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 공황과 번영, 불황 그리고 제4의 시대
로버트 라이시 지음, 박슬라.안진환 옮김 / 김영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2020년 새로 창당된 독립당의 마거릿 존스는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독립당의 공약은 분명하고 단호했다. 불법이민의 강력한 단속은 물론 합법이민에 대한 대폭축소, 관세 인상, 미국기업의 해외투자 또는 아웃소싱 금지, 외국인의 미국투자 금지.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미국은 UN과 WTO를 탈퇴하고 일체의 해외개입을 중지하며 해외, 특히 중국에 대한 채무를 동결한다.

적자를 내지 않는 한 기업은 직원을 해고할 수도 임금을 삭감할 수도 없다. 연방정부는 적자예산을 운영할 수 없다. 은행은 예대업무만 할 수 있으며 투자은행은 금지된다.

국민의 소득은 50만달러로 제한되며 그 이상에 대해선 100% 과세되고 25만 달러이상은 80%를 징수한다. 세금도피에 관해선 시민권이 박탈된다.

“여러분은 우리의 조국을 되찾기 위해 투표했습니다. 우리의 자유를 앗아간 정치가들로부터 우리의 직장을 배앗아간 외국인들로부터 애국심이 없는 부자들로부터 기생충 같은 이민자들로부터 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행동했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나라입니다!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좋은 직장과 높은 임금으로 보답해주는 나라입니다! 위만의 나라! 미국인만을 위한 미국입니다!”

히틀러의 등극을 연상시키는 충격에 당연히 미국의 기성정치권과 재계는 물론 동맹국들도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대선 다음날 다우존스 지수는 절반, 달러 가치는 30% 하락했다. 경제계 인사와 학자들 정치 컨설턴트들은 방송에 나와 충격과 공포를 전달한다. 그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졋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저자의 2020년 대선 시나리오에 대해선 한가지 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설마. 저자도 그런 지경까지 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시스템이 그 정도로 엉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200여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미국은 한번도 혁명을 허용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으면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개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판 나치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 개혁이 없으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경제 체체는 무엇을 위한 것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술적으로 말하자면 대불황은 끝났다. 그러나 충격의 여파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경제는 언제나 쇠퇴를 딛고 일어선다. 그보다 의미심장하고 흥미로운 질문은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려면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 역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두가지 가지고 잇었다. 그것은 공동체와 개인 사이에서 어느 쪽이 중요하냐에 대한 답이었고 불평등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답이엇다. “현대 미국 자본주의의 제1단계(1890~1929)는 수입과 부가 점차 집중되는 시기였고 제2단계(1947~1975)는 번영이 더욱 폭넓게 공유되는 시기였다. 제3단계(1980~2010)는 다시 점진적 집중의 시기였다.” 저자는 이제 역사의 시계추가 공동체적 사고, 공유의 방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라고 말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방향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저자는 말한다.

“너무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너무 많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저축햇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말이다. 이번 위기는 부채위기이다. 미국인들이 능력 이상으로 빚을 끌어썼기 때문에 부채의 거품이 터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왜 미국인들이 그렇게 했는가는 묻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과소비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는 번영을 누렷다. 문제는 중산층들이 그 번영의 몫을 나눠갖지 못했던 것이다. 번영의 결과는 거의 대부분 상류층에게만 돌아갔다.

“근원적 문제가 부상한 것은 사실 사실 미국 중산층들이 글로벌 경쟁과 노동대체 기술로 인해 이중고를 겪기 시작한 1980년경이엇다. 이때부터 미국은 자국의 노동인력이 급격히 달라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노조에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과 직업훈련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햇다. 그러나 그러기는커녕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중산층이 번성할 수 잇는 일련의 새로운 정책들을 시행하는 대신 정치 리더들은 전지전능한 자유 시장에 대한 우세한 신념을 바탕으로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수용했고 노조를 탄압하여 축소시켰으,며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엇고 사회안전망을 분쇄햇다. 이로 인해 미국인 대부분의 임금은 침체되었고 일자리는 더욱 불안해졌으며 소득 불균형은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다. 경제 성장의 혜택이 갈수록 더 작은 그룹에 돌아가 축적된 것이다.”

