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A신문의 젊은 B. 아침 7시. 자명종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겨우 일어난다. 눈도 못뜨고 세수는 하는둥 마는둥 집을 나서니 7시 30분. 여의도 한국거래소 기자실에 도착하니 8시 30분. 30분 늦었다.

조간신문을 대충 흝어보고 증권사 리포트를 뒤져본다. 오늘은 무슨 기사를 써야 하나 고민이다. 어제는 준비해둔 기획기사로 때웠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보도자료 몇 건 처리해 보내야 할 것같다. 금감원 사이트에서 기업공시도 체크한다. 9시 30분까지 겨우 보도자료 2건 기사보고 올렸다. 팀장한테 잔소리 듣겠군. 10분도 안되었는데 팀장 전화다. 월말에 금융특집 건이 걸려 있다며 유행하는 펀드 중 기획기사로 쓸만한 것 없냐교 묻는다.

지난달에도 그거였는데 또? 전화받고 이것저것 취재좀 하니 11시다.

C증권사 홍보팀 과장 D와 점심 약속 장소가 좀 멀다. 11시 50분 복집에 도착. 어제 과음을 햇다는 D. 그래도 한잔 안 할구가 없다. 둘이서 한병을 비웠다. 마침 C증권의 새 상품을 취재해야 했다. D는 상품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몇가지를 더 묻고 이 상품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인기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기자실에 앉으니 1시 30분. 기사마감은 늦어도 4시까지는 해야 하고 보통 3시에서 3시 30분까지는 보내야 한다. 졸리지만 그래도 써야 한다. 또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는 것이지만 취재는 해야 한다. 전화를 돌린다. 좀더 구체화하고 전문가들의 코멘트도 땄다. 3시가 다 되어 기사 한 꽂지 보냈다. 두번째 기사는 그래픽거리를 뭘로 해야 하나? 표는 식상하고 다른건 없나? 3시다 주식시장이 마감했다. 마감 상황을 확인한다. 기사는 쓸 것이 없다. 그래픽거리. 보도자료 낸 곳에 전화를 건다. 아무래도 어렵겠다. 1-2시간만 더 여유가 있어도 생각이 날텐데. 표로 때우자. 보내니 4시가 넘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금융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기획기사거리가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증권사 홍보팀에 전화를 돌린다. 내일까지 자료를 받기로 했다. 6시. 7시에 저녁 약속이 있다. 이것저것 자료를 잧아본다. 벌써 시간이 되었다.

시끄러운 고깃집. E 운용사 사람들은 와있다. 미안하다며 인사를 한다. 1차 시작, 오늘도 3차는 가겠군. 내일이 걱정된다. 모르겠다. 기사가 될만한 정보든 아니든 업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

이책이 보여주는 경제부 기자의 일상이다. 도무지 여유가 보이지 않는 하루이다. 빡빡한 일정은 갈수록 더 조여진다. 신문사의 경영악화로 인원충원은 되지 않으니 기자 한명이 커버해야 할 업무는 갈수록 늘 뿐이다.

그러다보니 심층취재 같은 것은 꿈도 못꾸는 일이다. 보도자료가 고마울 뿐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그러다 보니 보도자료나 앵무새처럼 옮기는 ‘발표 저널리즘’이란 말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자포자기로 월급쟁이가 되어버리는 현실이라 저자는 말한다.

경제부 기자라면 경제에는 한가닥 하는 전문가일거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현실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물론 기자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 저자는 기자란 know what이 아니라 know who의 전문가라 말한다. 그 분야에서 누구에게 물으면 되는지 아는 사람이 기자이고 그런 전문가 네트웤을 꿰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전문가 사회 자체도 부침이 심하다. 그런 기자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제기사를 왜 읽어야 하는가? 그나마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는 수단이고 다른 대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기자들이 쓰는 기사를 얼마나 믿을 수 잇느냐가 된다. 문제는 기사의 질만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편집회의가 아니라 광고전략회의”라는 경제기자들의 농담이 문제라는 것이다. 경제지가 핵심매체로 부상하고 종합지에서 경제면이 중요하게 된 것은 외환위기를 전후해서이다. 일본에서 그랬듯이 경제면이 중요해진 것은 재테크가 유행하면서 부터였다. 경제면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경제면이 중요해진 것은 인터넷의 대두로 종이매체가 사양길로 들어서게된 시기와 일치한다.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신문사는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고 광고주인 기업을 대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최근 갤럭시S 관련 기사를 그 예로 든다. “기사와 광고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만한 일이 최근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벌어졌다. 아이폰에 상처 입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이 들고 나온 샐럭시S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하이폰에 대해서 거의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기사들이 경제면에 도배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갤럭시S 출시와 함께 아이폰은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등 비판적인 기사가 주를 이뤘고 갤럭시S는 아이폰의 아성을 무너트릴만큼 강력하다는 내용이 주로 보도됐다. 하루아핌에 아이폰의 질이 떨어질 리도 없는데 갤럭시S 칭찬기사와 아이폰에 대한 비판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걸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경제기사에서 제대로 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고 서민들 입장에서 돈이 되는 정보는 더더욱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경제의 흐름을 알고 안목을 키우기 위해선 경제기사를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다. 저자는 어떻게 경제기사를 읽을 것인가 알려면 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논리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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