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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균형 - 세계 경제 위기와 브레튼우즈의 교훈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박복영 옮김 / 미지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영향력 잇는 일군의 학자들은 지금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부활로 본다.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국제 체제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뉘어진다. 중심부는 대외 준비금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발행할 수 잇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잇으며 자신들의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심부를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잇는 주변부는 저평가된 환율을 바탕으로 수출 주도 성장에 몰두한다. 그 결과는 중심부 국가가 자국 통화 표시로 발행한 저수익 대외 준비금의 대규모 축적이다. 1960년대에 중심부는 미국이었고 주변부는 유럽과 일본이엇다. 세계화의 확산과 더불어 이제는 아시아 신흥 시장이라는 새로운 주변부가 등장햇다. 그러나 중심부는 여전히 미국이고 그들이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 역시 여전하다.”
그리 반박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설명에서 유도된 결론에는 반대한다. 지금의 국제통화체제를 브레튼우즈 체제의 부활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의 체제도 그때처럼 장기간 유지될 수 잇다고 보지만 저자는 그때와 지금은 중요한 차이가 있으며 신브레튼우즈 체제 또는 글로벌 불균형은 브레튼우즈 체제보다 더 불안정하다고 본다.
저자의 ‘글로벌라이징 캐피탈’ 리뷰에서 다루었듯이 브레튼우즈 체제가 유지될 수 잇었던 이유는 국제협력 때문이었다. 그 체제를 떠받친 것은 주변부의 경제적 필요 뿐 아니라 냉전이란 정치, 안보적 필요에 의한 동맹이 미국과 주변부의 이해관계를 묶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미국은 경상 수지 적자를 계속 내고 잇다. 그러나 달러의 가치는 주변부 통화에 대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변부 중앙은행들은 자국 환율이 절상되지 않도록 시장에 개입하여 달러를 매입한다. 그들이 더 많은 준비금을 축적하려고 하는 것은 경제와 무역의 성장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결과다. 1990년대 신흥 사장 위기를 통해서 얻은 교훈, 즉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대외 준비금 축적을 통해 정부는 금융 흐름의 갑작스런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인해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되었다.”
다시 말해 아시아 국가들이 현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순전히 경제적 이유이다. 그들의 집단행동이 모여 우연히 지금과 같은 체제가 만들어지고 유지된 것이다. 그들에겐 냉전 시절 동맹국들처럼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 아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라진다면 그들은 언제든 체제를 무너트릴 것이다.
그들이 “대외준비금을 달러로 축적하려는 것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미국 금융 시장의 깊이와 유동성을 반영한 것이며 이 때문에 여타 국가가 달러 자산 보유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 자산의 가치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달러 보유 의지와 그들 간 카르텔의 응집력은 자기들의 보유 자산 가치를 유지시켜 주려는 중비 통화 발행국의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
브레튼우즈 시절 미국의 적자는 그다지 심한 것이 아니었다. “1960년대에는 미국의 대규모 경상 수지 흑자 덕분에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달러 준비금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억누를 수 잇었다. 미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960년대 초반에는 계속 증가햇다. 미국의 국내 저축이 국내 투자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 차액은 해외에 투자하고 있었다. 미국의 해외자산축적은 이런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이 환류되기 시작하면 미국의 대세계 국제수지가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의미엿다.”
그러나 당시에도 “미래에 발생할 해외 소득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없엇다.” 그런데 순채권국이던 당시와 달리 지금 미국은 순채무국이다. 더군다나 “경상수지는 적자 상태에 잇다. 이런 적자의 확대 원인 중 적어도 일부는 미국의 낮은 저축률에 있다.” 브레튼우즈 시절 “미국 저축률을 낮추고 경상수지적자를 낳을 수 잇는 다른 왜곡들까지 가세햇다면 얼마나 더 나쁜 일들이 발생하고 또 체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빨리 사라졌을까를 한번 상상해보라.”
브레튼우즈 체제가 “땜질식 처방만으로도 파산하지 않은 채 십 수년이나 버텼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과거 역사가 현재의 무체제(nonsystem)의 파탄을 막기 위한 노력에 어떤 희망을 줄 수 잇는가에 답하려면 관료나 정책 담당자의 인센티브를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 신주변부를 형성하고 잇는 아시아 국가들은 40년 전 대표적 주변부엿던 유럽국가들만큼 응집적인 그룹이 아니다.” 유럽과 대조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묶어주는 것은 단지 지리적 변수일 뿐이다. 그들이 현 체제를 지탱하는 이유는 “아시아에 공통의 발전 무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아시아 지역 발전 패러다임의 핵심은 아직도 수출 주도 성장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저평가된 호나율에 기반을 둔 전통적 모델에서 느리지만 확실히 탈히해가고 잇다. 환율ㅇ느 안정되고 경쟁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시각을 일부 국가 계속 발전시켜가면 달러 지지를 위한 집단행동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