미국인의 실질임금은 지난 3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다. 30년 동안 경제성장의 결과가 “동등하게 분배되었다면 2007년 일반적인 국민의 생활형편은 실제보다 60% 이상 나아졌을 것이다. 그 증가분은 어디로 갔을까?” 증가분의 행방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량 생산이 대량 소비와 동행해야 할 때 대량 소비는 다시 부의 분배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기존의 부가 아닌 현재 생산되고 잇는 부의 분배 말이다. 그래야 국가의 경제 조직이 공급하는 재화와 용역의 양에 상응하는 구매력을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런 종류의 분배가 달성되기는커녕 거대한 흡입 펌프가 작동해 당시 생산되던 부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소수의 손에 안겨주엇으며 이는 그들의 자본 축적을 도왔다. 대량 소비자들의 손에서 구매력을 앗아감으로써 자본가들은 그들의 축적 자본을 새로운 생산설비에 재투자할 근거를 세워주는 조건, 즉 자신들의 생산품에 대한 효과적인 수요까지 없애버린 셈이 되엇다. 결과적으로 마치 포커 게임에서 시간이 갈수록 소수의 플레이어에게 칩이 집중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른 플레이어들 즉 여타의 국민들은 돈을 빌려야만 게임에 계속 참여할 수 있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신용이 바닥나자 게임은 중단되엇다.”

이번 위기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1934년부터 1950년까지 연준의장을 지낸 애클스가 대공황의 원인을 설명한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엇다고 저자는 말한다. 애클스가 지목한 공황의 주범은 ‘불균형의 심화’였고 이번 위기의 주범 역시 동일범이란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운율이 맞기는 한다. 2007년에 이르던 그 세월 동안 중산층의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진 탓에 그들이 구매를 계속할 수 잇는 유일한 방법은 다시 말해서 국가의 경제발전에 비례하여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욱 많은 빚을 지는 길뿐이엇다.”

저자가 ‘대번영’의 시대라 말하는 시절이 끝난 1970년대 미국인들은 이전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3가지 대응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첫째는 맞벌이로 가정의 총수입을 늘렸다. 그러나 “미국 가정들은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햇다. 가계의 추가소득이 가져다주는 혜택으로도 가사나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두번째 메커니즘은 일하는 시간을 늘려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미국인의 노동시간은 일벌레로 소문난 일본인들보다 더 늘었다. 그러나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말앗다. (투잡) 일자리를 더 구할 수 있다 해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는 방법은 저축을 줄이고 빚을 늘리는 것이다. 금융선진국 답게 미국은 돈 빌릴 수단이 널려 있다. 신용카드는 넘쳐나고 대출도 쉽다. 그런데 때마침 집값이 뛰기 시작하자 주택은 야금야금 꺼내쓰는 돼지저금통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거품이 그렇듯 부동산거품도 꺼지게 되어 잇었고 위기가 온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미국인들이 의지하던 마지막 대응 메커니즘도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비로서 더는 과거와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놀랍고도 끔찍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엇다. 상류층의 풍족한 생활수준을 감안할 때 자신들도 마땅히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 여유를 소유하지 못하리라는 사실, 좀더 향상된 사람에 대한 기대를 충족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 대번영 시기에 경험한 여러 종류의 개선과 번영이 다시금 가능하리라는 예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 것이다.”

중산층의 수요는 사라졋다. 그러면 이제 수요는 어디서 만들어질까? 이제 악순환이 시작될 순서다. 부채거품으로 부양되던 경제에서 거품이 사라졌으니 남은 것은 꺼진 거품과 함께 경제도 꺼지는 것 뿐이다.

