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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클래스 -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 위의 권력 집단
데이비드 로스코프 지음, 이현주 옮김, 최명길 감수 / 더난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마른 체격에 냉담하고 신앙심 깊은 록펠러는 냉혹한 사업가를 서투르게 모방한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볼 때 혼자 힘으로 현대를 만들어낸 창조라 할 만하다.”
남북전쟁 이후 19세기 후반의 미국을 보통 도금시대라 한다. 그리고 그 시대의 주인공은 강도귀족들이었다. 비도덕적이고 법을 초월한 존재들인 그들은 서부의 무법자들보다 더 흉악하게 묘사된다. 총을 휘두르는 무법자는 눈 앞의 사람만 죽이지만 돈다발을 휘두르는 무법자는 나라를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도 귀족을 마냥 부정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탐욕스러우며 비도덕적이고 법을 우습게 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무법자가 된 이유는 지킬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미국은 이제 막 철도로 연결되어 하나의 국가로 태어나는 중이엇다. 남북전쟁 이전까지 미국은 주로 나뉜 말 그대로 주들의 연합일 뿐 하나의 국가가 아니었다. 남북전쟁은 바로 연합이냐 연방이냐의 논쟁을 폭력으로 결론내린 사건이었다. 정치적 논쟁이 마무리된 미국은 철도와 전신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갔다. 그러나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장에는 질서와 안정을 부여할 어떤 법적 시스템도 인프라도 없는 상태엿다. 국가는 수수방관 아무 관심이 없었다. 국가가 하지 않는다면 시장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수 밖에. 그 질서를 만든 것이 강도귀족들이었다.
그들은 법이 없기에 질서가 없는 시장에 질서와 안정을 부여했다. 그렇기에 그들을 ‘산업 정치가(Industrial Statesman)’라 부르기도 한다.
록펠러는 강도귀족과 산업정치가라는 양면성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은 19세기 자본주의의 냉혹한 수단과 억제할 수 없는 욕망에 따라 운영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가장 큰 다국적기업으로 발전해났기 때문이다.”
록펠러는 시장의 무질서에 질서를 만들었다. “록펠러는 그 누구보다도 남북전쟁 이후 미국을변화시킨 자본주의 혁명을 구체적으로 실현했다. 록펠러는 새로운 산업형태를 만들어냄으로써 관리자가 아닌 발명가를 칭송하던 시대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다. 그의 다국적기업은 글자 그대로 세계를 변형시킬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록펠러는 전국단위의 시장에 어울리는 조직형태와 경영기법을 창조했다. 대기업, 트러스트, 지주회사 그리고 다국적기업 또는 규모의 경제, M&A, 수직적 통합 등은 그의 창조물이었다. “정부가 효과적으로 산업을 통제하지 못하는 분야ㅐ에서 그는 점점 더 몸집을 키웠으며 급기야 스스로가 직접 산업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연방 회사설립법이 제정되기 전에 스탠더드오일은 사업을 방해화고 위법행위를 하게 만드는 복잡한 주 법률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나 록펠러는 새로운 종류의 회사를 만드는 방법으로 법률을 앞질러 나갔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록펠러들은 살아있으며 록펠러처럼 자신의 시대를 만들고 잇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들을 슈퍼클래스라 부른다.
“글로벌 시대가 출현하면서 또 다른 시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자본과 정보는 단 한순간에 움직이고 있으며 수송 시간과 비용은 놀랄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했고 그러한 발전과 함께 대기업은 일치된 규칙과 기준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잇다. 개별 국가들의 필요에 맞게 제품을 따로 제작하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따라서 기업의 세계화는 정부와 기업의 이동성에 변화를 일으켰으며 기업들은 어디서든 빠르고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과 증가하는 재원에 힘입어 50년전에 상상할 수 있었던 수준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갖게 되엇다. 다국적 기업들은 더 이상 한 국가에 묶여 잇지 않는 글로벌경제에서 정부를 능가하는 새로운 종류의 권력을 얻었으며 기업들은 각국의 정부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새로운 종류의 시장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만들어진 지금의 국제질서는 새로운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글로벌기관에 의존할 수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러한 기관들은 60년도 더 넘은 낡은 세계관, 냉전시대 동안 세계를 형성한 역학 관계의 산물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변화에 적응하는데 실패했다. 오늘날 세계은행과 IMF는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이느라 혼란하다.”
