때” 리더라면 벗어날 수 없는 실패의 두려움과 전장에서 겪어야 하는 죽음의 공포는 다르지 않다.
(이책에 인용된) 록히드마틴의 중역이 된 전직 해군장성은 이렇게 말한다.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이미 목숨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한 겁니다. 내가 죽어야 하고 오늘이 그날이라면 그렇게 돼도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죠.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죽음은 자아의 죽음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 밤이나 낮이나 항상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것이 그의 주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앞에 서는 자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 죽음을 받아들일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리더십에 관한 많은 책들이 전쟁사나 전략을 연구한다. 실패가 바로 죽음인 현장이기에 리더십의 본질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그런 현장이 또 하나 있다고 말한다. “세계 최고봉을 향한 도전은 모든 리더가 직면하는 위험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는 실험실이다. 이런 극한의 고도에서 성공이나 실패는 쉽게 측정되며 작은 실수 하나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가른다. 우리는 고급 사무실을 벼랑 끝에 얼어붙은 눈 더미로 의자를 죽음의 지대로 그리고 당신의 유리로 둘러쳐진 회의실을 빙하로 둔갑시킬 것이다.”
군인이 언제든 죽을 각오를 해야 하듯, 히말라야 등반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에, 실패의 두려움에 얼어붙을 때 앞에 서서 죽음을, 실패를 인정하고 앞에 설 수 있는 자가 팀을 이끌 리더의 자격이 잇는 사람이라 저자들은 말한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앞장 설 때, 앞에 서서 걸음을 옮길 때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멀리 볼 수 있다. 멀리 볼 수 있을 때 극복이 불가능해보였던 장대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르막길이 아무리 험하고 위험하더라도 리더는 자신의 짐을 짊어지고 계속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멀리 보는 자로서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는 자이다. 자신의 공포를 이겨낼, 자기 혼자 살려는 이기심을 누를 목표가 없는 팀은 마비된다.
“모든 장군과 함장들의 리더십 방식은 우리가 기업에서 만난 리더들보다 훨씬 더 열정을 중요시 했다. 군사훈련은 이 점을 분명히 한다. 곧 사기가 높은 군대는 그렇지 못한 군대보다 전투에서 더 많이 승리하며 때로 이것은 무기의 열세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리더는 전투 전에 항상 병사의 사기를 점검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군대를 지휘하든 산을 오르든 또는 팀을 이끌든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열정이다.”
리더는 팀원의 열정을 이끌어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뭔가 의미 잇는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적인 욕망”을 끌어내야 한다.
히말라야 원정에서 팀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원정이 끝나는 시점이 대부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원정팀은 올라갈 때가 아니라 내려가는 길에 문제가 생기죠.”
“하지만 우린 문제없잖아요. 의학상의 응급 상황이 두건 있었지만 모두 잘 처리되엇고요.”
“아녜요. 전 그 얘길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그룹에 대해 말하는 거지요. 좀 둘러보세요. 이건 더 이상 협력하고 도와주는 팀이 아니죠. 더 이상 열정도 없고요. 모두가 끼리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온갖 것에 대해 불평과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하죠.”
그의 말이 옳았다. 이 그룹은 고효율팀에서 우리가 기업에서 흔히 목격하는 냉담하고 무관심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팀으로 돌변했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이제 앞에는 통과해야 할 산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사라졌을 때 모든 팀원은 집단의 목표보다는 개인의 욕망을 앞세우고 본래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돌아갔다.
어느 조직이든 협력을 위해 사람이 모인 것이다. 그러나 협력이란 희생을 요구한다. 어느 정도 희생할 것인가, 조직을 위해 어느 정도 이기심을 누를 것인가가 팀의 효율을 결정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더 위대한 열정이 이기적인 동기를 압도할 때만이 극복될 수 있다.” 자신보다 큰 무엇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이기심은 발동되지 않고 열정적이 된다. “많은 CEO들은 가장 암울한 상황에서도 그들의 회사가 살아 잇게 한 것은 바로 열정뿐이엇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동기부여 교육을 아무리 해봤자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낼 수는 없다. 열정을 끌어내는 것은 비전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책은 이런 식으로 히말라야 원정팀의 경험을 기업의 리더십과 비교하면서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집어나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잇다. 앞에서 설명한 죽음을 수용하기, 비전 이외에도 오만, 영웅주의, 비겁함, 현실안주, 운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이책은 설득력이 대단하다. 저자들의 실제 등반경험과 기업을 상대로 한 컨설팅 경험이 잘 드러나 있고 실제 경험을 쓴 것이기에 생생한 이미지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생함은 등반에 대해서만 그렇다. 등반경험의 교훈이 기업조직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은 일반론에 그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등반경험의 생생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 이미지가 충분히 강렬하기 때문이며 이미지가 강렬하기에 자신의 현실에 적용해볼 기준이 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