맞벌이와 과로, 빚까지 고통을 감내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드림에 불과하게 되었다. “중산층 미국인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무서운 사실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리라’는 기대감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고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더 나은 것을 쟁취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미국 중산층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그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자녀를 위해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믿어왔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의망이 가장 처참하게 부서진 시기는 바로 대공황 때였다.” 당시 미국인들은 엘리트들을 탓하고 체제를 탓하지 않고 ‘무능한’ 자신을 탓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럴까?대공황 시절 사람들처럼 인내심이 많을지 의문이라 저자는 말한다.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꺾일 때 그들은 눈앞의 부자들에게 분노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할 때와 달리 그들처럼 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들과의 거리감이 생기고 그들이 누리는 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더군다나 그들은 이번 위기의 원인이면서도 위기의 책임은 지지 않고 부담은 자신들에게 떠넘기면서 ‘그들만의 리그’의 정상에서 배를 두드린다면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경제 게임이 대기업과 부유층에게만 유리하게 흘러가리라는 증거는 대불황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하나 둘씩 쌓여가고 있었다. 노동조합의 붕괴, 인건비 절감, 사회안전망 축소 등. 더군다나 정부는 일런 제도들을 유지하거ㅓ나 되살리려는 의지를 눈곱만큼도 보여주지 않았다. 불량채권과 사모투자는 기업들을 파산시키거나 심각한 부채를 안겨주었고 근로자의 대량해고를 강요했다. 반면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경영진과 트레이더들의 눈부신 연봉과 성과습, 더불어 부자들의 한계세가 감축되엇고 월스트리트에 대한 규제들이 폐지되었다.”

미국의 나머지를 희생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은행가들, 미국은 그들만의 나라로 보인다. “그러니 경제 게임이 조작되엇다고 믿는다고 해서 어찌 대중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은행가는 정치가가 되고 정치가는 은행가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익숙해진다. 유권자는 은행가들의 정치헌금으로 살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하다. 퇴직후엔 두둑한 보수를 받으며 은행가들을 위해 로비스트가 된다.

“흥미로운 민담이 있다. 부잣집 옆에 사는 농부가 있었다. 부자에게는 암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가난한 농부는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갖지 못할 가축이엇다. 농부는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햇다. 하느님께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자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웃집 암소를 죽여주세요.”

경제 게임이 자주 조작되는 러시아에서 농부들의 봉기는 대개 모든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부자들을 끌어내리는 쪽에 기울었다. 현재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도 러시아 농부들과 비슷한 처지가 될지 모른다. 독립당이 암소를 죽여 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암소가 죽기 전에 불균형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한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산층이 공평한 부를 분배받지 못한다면” 경제의 수요가 회복될 수 없고 “성장 둔화와 호황, 불황을 오가는 매우 불안정한 경제사회가 그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부자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둘째는 정치이다. 불평등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극좌파와 극우파가 날뛰게 된다. 히틀러가 그 좋은 예이며 2020년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부가 더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세제를 다시 분배를 위한 방향으로 바꿔야 하며 실업자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재교육 정책을 도입해야 하며 미래의 중산층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중산층을 위한 정책 프레임을 짜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정책틀이 자리잡을 수 잇도록 정경유착의 시스템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수가 부와 소득을 독점하고 다수가 그 나머지를 나눠 갖는 나라에서는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 불균형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만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날실과 씨실을 가르고 찢어버린다. 경제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합의가 깨진다면 국가는 무너질 것이다. ㅇ리가 성공을 거두고 권력의 정점에 이를 수 잇는 것은 오직 경제 및 정치체제가 안정되어 잇을 때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은 사회 체제가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고 잇다는 대중의 믿음에서 비롯되낟. 그러한 믿음이 사라지면 모두의 행복과 안녕이 위협받고 결국 우리는 개혁을 택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합리적인 사람들이고 개혁이야말고 우리에게 남은 유일하게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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