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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강의 - 세기를 뛰어넘은 위대한 통찰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드러커의 글을 처음 본 것은 10년전으로 기억한다. The Economist에 가끔 저명인사의 기고문이 실린다. 이렇게 실린 글들은 내용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필자의 지명도에 더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한 글이었던 것같은데 지금에 와서 내용이 그리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당시 실렸던 드러커의 글은 그리 새로운 내용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용이 기업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조직형태로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관료제 형식의 대기업조직은 분권화된 유연한 조직형태로 대체될 것이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같다. 당시에도 상당히 많이 나오던 논의였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당히 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그 글에 대한 인상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보다 도 그 글을 90세에 썼다는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90세에 트렌드에 뒤지지 않고 그 트렌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글을 쓴다는 것. 놀라운 일이다. 그후 드러커에 대해 알아갈수록 놀라움은 더해갔다. 50-60년대에 이미 지식노동자란 개념을 만들었다니! 토플러가 정보를 외치고 경영계에서 혁신이란 말이 유행하기 수십년전에 이미 완전한 개념을 제시했던 것이다.
드러커의 글을 읽다보면 그런 예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디서 그런 예측력이 나온 것일까? 이책을 읽다보면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경영은 인문학(liberal arts의 번역으로 보인다)’이란 드러커의 입장에서 경영의 실제는 역사, 사회학, 신학, 심리학, 문학등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드러커는 진정 박식한 사람으로서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읽는가 하면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에도 정통했으며 그가 할 수 잇는 한 모든 학문 분야로부터 체계적으로 지식을 섭렵했다. 드러커는 자신의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귀뜸했다. ‘매 3년 혹은 4년마다 나는 새로운 주제 하나를 선택한다. 그것은 일본 예술일수도 잇고 경제학이 될 수도 있다. 3년 공부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통달하기에 도저히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정도면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식으로 나는 60년 이상 한 번에 한 가지 주제씩 공부를 했다. 그것은 나에게 상당한 양의 지식을 안겨 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또한 내가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이 되도록 했다.”
이책의 첫머리는 키아케고어의 철학과 국가철학에 대한 강의로 시작한다. 경영학에 대한 강의록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 사람에겐 엉뚱하고 기죽이는 시작이다. 왜 두 강의가 이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드러커의 통찰력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확실하게 보여주는 강의이다. 인문학적인 소양과 역사에 대한 성찰이 있었기에 그의 통찰력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
경영학자로 이름을 얻은 50년대 이후는 경영학과 경제학 강의들이 편집되어 잇다. 그러나 이 강의들을 보아도 역시 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20세기 초부터 자신의 경험들과 그 이전의 다양한 역사들이 종횡무진으로 인용되고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들이 동원된다. 그런 지식과 경험은 단순히 인용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끊임없이 비교되면서 지금의 의미를 드러내며 미래가 어떨지 오랜 세월의 무게에서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드러커의 시간을 넘나드는 묘기는 그가 사망한 2000년대까지 계속된다.
그의 39권에 이르는 저서들 역시 그렇게 되어 잇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상가의 면모를 통시적으로 한권에서 엿볼 수 있는 책은 이책뿐일 것이다.
이책에 실린 강의들은 그 시간, 그 공간에 맞추어진 것으로 지금에 와선 그리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이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시절의 분위기와 그 당시 현안이 되었던 것들이 무엇인가 같은 것들이다. 물론 경제사나 경영사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드러커라는 한 사람의 사상이 어떻게 살아 숨쉬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