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경제학자 - 지금 미국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브루스 바틀릿 지음, 이순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책은 대공황 시절부터 아들 부시까지 미국의 재정정책사를 다룬다. 경제사에서 특히 거시경제사에서 정부의 재정정책은 비중이 크다. 그러나 어찌 된 것인지 경제사에서 재정정책은 수박 겉핥기로 다루어질 뿐이다. 경제사에서 정책은 결과만 나올 뿐이다. 경제가 이러해서 이런 정책이 나왔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다 정도가 전부이다.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정치지형과 그 지형을 따라 어떤 논쟁과 대결이 있었으며 힘겨루기에서 어떻게 정책이 타협되었고 실제 실행된 정책이 기대와 달랐는지 기대와 달랐다면 이후 정책수립에 어떤 교훈을 주었는지 이런 것은 다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레이건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주장했지만 실제 재정정책은 어느 때보다 팽창기조였다. 왜 그랬을까? 경제사에선 그 이유를 다루지 않고 다룬다 해도 추측에 불과하다. 왜 그런 것이 다루어지지 않을까? 경제학자가 쓰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실제 정치판의 거래와 타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책의 가치는 돋보인다. 레이거노믹스를 정립하는 데 참여했고 70년대부터 공화당의 경제 브레인으로 활동해온 저자는 실제 의회에서 정책이 어떤 논쟁과 힘겨루기를 거쳤고 백악관과 의회가 어떻게 대결했으며 어떤 타협이 있었는가, 그런 정책의 이념적 이론적 배경이 무엇이었는가를 자세히 다룬다. 보기 드문 책이다.

이책의 포커스는 저자가 속한 공화당의 정책이 어떻게 변해왔는가에 있다. 저자가 정책수립에 관여한 경험이 공화당 내에서 이루어졋으니 당연하다. 이책의 주제는 공화당의 이념이 된 공급중시 경제학이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적용되었으며 어떻게 한계를 드러내며 이제는 효용이 사라졌는가, 그리고 더 이상 효용이 없는데도 정책 마인드를 어떻게 사로잡고 있으며 미래에 맞는 정책을 어떻게 방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공급중시 경제학을 넘어 미래의 재정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룬다.

이책의 시작은 평범하게 대공황부터 다루어진다. 대공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인즈주의가 등장한 배경을 다루는 부분은 다른 책들과 그리 차이가 없다. 단지 다른 책들보다 케인즈주의의 핵심을 집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루즈벨트의 뉴딜 덕분에 대공황을 잠재울 수 있었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프리드먼 이후 통화주의와 공급중시 경제학의 시각에서 뉴딜을 재조명한 연구들은 뉴딜이 효과가 없었다고 아니 오히려 대공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말한다. 루즈벨트의 엉터리 정책이 없었으면 회복이 더 빨랐을 것이라 말한다.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뉴딜이 아니라 2차대전의 전쟁지출이었다는 것이 최근의 합의이다.

저자 역시 같은 입장이다. 루즈벨트의 정책은 전임자인 후버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둘 다 디플레이션이 문제라는 것은 이해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선 ‘무식’했다. 후버도 루즈벨트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있었야 한다는 것은 이해했다. 그들은 명목가격을 끌어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후버도 루즈벨트도 임금과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가격통제 정책을 강제했다. 그러나 가격통제 덕분에 시장기능이 왜곡되었고 시장기능이 왜곡되면서 시장의 자원분배기능이 마비되었다. 시장이 마비되면서 공황은 장기화되었다.

케인즈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명목가격이 아니라 유동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루즈벨트는 전혀 들으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유동성 팽창을 주장한 것은 케인즈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였는데도 말이다.

루즈벨트는 가격을 통제하고 금가격(당시는 금본위제였다)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중에 도는 돈이 늘지 않는데 어떻게 물가가 오르겠는가? 그의 정책 덕분에 유동성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디플레이션은 더 악화되었다.

