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의 내용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발칙할 것도 엉뚱할 것도 발랄할 것도 없다. 이책의 영어 원제는 Made in America는 번역서의 제목보다 내용을 더 잘 말해준다. 이책의 내용은 원제가 말해주듯이 영어가 미국으로 옮겨와 어떻게 변형되었는가를 다룬다. 작은 섬나라에서 쓰이던 언어가 땅도 더 넓고 자연도 다른 곳에 맞게 달라진 이야기를 다룬다. 언어 역시 도구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그 환경에 맞춰 도구 역시 달라져야 하는 법이다. 처음 신대륙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전에 살던 곳에선 볼 수 없엇던 것들을 보았고 그것들을 수용하기 위해 언어를 적응시킬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달라진 자연에 맞춰야 했지만 이후에는 영국과는 달라져 버린 사회, 정치, 경제에 따라 언어도 달라져야 했다. 이책은 어떻게 영어가 미국이란 토양에서 달라져갔는지를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그렇게 언어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미국의 역사를 다룬다는 말이 된다. 이책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잇다. 새롭게 추가된 단어들과 기존의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설명한다는 것은 그런 상황에 부딫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사나 경제사 또는 사회사를 중심으로 쓰여진 다른 미국사와는 달리 새로운 현상을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더 생생하게 엿볼 수 잇다. 저자가 원래 의도한 것은 언어의 역사가 아니라 바로 그 언어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국사를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더 생생하게 엿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책에서 저자의 의도는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라면 이책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이다. 영어도 친숙하고 미국사도 학교에서 배워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말이다. 그런 배경지식이 잇는 사람에게 이책은 아주 재미있다. 아 내가 알고 잇던 것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구나 그게 원래 그런 것이었구나 하는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이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더라도 미국사에 대해 알고 잇더라도 외국인이 이 두꺼운 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이게 왜 재미있는거지? 하고 어리둥절해지는 순간이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도 어느 정도 상식선의 지식만 있다면 이책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