저자는 로버트 루빈과의 대화를 인용해 이 문제를 정리한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IMF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긴 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이 현 샹태 그대로 가만히 있도록 설특하기 위해 전화로 여러 은행들과 체계적으로 일해야 햇다. 우리는 상황에 맞게 IMF와 재무부, 금융계를 위주로 임시조직을 만들어야 햇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한 일이엇다.”
국제질서의 공식기구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융통성을 제공하고 (일에 필요한) ‘초대받은 사람’만 모이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하다.”
그러나 최선은 공식기구일 것이다. “세계적 규모의 공동 통치가 요구되는 세계화가 강해지는 데 세계정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 그러나 앞으로도 세계정부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공백을 메울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개개의 문제들에 대해 초국가적으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가 그 해답일 것이다. 때로는 글로벌 연합세력일 때도 잇다. 강대국과 강한 지도자들로 이루어진 이러한 모임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극소수의 국가들이 민간부분의 금융 및 재계 지도자들과 협력해 세계화를 주도해나간다.” 저자는 이러한 글로벌 네트웤에 속한 사람들을 슈퍼클래스라 부른다.
“비공식적인 엘리트 집단들에 엄청난 영향력이 집중되어 전세계적인 권력 분배에 커다란 불균형이 발생하고 잇다. 이 엘리트들은 종종 과거의 시스템을 능가하거나 밀어낸다. 중앙통제적인 정부, 세계적 현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법 체계, 지난 반세기 동안 유능한 다국적기관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루어진 진지하지만 불완전한 노력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의 중심에는 슈퍼클래스가 있다. 그들이 매일 내리는 결정이 시장의 거대한 부의 흐름을 조정하고 전세계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뒤바꿔놓는다. 아니면 아예 없애버리기도 한다.
그들은 글로벌시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기관들이 너무 무력해졌거나 쓸모없어졌다. 하나의 집단을 이룬 이들 개인들은 영향력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로를 규정하고 어떤 시각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을지 우리가 우선저긍로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결정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이러한 다국적 슈퍼클래스의 영향력은 비즈니스 거래와 기업 이사회, 투자집단, 오래된 학연, 클럽 멤버십,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네트웤을 통해 슈퍼클래스는 자신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집단으로 변신한다.”
그러면 슈퍼클래스는 어떤 사람들인가? 저자는 6천명, 세계인구 중 백만명의 한 명 정도가 슈퍼클래스에 속하며 그들은 8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말한다.
첫째 이들은 거의 남자다. 슈퍼클래스 중 여자는 6.3%에 불과하다.
둘째 이들은 베이붐 세대이다. 이들 중 40세 이하는 3%에 불과하며 60세 이상은 45%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8세이다.
셋째 이들 중 17% 정도가 미국인이고 북미와 유럽을 합하면 50%가 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3 밖에 되지 않는다. 슈퍼클래스의 권력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듯이 지역적으로도 여전히 세계의 권력이 대서양 양안에 불균등하게 집중되어 있다. 슈퍼클래스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기는 하다.
넷째 이들은 거의 명문대 출신이다. “10명 중 거의 3명이 스탠포드, 하버드, 시카고 대학 등 20개 엘리트 대학 중 한 곳을 나왔고” 47%가 대학원을 졸업했다. “신흥국가 출신 슈퍼클래스들은 선진국의 대학을 다녔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개도국 출신의 슈퍼클래스 중 41%가 선진국의 대학을 다녓다.”
다섯째 이들 중 “63%가 기업계 및 금융계 출신이다 최고경영자들은 슈퍼클래스의 절반 정도 금융계 최고경영자들은 13% 정도이다.”