30년대 중반이 되면 루즈벨트도 자신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케인즈의 처방을 따르기는 정치적으로 어려웠다. 대규모 적자재정을 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루즈벨트는 재정팽창의 명분으로 다가오는 전쟁을 이용했고 대공황은 그렇게 끝날 수 있었다.

2차대전 이후 케인즈주의는 주류가 된다. “2차대전 이후 케인즈경제학이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채택된 결정적인 요인은 대공황은 군비 지출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을 뿐이라는 우려 때문이엇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대공황이 끝나면 영구적인 스태그네이션이 시작될 것라고 생각했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성장과 실업이 전쟁 전의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엇다.”

대책은 냉전이 내놓았다. 영구전쟁이 답이 된 것이다. 냉전은 “총지출의 수준을 유지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전후에 발생한 경기후퇴의 심각성을 완화햇다. 냉전은 극심한 불황을 막아주는 보증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전후 케인즈주의의 문제는 케인즈 이론이 디플레이션을 전제로 한 단기대책이라는 것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인플레이션을 두둔한 것이 아니라 리플레이션을 두둔했다. 1960년대 케인스 이론의 한 가지 약점은 그 신봉자들이 재정정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망각한 데 있었다.” 원래 케인즈 이론에서 재정정책은 디플레이션으로 감소한 유동성을 채우기 위한 단기 극약처방이었다. 그러나 “케인스가 학설을 내놓은지 30년이 지나자 그 신봉자들은 확대 재정정책만으로도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엇다. 케인스학설 지지자들은 대부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본질적 연관성을 무시햇다.” 물가와 실업의 역관계를 말하는 “필립스곡선이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논리로 널리 알려지자 통화정책을 무시하는 케인스학설 지지자들의 태도는 더욱 강화외엇다.”

그러나 필립스곡선을 부정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인플레이션을 통화현상일 뿐이라말하는 프리드먼의 통화주의가 등장했고 “1970년대 말에 공화당 정치인들은 통화를 축소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한 ㄴ 한편으로” 인플레이션의 진짜 원인인 재정팽창을 잡고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세금을 인하하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실업률을 낮추자는 공급중시경제학의 제안을 지지했다.”

“대공황이 2차대전 중에 막을 내리면서 케인즈경제학이 인정을 받은 것처럼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보수주의 경제학은 그 정당성을 널리 인정받게 되엇다.”

케인즈주의가 주도권을 잡았던 이유와 마찬가지로 통화주의가 도권을 잡은 것은 그 이론이 “지닌 효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던 케인즈학파의 무능함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러나 “통화주의는 인플레이션을 해명하기는 했지만 성장을 자극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해답을 내놓지 못햇다.” 성장에 대한 답은 공급중시경제학이 내놓았다: “세율인상은 총생산과 과세 기반을 감소시키고 세입 형성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먼델은 ‘세금 때문에 경제가 숨이 막혀 허덕인다’고 주장했다. 세율이 세입을 최대화하는 세울 이하에 있을 경우 완전고용의 상태에서 세금을 인하라면 세입은 줄어들지만 완전고용에 못 미치는 경제 상황에서는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이 경우 세금 인하는 생산과 과세기반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강화한다. 적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충분한 세입이 회복된다.”

공급중시 경제학은 이렇게 안정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경제사상을 성장으로 돌려놓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1981년 레이건이 공급중시 정책을 밀어붙인 후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엇고 경제성장도 회복되었다. 이후 케인즈주의가 한 세대를 지배했던 것처럼 공급중시론도 한 세대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나 “케인스경제학이 잘못된 괘도에 진입하면서 신망을 잃어버린 것처럼 공급중시경제학 역시 유용한 이론으로서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잇다. 유효성을 잃지 않고 잇는 공급중시경제학의 내용들은 주류 경제학 속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남은 것은 ‘대규모의 감세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라는 표현뿐이다.” 마치 적자재정이 만병통치약이 되면서 케인즈주의가 몰락한 것처럼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처럼 감세가 만병통치약이 되면서 공급중시 경제학은 몰락해가고 잇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 대통력의 정책들이 실패하자 공급중시경제학에 대한 신뢰도 사라졌다.” 레이건 시절과 달리 문제는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가 부족한데도 공급부족에 맞게 고안된 방법을 들먹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책의 논지 중 하나는 널리 합의가 형성된 기존으 방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케인즈 경제학 공급중시 경제학과 같은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새ㅔ로운 이론들이 문제 해결에 성공하면 그 이론들은 그 어떤 경제문데도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의 해결책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론들은 특정의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이론들이 적합하지 않는 상황에 잘못 적용되어 문제를 해9결하지 못하면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거나 폐기되었던 옛 이론을 재발굴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번 글로벌 위기로 케인즈가 부활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공급중시경제학의 운명은 처음부터 잘못되도록 되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원래 공화당은 균형예산주의자들이엇다. 그들이 공급중시경제학을 받아들인 이유는 ‘오직 한가지 과세 삭감은 정부의 세수를 줄여서 재정지출을 삭감하게 하는 압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은 ‘야수 굶기기’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전략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상승시킨다는 점에서 적자재정이 심각한 경제문제로 여겨지던 시절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재정적자를 축소하지 않을 수 없는 압력이 현실적으로 지출 삭감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고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재정적자 축소를 지지하는 정치적 기반은 사라지고 말앗다. 그러나 공화당은 감세가 마치 균형재정의 최고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세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아들 부시 시절 공화당은 세금 인하가 균형재정을 이루기 위해서 할 수 잇는 유일한 활동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그 덕분에 공화당은 세금 인하와 재정지출의 대폭 증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을 합리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수 굶기기는 허황된 공론이라는 것이 드러났을 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뚜렷해지는 공급중시론의 약점은 재정지출 측면에 집중하지 않앗다는 점이다. ‘우리는 야수를 굶기지 않았다. 야수는 여전히 푸짐한 먹이를 먹고 잇다. 그들은 미래 세대를 잡아먹고 잇다.’”

프리드먼의 경고를 듣지 않는 결과이다. 프리드먼은 70년대에 이렇게 경고햇다. “보수적인 재정론자들은 올바른 것 즉 총 정부 지출에는 주목하지 않고 잘못된 것, 즉 적자에 주목함으로써 씀씀이가 헤픈 정부의 어리석은 몸종 노릇을 해왔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법을 제정한다. 적자가 발생한다. 보수적인 재정론자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말한다. ‘야단났네, 적자에 대해 무슨 조치를 취해야 겠어.’ 그래서 그들은 헤픈 정부와 손을 잡고 세금을 부과한다. 세로운 세금이 비준되면 씀씀이가 헤픈 정부는 다시 손을 턴다. 결국 정부 지출은 다시 폭발하고 적자가 다시 되풀이된다.” 정부의 진짜 부담은 세금이 아니라 지출에 의해서 측정된다는 말이다.

지출이 세입을 결정하는 것이지 세입이 지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아들 부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누적된 흑자예산을 줄이기 위해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수 굶기기 이론을 되풀이하면서 쌓여 있는 흑자를 날려버리고 감세를 추진해 먹을 것을 치우는데 정신이 팔렸다. 그러나 남은 것은 천문학적인 적자 뿐이다.

“경기후퇴로 인한 출혈적인 재정지출과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로 인한 세입 감소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연방 정부는 이미 오랫동안 기록적인 예산 위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잇었다. 얼마 후면 사회보장연금과 노약자의료보험에 투입되는 정부지출은 폭증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사회보장연금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놓치고 말앗다. 미국은 1990년대에 형성된 재정흑자를 세금제도의 개혁이나 후생복지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에 투입하지 않은채 고스란히 탕진하고 말았다.”

“앞으로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 소비야말로 성장을 촉진하는 필수 조건이라고 보는 케인즈경제학의 논점은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폭적인 세금 인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잇다고 보는 공급중시경제학의 논점 역시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세금인하로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잇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정부가 약속했던 정책들을 온전하게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세금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점 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