여섯째 이들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은 영향력을 가진 조직에 속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향력을 얻기 위해 조직의 권력기반이 필요없는 사람은 극소수다.”
일곱째 이들 중 대략 60%가 백만장자이고 전세계적으로 천명 정도되는 억만장자들 모두 명단에 올랐다.
여덟째 운이 따라야 한다.
이들이 세계질서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네트웤과 회합으로 연결되고 여러 집단과 국경을 넘나들며 대부분이 같은 언어(영어)를 쓰고 똑 같은 ㅇ신문을 읽고 똑 같은 리조트로 여행을 간다. 그들은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며 최고급 호텔방에 들러가며 정치적 권좌를 누린다.
핵심은 네트웤이다. 결국 세상은 아주 좁다. 내가 아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전세계적으로 20-30명 내지 50명이다.”
그러나 그 질서는 본질적으로 세계의 공익이 아니라 그들의 사익을 위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그 이익을 넘어 행동할 아무 이유가 없다.
스티글리츠는 그들의 영향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말한다. “자본시장의 자유화, 다시 말해 저본이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국경을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은 어떤 의미에선 민주주의를 해칠 수도 있다. 일부 개도국이 이런 상황을 아주 심하게 경험했다. 월가 지향적인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여러 시장들은 어쩒아하며 자본을 철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잇는 유권자들이 월가의 반응을 걱정한다. 월가는 그 나라의 국민만큼이나 투표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같은 일부 시장은 국민이 스스로 충분한 저축을 하기 때문에 월가의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가들은 글로벌체제에 이미 시장을 연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력을 갖춘 국민들은 돈을 월가로 옮길 수 있고 월가 사람들은 그 국가에 돈을 투입하고 거둬들일 수 있다. 월가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한 국가에 투입하고 빼내기 쉽게 만드는 자본시장의 자유화 덕분에 월가는 더 많은 투표권을 부여받는 것이다.”
세계의 권력은 과도할 정도로 이 소수의 집단에 집중되어 있고 그들은 세상을 들었다 놨다할 수 있고 그렇게 한다. ‘문제는 슈퍼클래스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권력은 소수의 사람들 손에 집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소수의 사람들은 세계의 몇몇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고 주로 백인이며 남자가 압도적이다. 세계적인 권력과 영향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을 확보하고 잇는 수펀명의 비슷한 사람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시장규제와 과세, 이동의 자유, 노동자에 대한 접근성, 대량살상무기를 누가 소유ㅗ해야 하는지와 같은 사안들에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잇다. 이런 상황에서 음모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권력은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힘이다. 슈러클래스들은 그 의제설정의 권한을 쥐고 있다. 이라크가 문제라는 여론을 만들어 전쟁을 벌일 수 있고 시장의 가격을 정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한다. “미약하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국제기관이나 합법적인 사법권 및 집행기구의 부재로 생긴 공백’을 그들은 효과적으로 메운다.
“유력가들로 이루어진 소위원회든 강력한 정부와 민간조직 간의 민관협동이든 다수의 비공식적 세계 공동통치기구들이 성장과 세계화를 이끄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의 공익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록펠러는 시장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익을 위해 그렇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정치적 공격을 받앗다. 지금의 슈퍼클래스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효과적으로 세계를 운영하는지 몰라도 그들의 세계경영은 정당성 위에 구축된 것이 아니다. 록펠러의 시절처럼 저자는 슈퍼클래스가 지배하는 지금의 세계화를 성장통이라 말한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성장통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얼마나 파괴적일지 판단하는 일은 세계의 권력 엘리트 집단에 맡겨질 것이다. 만약 그들이 영향력을 이용하여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현재의 체제만큼 명백히 부당한 규칙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만들어낸다면 위기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가난한 사람들과 특권없는 사람들에게 먼 미래의 약속만을 재공하면서 부자들과 유력자들에게만 이익을 안겨주는 방식을 취한다면 몰락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